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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 이벤트탕... 아무 때나 다 '이벤트'냐"

26일 이벤트업계 최초 세미나 열려, 이벤트에 대한 오해 성토

등록|2007.10.27 13:56 수정|2007.10.27 14:38
"정치인이나 언론사 기자들이 '이벤트'성 행사라고 하면서 폄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말을 들으면...솔직히 때려주고 싶었다."
"이벤트가 무엇인지 개념 정리도 잘 돼 있지 않다."

▲ '이벤트'란 말은 주위에서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 김대홍


지난 26일 한국언론재단 기자회견장에서 '이벤트 산업 발전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이벤트프로모션협회(회장 이각규)가 창립 9주년을 맞아 연 행사로, 이벤트 업계에선 처음 일린 세미나다.

업계 최초로 열린 행사인 탓인지 이날 행사장에선 업계 종사자들이 그동안 가슴에 담아뒀던 말을 가득 쏟아냈다.

포문은 전시교 협회 부회장(홍익대 SP이벤트 전공 교수)이 열었다. 그는 "100억 이상 매출을 올리는 이벤트업체가 여러 곳일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졌지만, 이벤트에 대한 인식은 바닥"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언론이 이벤트라는 단어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측면이 있지만, "한 달 수십여 개 회사가 새로 생기면서 과당 경쟁이 일어나고, 가격을 낮추는 제살 깎는 악습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업계 종사자들 또한 질책했다.

홍성용 MBC 애드컴 프로모션본부 본부장은 "97년 이벤트업계에 투신한 이후 나를 부르는 명칭이 사라져버렸다"고 말문을 열었다. 홍 본부장은 "업계 일부에선 이벤트 피디(PD)라고 부르지만, 논문이나 언론 등에선 단순히 '이벤트 종사자'라고 부른다"면서 "그만큼 이벤트 업체 실무자들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엑스포 효과, 월드컵 올림픽 능가해

▲ 한국이벤트프로모션협회 이각규 회장 ⓒ 김대홍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활동을 하고 있는 유영상 (주)퍼프컵 부사장은 "대규모 이벤트 행사인 박람회(엑스포)가 월드컵과 올림픽을 능가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에 따르면 도쿄올림픽(1964년) 당시 관람객은 200만명, 프랑스월드컵(1998년)은 280만명이었다. 그에 반해 오사카 엑스포(1970) 당시 관람객은 6400만명으로 이들 두 스포츠행사를 능가했다.

행사 기간으로 놓고 봤을 때 올림픽과 월드컵은 각각 15일, 40일로 최소 3주 최대 6개월 동안 열리는 엑스포와는 차이가 있다. 여수세계박람회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유 부사장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여수가 세계박람회 개최도시로 확정되면, 3개월 80여개국 10국제기구 10개 기업이 참여하며, 관람객은 내·외국인 포함 795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놀라운 수치를 밝힌 뒤, 유 부사장은 여수 엑스포 유치가 밝지만은 않다고 운을 떼면서,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엑스포'와 '지역축제'를 구분조차 못한다"며 다음과 같은 일화를 들려줬다.

"여수엑스포 유치를 하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는데, 어느 교수가 '여수와 남도의 아름다움을 담아야 하지 않느냐'고 하는 겁니다. 엑스포는 그게 아닙니다. 모든 나라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잡아서 다 함께 참여하게 하는 게 바로 엑스포입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선 '분단 국가' 운운하는 게 먹히지만, 엑스포에선 씨알도 안먹힌다는 것을 그 분은 모르신 거지요. 여수엑스포 주제를 '바다와 연안'이라고 잡은 것은 바다가 없는 국가들도 얼마든지 관심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유 부사장은 작심했는지 '실적 위주 엑스포 범람' 현상을 지적하며, 2009년 국내 한 광역시가 개최하는 엑스포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최소한 준비기간 6~7년에 예산만 1조가 드는 행사를 주먹구구식으로 밀어부치고 있다면서 '예산낭비'라고 한 것. 현재 해당 엑스포의 예산은 1700억원이며, 2003년 지자체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시기와 비용 면에서 유 부사장이 밝힌 기준과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 26일 한국언론재단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이벤트 산업 발전을 위한 세미나 ⓒ 김대홍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어, 체계화 작업 필요


이날 세미나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기준 이벤트업계 시장규모는 8330억. 매출액 규모가 250억을 넘긴 업체가 나올 정도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지방자치제도 도입 이후 각 도시마다 대형이벤트를 계속 기획하고 있어, 이벤트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인 성장에 비해 내실은 부족하다는 게 이날 참가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참가자들은 '과열 경쟁' '덤핑' '주먹구구식 통계' 등 업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성을 촉구했다. 또한 기본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많은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며, '이벤트 붐'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벤트업체들이 자신들만 생각하다 보니까 잘 모이지 않는다', '발언권을 높이기 위해선 고도의 직업윤리가 있어야 한다', '1회성 행사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선 품질관리, 사후관리, 실명제 등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와 같은 의견도 나왔다.

김명호 문화관광부 서기관은 "제대로 된 수치와 통계가 나와야 정부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다"면서 정부 지원 부족을 탓하기 이전에 체계화 작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어 "회사마다 납품 가격이 다르다면서 품목에 대한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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