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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의정비 인상 놓고 시의원에 압력 행사

등록|2007.10.24 16:57 수정|2007.10.24 17:07

▲ 지난 23일 박은정 광명시의회 의원이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 강찬호



“효선 오빠(광명시장) 나 때문에 화났어?” 광명시청 문화체육 모 과장이 광명시의회 한 여성 시의원에게 시장을 찾아가 대화를 하라며, 행한 발언이다. 해당 시의원은 모멸감을 참을 수 없었다며 의회 신상발언을 통해 사건의 전모를 밝혔다.

발언을 통해 드러난 사실은 심각했다. 시의원이 소신을 가지고 표결한 사안에 대해 시의회 의장이 해당 의원을 꾸지람했다. 이유인 즉 시장이 시의회에서 부결시킨 사안으로 인해 의정비를 인상해주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시 문화체육과장은 한 발 더나갔다. 해당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예술단체 지원과 관련한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발언했고, 시장을 찾아가서 표결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대화하라며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이다.

해당 시의원은 공무원들의 과잉충성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회 방청활동을 하고 있는 광명경실련은 박은정 의원의 신상발언을 통해 드러난 내용에 대해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3일 광명시의회 제138차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박은정 시의원은 신상 발언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날 박은정 의원의 발언은 파행 속에 진행됐다.

김선식 광명시의회 의장은 본회의 안건을 다 처리한 후 박은정 의원의 신상발언이 접수돼 있지만, 이 사안에 대해서는 집행부와 간담회 자리에서 처리하자며 급히 회의 종결을 선포했다. 시의원들은 신상발언을 왜 하지 못하게 하냐며 항의를 했다.

박은정 의원은 의장이 단상을 내려온 상황에서 발언대로 나가 준비해 온 문건을 읽어갔다. 마이크 역시 꺼진 상황이었다. 이효선 시장 역시 의회장을 빠져 나간 상황이다. 의장과 시장이 빠진 상태에서 다른 시의원들과 시 국장들은 박은정 의원의 발언을 청취했다.

박은정 의원은 발언을 통해 지난 18일 자치행정위원회에서 집행부가 상정한 광명시시설관리공단 설치 조례를 부결시킨바 있고, 자신 역시 객관적인 입장과 주위 자문을 들어 조례를 반대하는 것으로 소신껏 표결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럼에도 지난 18일 한 지역단체 행사장에서 김선식 의장이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자신을 꾸지람했다고 밝혔다. “박은정 의원 실망했어. 찬성하기로 했으면 찬성해야지 반대해서 시설관리공단 부결됐잖아. 당장 시장님께서 의정비 올려주지 않으신다잖아. 박 의원 때문에 못 받게 됐잖아” 박 의원은 하수인이나 비서를 꾸지람하는 듯한 의장의 언행에 대해 몹시 불쾌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또 의정비 인상에 대한 찬반론은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으로 의정비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돼야 하는 사안임에도 시가 추진하는 시설관리공단 부결과 연계해서 ‘의원들이 안 해 줬으니, 시도 해줄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이 옳은 것이냐며 시장 스타일을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의 발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18년간 공직자로 몸담다가 정치에 입문했고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다며 문화체육 과장의 언행을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22일경 해당 과장과 단 둘이서 대화를 가진 바 있었다며 그 자리에서 과장이 행한 발언을 공개했다. 내용인 즉, 과장이 예술단체와 관련된 내년 예산안을 초안과 다르게 삭감하거나 증액해서 시장의 심기를 편하게 해드리겠다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또 문화예술분야 의회 조사특위와 관련해 한 단체의 요청자료가 미비한 것과 관련해 해당 단체의 올해 미집행된 확정예산도 집행하기 어려우며, 내년도 예산도 삭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협박성에 가까운 발언들이라고 박 의원은 말했다.

또 박 의원에게 시장을 찾아가 12월에 다시 상정될 시설관리공단 조례에 대해 찬성표를 던진다고 말하면 내년 예산도 (시장이) 올려줄 것이고 임기를 마친 후 문화예술분야 자리도 얻을 것 아니냐며 어처구니없는 발언들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시장님께 찾아가서 효선 오빠 나 때문에 화났어? 12월에 보자고” 등의 발언도 나왔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이 같은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해명을 요구하고 재발 방지책을 촉구했다.

박은정 의원의 신상발언에 대해 의원들은 격분했다. 시의회 표결에 대해 의정비를 연계하겠는 시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받지 말자’며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의원들은 즉각 의원총회를 열었다.

그리고 의원총회를 통해 신상발언을 수용하지 않은 의장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해당 과장에 대해서도 시장을 통해 정식으로 사과하라고 요청했다.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 의장은 의총장을 방문해 신상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시장도 의회를 방문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한편 김선식 의장은 시설관리공단과 연계해서 의정비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시장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며, 자신이 한 발언이라고 시장을 두둔했다.

문화체육과장 역시 박은정 의원의 발언에 대해 개인적인 대화 내용을 공개한 것은 신의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박 의원을 돕고자 한 발언들이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발언들이 알맹이는 빠진 것이라며 해명서를 만들어 배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박 의원이 오히려 자신을 불러서 간 것이고, 내년도 예산에 대해 청탁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올해 집행하지 않겠다고 한 예산도 특위에 제출한 자료가 미비해 보완이 필요한 사안이라 보완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설관리공단과 관련해 시장과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던 것 역시 의원의 고유권한임을 알지만, 정치라고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기에 소주 한잔 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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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광명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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