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출마설'에 날개 달아주는 <조선>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중앙><동아>와 차별화.. '고위험-고수익' 노리나
▲ 대선출마설로 관심을 받고 있는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가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재단빌딩에서 열린 '독도의 날 제정 선포식'에서 축사를 한 뒤 행사장을 나오자, 지지자들이 대선출마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권우성
요즘 <조·중·동> 세 신문 쪽으로 눈길이 자주 간다. 특히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다루는 세 신문의 '미묘한 차이'가 자꾸 눈에 밟힌다. 뭐라 할까? '미묘한 신경전'이 읽혀지기 때문이다.
눈앞의 승리를 앞두고 벌써부터 전리품 배분에 신경이 쓰이는 탓이기도 하겠지만, 그 이후의 간단치 않은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주도권을 잃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조선일보] 이회창 측 정황 보도... 특보 말 인용해 "반드시 나간다"
▲ <조선일보>의 29일자 보도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를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 <조선일보> PDF
이흥주 특보는 "현재 고공행진하고 있는 이명박 후보가 계속 그렇게 됐으면 좋겠지만 (이 후보에 대한)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정권교체를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이명박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 특보는 "이 전 총재는 1997년 정권을 넘겨준 것과 같은 '제2 이인제'의 길을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여러 가지 형태의 자기희생을 포함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범여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일종의 '단일화 방안'도 검토 대상이라는 이야기다.
<조선일보> 주용중 기자는 관련 해설 기사('이명박·이회창측 폭풍전야')에서 이명박 후보 캠프 회의에서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 전 총재가 반드시 나온다, 대비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이명박 후보측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회창 전 총재 측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이명박 후보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자꾸 흔들리고 있는 마당에 이 전총재가 (출마를) 돌이키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한 측근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 전 총재의 출마가능성은 100%에 가깝다"는 한나라당 중진 의원의 '확신'도 같이 전했다.
<조선일보>가 이처럼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나선 것은 무엇보다 이 전 총재 측의 최근 분위기가 '출마'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여러 가지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인 듯하다. 오늘 기사의 큰 줄거리도 결국은 이 전 총재의 '반응'을 배경에 깔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인 정인봉 전 의원이 지난 25일 이 전총재를 만나 출마를 권유했더니 이 전 총재가 "내가 고민해볼게"라고 짧게 답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포기할망정 이 전 총재의 마음이 당장은 자꾸 출마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한 '발언'이다. 이명박 후보 측이나, 이회창 전 총재 측으로서나 ‘폭풍 전야’ 같은 피말리는 순간일 수도 있겠다.
말할 나위 없이 이명박 후보 측으로서는 이회창 전 총재가 제발 사고를 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어떻게든 이 전 총재를 주저앉히는 게 급선무일 것이다.
[중앙일보] 이명박 측 반응 보도... 이재오 인터뷰서 "잡음 용납 못해"
그런 점에선 <중앙일보>가 오늘 소방수를 자임했다. 1면에는 정권교체를 방해하는 '잡음'은 용납 못한다는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이 인터뷰에서 이재오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에 이명박 후보를 대표선수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 세력이 있다"며 "이제 이들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분위기를 다잡았다. "이회창 전 총재 주변에 출마를 권하는 기류도 있다"고도 했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 움직임에 대해서도 쐐기를 박았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을 알고 있고, 두 번의 출마 경험도 있는 분이니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보면서도 그의 출마로 정권교체에 실패하게 된다면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엄중 경고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6면에는 이회창 전 총재의 '2002년 대선 핵심 선대위원' 친목모임인 '함덕회'에 이명박 후보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참석했다는 소식을 실었다.
전체적으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이회창 전 총재 측과 한나라당 안팎의 분위기를 전한 기사였지만, 기사의 전체 맥락은 '진화' 쪽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 쪽의 부정적 반응, 이회창 전 총재의 공식 행사 취소 움직임, 주변의 부추기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식의 함덕회 참석자들의 '전언'이 주로 소개됐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침묵... '과기정위' 단독보도의 위기 때문인가
한편 <동아일보>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난 주말 터트린 '과기정위 국감 의원 향응에 2차' 단독보도가 특종이 아니라 대형 오보가 될 위기 상황 때문인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최근 BBK 의혹 제기 때 이명박 후보에 대한 백기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던 <동아일보>이고 보면 ‘이회창 문제’를 가능하면 건너뛰기로 작심한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어쨌든 'BBK'나 '이회창' 문제에 대한 <조선일보>의 태도는 <동아일보>나 <중앙일보>에 비해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동아>와 <중앙>이 소극적이거나 소방수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반면 <조선일보>는 적어도 내놓고 그런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는 않다.
물론 <조선일보>의 태도를 제대로 짚자면 그것은 다른 사안과의 '형평' 속에서 견줘보아야 할 것이다. 가령 노무현 대통령과 문국현 후보와의 연대설 등을 부인하면서 "대통령은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 외에 지지할 후보가 없다는 생각을 분명히 밝혀왔다"는 <청와대브리핑>의 내용을 언급해 <조선일보>는 "노 대통령이 정동영 후보 지지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그것도 '1면 머리기사'였다.
그렇다면 대선 국면에 최대변수가 될 수 있는 '이회창 출마 검토(기사 문맥대로라면 '출마시사'에 가깝다)' 기사의 비중은? 결코 '1면 머리기사'에 손색이 없을 터이나 '2단 기사'에 그쳤다.
이것만으로도 <동아일보>나 <중앙일보>와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그 차이란 것이 따지고 보면 지극히 '정략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다른 말로 하자면 <동아일보>나 <중앙일보>가 최소한의 '기본'에 있어서 <조선일보>보다 한 수 아래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과를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조선일보>는 BBK의혹과 이회창 전 총재의 움직임에 대한 적극적 보도를 통해 '정보' 측면에서 한발 앞서가는 것은 물론 범보수진영 내에서 그 정치적 발언권을 더 키울 수 있는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게 될 터이니 말이다.
조금 위태롭기는 하지만 많이 남는 장사다. 바야흐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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