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 교회의 날' 네 번째 마당, '자신에게 길을 묻기'가 25일 오후 향린교회에서 열렸다. 교회 여성과 남성 및 이웃여성들이 패널로 참석해 교회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 박지훈
25일 오후 향린교회에서 열린 '2007 교회의 날' 넷째 마당, '자신에게 길을 묻기'. 패널로 참석한 교회 내 여성과 남성 및 이웃여성들은 한국교회 가장 큰 문제점으로 '선교의 폭력성', '이웃종교와의 갈등' 등을 꼽았다.
30여 년 동안 서울YMCA에서 활동을 해온 임건묵씨는 "한국선교는 가치지향이 아닌 양식지향적"이라고 지적했다.
"교회가 가치지향적 선교를 펼친다면 교회를 다니느냐, 안 다니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 즉, 어떤 삶을 살게 할 것인지에 역점을 둘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양식지향적 선교를 펼치고 있는 한국교회는 일요일 날 교회에 출석시키는 것을 선교로 본다. 선교의 알맹이를 가치로 생각지 못하고 형식적인 것을 중요시 하는 게 한국교회 선교의 근본 문제다"
알맹이 빠진 '예수천당 불신지옥' 소음 듣고 누가 교회 오겠나
▲ 임건묵씨 ⓒ 박지훈
정해성 목사(생명수교회)는 "선교는 결국 생명을 살리는 것이어야 하고, 정의의 원칙이 그 안에 있어야 함에도 한국교회는 선교를 대상으로 삼은 국가의 정의와 이웃종교에 대한 정의의 관계를 잊고 있다"며 "이런 방식의 선교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인적 경험담을 통해 '무례하고 공세적 선교'에 대한 기분 나쁜(?) 추억을 끄집어 낸 패널도 있었다.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 최서연 소장은 "목사들을 만나면 가끔 '당신이 원불교를 믿어서 참 불쌍하다'란 말을 종종 듣곤 한다"며 "가만히 있다가 소나기를 맞은 기분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사무처장도 "목사 친구들을 만나면 '너는 다 좋은데 교회에 안 다녀서 좀 그렇다. 교회만 다니면 우리와 끈끈한 소통이 이뤄질텐데'라는 소릴 자주 듣는다"며 "이는 기독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소통에 장애가 된다는 말인데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세상의 중심인 비정규 노동자에게 교회는 눈을 돌렸나
▲ 정애성 목사 ⓒ 박지훈
교회가 자신의 이익에 관련된 사안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기독교인인 이은영씨는 "기독교는 이름만 내세우기 바빴지 기독교 기업인 이랜드에서 이 사회의 아픔인 비정규직 문제가 터져 나왔음에도 돌아보지 않는다"며 "그러면서도 탈레반에 교인들이 납치되니까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회가 과거 민주화 운동 당시 외쳤듯이 사회와 사람들에게도 신경써야 하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금옥 사무처장은 "우리 몸의 중심은 머리나 심장이 아니라 아픈 곳이다. 손가락 하나가 베이면 모든 신경이 집중 된다"며 "사회의 아픈 곳이 세상의 중심이다. 한국사회에서 아픈 곳은 이랜드 비정규 노동자나 양극화 심화로 차별 받고 있는 이웃들이 있는 곳이다. 교회가 이같은 세상의 중심에 눈을 돌려야 하지 않겠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인간이 되면서까지 땅에 내려온 하나님이 사회의 아픈 곳을 돌아보지 않는 한국교회를 바라볼 때 마음이 많이 아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세속 가치를 경멸하면서도 교회 내 직분은 세상적인 성공의 지위에 머무른 이에게 돌아가는 현실에 대한 개탄도 나왔다.
임건묵씨는 "교회 기준이 영적가치라고 한다면 영적 수준과 도덕성이 높은 사람이 교회 장로가 돼야 함에도 현실은 세속에서 성공한 사람이 장로 직분에 오를 수 있다"며 "이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지향점을 상실한데서 오는 구체적 표징"이라고 꼬집었다.
1900년대 세상은 여성에게 투표권...100년이 지난 지금 교회는?
▲ 김금옥씨 ⓒ 박지훈
김금옥 사무처장도 "교회 내 성차별 문제는 사회보다 심각하다"며 "목사나 높은 직분에 있는 사람에 의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종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은폐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웃과 사회가 연대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기존 대형교회를 위시한 한국교회엔 희망이 없다며 새로운 흐름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건묵씨는 "복음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기 위해선 현재 제도교회가 변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여기 모인 이들과 같은 분들이 새로운 영성을 회복할 수 있는 신앙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금옥 사무처장은 "교회가 사회 내 많은 갈등을 풀기 위한 중재자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런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한 오늘 이 자리와 같은 성찰과 물음이 끊임없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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