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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51억 투자하면서 계약서 한 장 안썼다?

LK이뱅크 자본금 MAF 전환사채 구입에 사용돼

등록|2007.10.25 18:10 수정|2007.10.25 18:43

▲ 25일 여의도 금감위원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서혜석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2000년 12월 MAF의 홍보 브로슈어에도 이 후보가 회장(chairman)으로 되어 있다"며 "이 후보가 MAF의 회장이자 실제 소유자라는 증거가 아니냐"고 추궁했다. ⓒ 권우성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LK이뱅크 자본금이 2000~2001년 MAF의 전환사채(CB)를 매입하는 데 사용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 후보가 MAF의 경영권 확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지만, 이 후보는 "(MAF라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서혜석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가 대표이사를 맡았던 LK이뱅크가 2001년 2월 MAF의 전환사채를 매입했다는 사실이 이 후보 측이 미국 법원에 제출한 기록에 나온다"며 이 후보의 해명을 요구했다.

"LK이뱅크는 김경준의 권유로 회사 자본금을 MAF에 '가입'했을 뿐"이라는 한나라당의 해명과는 달리 이 후보가 나중에 MAF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CB 매입에 열을 올렸다는 주장이다. 서 의원은 "2000년 12월 MAF의 홍보 브로슈어에도 이 후보가 회장(Chairman)으로 되어 있다"며 "이 후보가 MAF의 회장이자 실제 소유자라는 증거가 아니냐"고 추궁했다.

▲ 이명박 후보를 '회장'(chairman), 김경준씨를 '사장'(president)으로 적시한 MAF의 홍보 브로슈어 ⓒ 서혜석 의원실

박형준 대변인은 24일 국회 브리핑에서 "MAF는 김경준이 운용하던 약 600억 규모의 펀드이고, LK이뱅크는 수많은 펀드 가입자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 후보가 자산 증식을 위해 MAF에 자본금을 예치했을 뿐이지, CB를 구입해 MAF의 경영권을 지배하기 위한 의도는 없었다는 얘기다.

박 대변인은 이튿날 오전 MBC 라디오토크쇼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도 "(이 후보 측 변호인단의) 5번째 소장의 전문을 판독해봤다. (박영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김경준이가 (LK이뱅크 자본금으로) 마치 전환사채를 산 것으로 얘기하는데 소장 내에서도 전환사채의 근거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의 미국 변호인단이 2007년 1월과 4월 현지 법원에 잇달아 제출한 소장에는 이 후보가 MAF의 전환사채를 구입한 사실이 명시되어 있다.

박영선 신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1월에 낸 소장에는 "김경준이 2000년 8월31일과 2001년 2월27일 MAF의 전환사채를 구입하기 위해 각각 38억원과 13억원의 LK이뱅크 자본금을 움직였다"고 되어있고, 4월에 낸 소장에도 "2001년 2월 LK이뱅크 자본금 450만달러(약 51억원 = 38+13)가 MAF의 전환사채에 투자됐다"고 적혀있다.

이 후보의 미국 변호사가 작성한 소장의 내용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경준이 제 멋대로 LK이뱅크 투자금으로 MAF의 전환사채를 사들인 것이 아니냐"는 논리를 제시했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정무위 회의장에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LK이뱅크가 MAF의 전환사채와 주식을 사들였음을 보여주는 도표가 실려있다. 그러나 차 의원은 "LK이뱅크가 MAF의 주식을 다량 소유했다고 해서 (이 후보가) MAF를 사실상 지배했다는 것은 운영자가 펀드 운영권을 가지는 헤지펀드의 속성을 모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만든 BBK 자금의 흐름도. LK이뱅크가 MAF의 전환사채와 주식을 450만 달러에 사들인 것으로 되어있다. ⓒ 차명진 의원실


같은 당 진수희 의원도 "지금까지 드러난 LK이뱅크의 MAF 투자금은 600억(또는 1200억)원중 51억원에 불과한데, 이 정도의 돈으로 어떻게 MAF의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도 뒤늦게 "이 후보는 LK이뱅크 투자금이 어떻게 쓰일 줄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박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는 'MAF가 최소 연 25%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는 김경준의 말을 듣고 MAF에 투자했는데 김경준은 이 돈으로 MAF의 전환사채를 샀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MAF의 전환사채가 존재하는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 가지 의아스러운 것은, 이 후보가 최소 51억 원의 투자금을 MAF에 보내면서도 계약서 한 장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 대변인은 "이 후보는 동업자(김경준)의 말을 믿었기 때문에 돈을 주기로 구두 약속을 했을 뿐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잔뼈가 굵은 이 후보가 우리 말도 제대로 못하는 동포사업가의 말만 듣고 거액의 투자금을 선뜻 넘겨준 것에 대해서는 좀더 많은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재성 신당 공보부대표는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이 후보가 국제사기꾼에게 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국제사기꾼과 동업한 건 뭐냐? 만일 이 후보의 주장대로 사기를 당했다면 그야말로 경제적 감각조차 없는 경제 지진아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후보는 이날 전북 전주에서 열린 지역 선대위 발대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MAF 회장을 맡았다는 의혹에 대해 "(MAF라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 25일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김영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현대상선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명박 후보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조사대상에 올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주가조작 기사가 실린 한겨레 신문을 들고 있다. ⓒ 권우성


▲ 2002년 히딩크 감독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조현범씨(히딩크 감독 오른쪽). 왼쪽은 이명박 시장의 아들 이시형씨. 이명박 시장은 연단 아래쪽에서 웃고 있다. ⓒ 권우성

한편, 같은 당 김영주 의원은 이날 정무위 국감에서 이 후보의 셋째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이 "현대그룹 관련인사들이 현대상선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조사를 진행중인데, 조사 대상에 조 부사장이 소유한 투자자문사도 포함됐다고 한다.

김 의원은 "조현범씨가 이 후보의 부인에게 1200만원짜리 핸드백을 선물해 줬는데, 주가조작으로 번 돈이 핸드백 사는 데 쓰인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이 후보 일가의 '귀족'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은 "조현범 부사장은 투자자문사에 투자금을 일임해 자문사가 어디에 투자했는지 알 수 없다. 이명박 후보의 사위가 주가조작 사건에 개입됐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고,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은 "현대상선 주가조작 건은 민원을 받아서 조사중인 사안이므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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