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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리더십'을 추구하는 강금실 전 장관께

사회적 소수자를 배려하는 지도자를 바라며

등록|2007.10.25 08:51 수정|2007.10.25 08:50
"나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었기 때문에 약자의 아픔과 강자의 장점을 동시에 포용할 수 있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관악구 대울대학교 문화관 강당에서 열린 '서울대인을 위한 여성리더 초청강연'에서 한 말씀입니다.

서울대 여성연구소 주최로 열린 이날 강연에서 강 전 장관은 "소홀함을 받아본 사람이 소수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고 세상을 바라볼 때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며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끌어안고 갈 수 있는 리더가 갖춘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격려했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그녀가 초중등학교의 '남교사 할당제 추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우리 사회가 남성할당제까지 논의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잘라 말한 점입니다. 그 근거로 강 전 장관은"교육에 있어서 여교사와 남교사의 성별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들고 있습니다.

정의와 평등을 위해 고민할 때 직면하는 문제가 바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관한 입장입니다. 여성할당제나 지방대우대정책과 같은 경우도 남성이나 서울과 수도권 대학이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현실에 맞서 독점의 폐해를 인식하고 사회적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나온 정책이지요.

이러한 논의의 시초는 미국에서 논의된 적극적 차별철폐조치(affirmative action)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각 대학에서 신입생을 뽑을 때 실시하는 차별철폐제도는 주로 인종과 성별에 대한 배려로 사회경제적으로 마이너리티인 부류를 보호함으로써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제도입니다.

우리 사회에 적용하는 것이 시기상조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우리의 현실을 돌아봐야겠지요. 올해의 전국 초등학교의 여성 교사 비율은 73%입니다. 매년 신규 임용되는 초ㆍ중등 교사의 70~80% 가량도 여성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부산지역의 경우 작년에 100명의 초등신규교사를 뽑았는데 그 중에 남자는 단 2명에 불과했습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신규임용 교사 배치 기간이 되면 학교별로 남자 교사를 데려가려고 ‘로비’까지 벌어지기도 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이 ‘교원의 양성균형 임용에 관한 연구’라는 특별 과제를 수행한다고 하니 자세한 점들은 그 보고서를 통해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진정한 리더십’ 을 추구하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님께 묻고 싶은 질문이 있습니다.

‘남성위주의 사회’라는 주류에 맞서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고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여성할당제가 필요하듯이, 여성위주의 학교 현장에서 사회적 소수자이자 약자일 수밖에 없는 남자 교사의 아픔을 배려하는 것도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요?

양성평등이라는 가치도 사회적 다양성이 존중될 수 있도록 약자를 배려하며 남성과 여성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닌가요. 그 소중한 가치도 여성만을 위한 것으로 약자인 남성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면 반쪽짜리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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