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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저녁, 따끈한 떡국 한 그릇 어떠세요?

라면보다 끓이기 쉬운 떡국

등록|2007.10.24 21:19 수정|2007.10.25 10:07

▲ 추운 날, 후후 불면서 마시듯 먹는 떡국은 추위에 언 몸을 녹이는데 그만입니다. ⓒ 이효연



라면보다 끓이기 쉬우면서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충분한 떡국.

떡집이나 할인마트에서 떡국 떡을 사다가 냉동실에 보관해두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어 마음까지 든든합니다. 떡국을 끓이거나 떡볶이를 해먹어도 그만이고, 김치찌개나 부대찌개를 끓일 때 몇 개씩 넣어 먹는 재미도 꽤 쏠쏠하니까요.

떡국은 정말 별다른 재료 준비 없이 떡국 떡만 있으면 쉽게 끓일 수 있지요. 한마디로 라면 보다 쉽다고나 할까요? 라면은 잘못 끓이면 간을 더 보기도 힘들고 면발이 풀어지면 기껏 서비스하면서도 눈치를 봐야 하지만 떡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애초부터 짜게 만들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자기 취향대로 간을 더해 먹을 수가 있고, 양이 혹 모자랄 경우 밥을 말아먹으면 푸짐하니 정말 만들기 쉬운 음식이랄 수밖에요. 그러나 한편 달리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 요리일 수도 있습니다.

요리책의 떡국 만드는 요령을 보면 정말 거창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사골국물을 내고 양지를 삶아서 건더기는 찢어 놓고 국물은 차게 식혀서 만들라는 대목을 보면 전혀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 같지가 않지요.

맘먹고 덤벼보려다가도 육수를 내기도 전에 풀썩 주저앉을지도 모르는 일일 겁니다. 그러나 씩씩하게 그리고 생각을 바꿔 자신 있게 떡국 떡을 물에 풍덩 담가 일단 불리고 볼 일이에요. 결코 걱정할 일은 아니란 얘기죠.

사골이 없어도, 양지머리 고기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저 쇠고기 저렴한 부위로 조금만 있으면 되고요. 아니 그도 없으면 다시다 좀 풀어서 국물 만든다고 세상이 뒤집힐 일도 아니지요.

요즘 한우 값이 워낙 비싼 데다가 또 정말 한우인지 믿을 수도 없어서 저는 그냥 호주산 수입육이나 국내산 육우를 자주 사서 애용하고 있는데 가격에 비해서 맛도 좋고 양도 푸짐해서 대만족입니다.

제가 주로 사용하는 부위는 불고기용 목심 부위, 그리고 간 고기, 국거리용 등입니다. 양지나 사골로 국물을 내면 깊고 담백한 맛이 있겠지만 번번이 그러기에는 가격도 만만치 않고 또 국물을 따로 내서 만들기가 번거롭기 때문이지요.

다시 말해 떡국은 쇠고기와 약간의 물, 그리고 국간장만 있으면 맛을 낼 수 있는 정말이지 알아두면 요긴한, 사랑받는 메뉴예요.

▲ 끓는 육수에 떡을 넣고 간을 맞춰 끓여내기만 하면 기본 떡국은 완성인 셈입니다. ⓒ 이효연



◆ 재료 (2인분)
쇠고기 한 줌 (어느 부위나 상관없어요.)
떡국 떡 4줌, 물 4컵, 국간장 2.5-3 큰 술, 대파 1/4개 (어슷 썰어)
달걀 1-2개, 김 가루 약간, 참기름 1/2 큰 술, 후추 1/2 작은 술


▲ 숟가락으로 가끔 휘저어가면서 끓여야 떡이 서로 달라붙지 않습니다. ⓒ 이효연



1. 냄비에 쇠고기, 불린 떡국 떡, 물, 국간장을 한꺼번에 넣고 팔팔 끓입니다.
(불리지 않은 떡도 상관없지만 미리 불려놓으면 요리 시간이 훨씬 단축되지요.)

▲ 고명 가운데 가장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달걀지단이지요. ⓒ 이효연



2. 국물이 끓어오르고 떡이 부드러워지면 취향에 따라서 풀어놓은 달걀이나 곱게 부쳐 썰어낸 달걀지단 그리고 파를 넣고 김 가루를 뿌려 상에 내세요.

[BONUS TIP]

1. 멸치국물 5컵 정도라면 국간장을 밥숟가락으로 2.5-3 큰 술 정도 넣으면 대충 간이 맞습니다. 만일 소금간이 된 김 가루를 넣는다면 2 큰 술 정도 넣고 다시 간을 보세요.

떡국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국물 색은 맑아서 보기 좋지만 깊은 맛이 없습니다. 깊고 풍부한 맛이 나는 국간장과 소금을 섞어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2. 통마늘이 있다면 삼겹살 먹을 때처럼 저미거나 혹은 통으로 몇 개 넣어도 좋습니다. 마늘이 몸에 좋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매 끼니마다 갖춰두고 먹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에요. 특히 장아찌로 먹거나 아침에 구워먹자니 마늘 냄새 때문에 출근길에 부담이 되는데 이렇게 국을 끓일 때 마늘을 익혀 먹으면 매운맛이나 냄새도 사라지고 고소한 밤 맛이 나서 많이 먹게 됩니다.

특히 아이들도 잘 먹지요? 5세 이전의 아이들은 '밤'이라고 속이면 마늘을 자∼알 먹을 겁니다. 그러나 그보다 큰 아이들에게는 차라리 솔직하게 마늘이 건강에 좋은 이유에 대해 공부시키며 먹이는 편이 좋다고 봐요.

▲ 불린 떡을 플라스틱 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라면이나 김치찌개등에 넣어 먹을 수 있어 요긴합니다. ⓒ 이효연



3. 떡국을 자주 먹는 경우라면 떡을 플라스틱 통에 한두 끼 분량을 불려 냉장실에 보관해두면 편합니다. 조리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을 뿐더러 찌개 등 각종 요리에 몇 개씩 넣으면 골라 먹는 재미도 있거든요?

▲ 갖가지 고명을 얹은 떡국은 보기만해도 군침이 돕니다. ⓒ 이효연



4. 손님 초대 상이나 어른을 대접할 때에는 달걀지단이나 표고버섯을 곱게 부쳐서 올리면 정성스러워 보입니다. 언젠가 급한 대로 장조림 고기를 결대로 찢어서 고명으로 얹어 보았는데 반응이 좋았지요. 아니면 간 고기를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서 볶음밥처럼 고명으로 사용하는 것도 한 아이디어구요. 홍 고추로 장식을 해도 색이 보기 좋습니다.

5. 냉장고에 쇠고기 한 조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떡국을 끓여야 할 때에는 절망하지 말고 다시다를 이용해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대신 느끼한 맛이 나지 않도록 아주 조금만 사용하고 대파의 흰 부분을 어슷 썰어 먹기 직전에 넣으면 다시다 특유의 냄새를 조금은 줄일 수 있어요. 단, 합성조미료 사용을 습관화하는 것은 삼가는 게 좋겠죠.

▲ 투박한 질그릇에 담긴 떡국은 어쩐지 더 맛이 좋아보입니다. ⓒ 이효연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이효연의 '요리를 들려주는 여자 ' http://blog.empas.com/happymc/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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