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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오형제의 ‘함 팔기 대작전’

오의영ㆍ장소연 예비부부 함 들어가는 날, 도심 대로변 왁자지껄

등록|2007.10.29 19:19 수정|2007.10.29 19:45

대로변에 자리잡은 함진아비 이강문대로변에서 돗자리를 깔고 자리랍은 함진아비 강문이가 술상을 받는 모습 ⓒ 정대희



대학시절 흔히들 말하는 CC(캠퍼스 커플)로 만나 무려 8년이란 시간동안 연애를 즐기고(?) 마침내 기나긴 연애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내 친구. 다음 달로 결혼 날짜를 잡은 내 오랜 친구를 위해 지난 주말 죽마고우 5명이 대전으로 함을 팔러 갔다.

1단계 '함을 싸라!'

결혼 전 미리 신혼집을 마련,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친구집에서 반가움을 나누는 것도 잠시, 우리 독수리 5형제는 '함을 둘러쌀 천을 어떻게 묶어야 하는지?'부터 몰라 고전을 하기 시작했다.

"함 풀데 잘 풀려야 잘 산다고 하더라, 애들아 잘 풀리게 잘 묶어라."
"그냥 훔쳐 매면 안되는 거구나! 근데 안 묶고 어떻게 싸냐?"
"일단 둘러 매보자."


우선 천을 둘러매기 시작한 것은 오지랖을 자랑하는 영원한 '말재환'(김재환)과 요즘 부쩍  '훈남 이미지'를 과시하며 여성들의 인지도를 얻고자 하는 '붕어'(정태훈). 천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함을 싸기 시작하자 나를 비롯한 이강문(그러고 보니 너는 닉네임이 없구나)과 ,'뚱재환'(이름이 김재환인데, 뚱뚱한 몸집에 빗대 붙여진 별명)이 '함 싸기'에 참여했다.

"야 너무 이상하다. 정성이라고는 전혀 들어가지 않은 것 같은데"
"인터넷에 물어봐, 영딸아(예비신랑 오의영) 컴퓨터 되냐?"
"아직 인터넷 안 되는데, 니네 누나들 시집갈 때 못 봤냐? 이런 거?"
"몰라, 그때는 이런 거 생각도 안해봤지."


너저분해 보이는 함을 보면서 그동안 무려 3명의 누나를 시집보낸 나조차도 함을 어떻게 싸는지 몰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급기야 큰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허나 누나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매형도 '함'을 샀던 집에서 싸 준 것이라 하였다. 그러면서 잘해 보란다.

다시 천을 다 풀어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 시작한 우리는 몇 번의 실패를 거쳐 마침내 '함 싸기'에 성공을 하였으나 들고 나가는 과정에서 다시 풀어져 한 번 더 수고를 해야만 했다. 마침내 함을 다 싸고 예비신부의 집으로 향하면서 우린 차 안에서 약간은 들뜬 마음으로 본격적으로 '함 팔기' 작전을 구상했다.

2단계 흥정에 성공하라!

예비 신부의 집 약 100미터 앞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은 우리 독수리 5형제는 긴장된 마음을 달래며 초롱불을 붙이고 함을 들었다. 초롱불은 나와 뚱이 나누어 갖고, 몸무게가 무려 0.1톤에 이르고 건실한 어깨를 자랑하는 강문이에게 함을 들러 매어주며, 얼굴에는 집에서 손질한 마른 오징어를 씌워 주었다.

"하나, 둘, 셋 함~ 사세요!"
"둘, 셋 함~ 사세요!"

시작하면서 약간 창피하기도 하였지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나니 없던 용기도 조금씩 살아나면서 자신감을 키어 나갔다.

"야 배고프다. 나오면 무조건 먼저 술상 좀 봐달라고 하자."
"야 소주 말고 양주 달라고 해 양주."
"영딸이가 이바지 음식 많이 갔다 줬다고 하던데..."
"너무 먼 거 아냐? 말하고 붕어 니네가 집 앞에 가서 소리 지르고 와라"


가을 밤 쌀쌀한 날씨에 약간 움츠린 모양으로 신부측 사람들을 기다렸다. 그런데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도통 사람이 나오지 않아 독수리 2마리를 집 앞으로 출동시켰다. 그랬더니 이내 반응이 왔다. 저 멀리에서 몇 명의 여성들이 걸어오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내심 기쁨에 미소를 머금고 우리는 소리쳤다.

"함~사세요, 함~사세요!"

술 상 받어요~신부측 친구들이 술상을 가지고 걸어오는 모습 ⓒ 정대희



함 팔기 초보생인 우리처럼 신부측 친구들도 이런 경험이 전혀 없는 듯했다. 잘 차려진 안주와 맛 좋은(?) 소주가 담긴 술상을 그만 '휘청' 하더니 안주접시 하나를 바닥에 떨어뜨린다.

"일단 한잔들 잡수고 하세요."
"함진아비부터 한잔 받아먹어라."
"자~ 한잔 받으세요, 자 여기 옆에 친구분들도 한잔씩 받으시고요"


신부회사 누님이라는 분이 술잔을 한잔씩 돌린다. 날씨도 춥고 배도 고프고 해서 그런지 우리 모두 넙죽 넙죽 잘도 받아먹었다.

"소주 말고 양주 먹고 싶은데 양주 없어요? 양주."
"집안에 다 차려 놨어요. 어서 들어가요~"
"술을 먹였으면 안주를 줘야지요. 옆에 여성분들이 안주도 입에 안 넣어주네."
"알았어요. 안주 주면 몇 발짝 앞으로 가는 거예요."
"알았어요, 알았어."


소주와 안주를 적당히 먹은 우리는 옥신각신 몇 번의 거래(?) 끝에 돈 봉투를 즈려 밟고 전진을 하였다. 허나 집이 가까워질수록 속도를 조금씩 늦추고 흥정을 하기 않기 시작했다.

"양주 가지고 온다고 하더니, 양주 못 먹으면 가지 말자"
"좋아, 양주 갔다 달라고 하자"


양주 없이는 들어가지 않기로 다짐을 한 우리는 버티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급기야 신부측 이모분이 전선(?)으로 뛰어 들어오셨다.

"양주 가지고 오면 들어가는 거야?"
"양주 먹으면 좀 앞으로 가지요."
"그래 알았어 양주 가지고 오라고 했으니까? 먹고 들어가는 거다."
"신부 친구들 노래도 듣고 싶어요."
"우리는 노래 못 불러요."
"애들아 그러지 말고 언능 노래 불러라."


한주를 한잔 먹고 우리 독수리들은 신부친구들의 노래를 듣고 싶다며 때(?)를 쓰기 시작했다. 허나 쉽게 노래를 부르지 않는 신부친구들이 또 조건을 단다. 노래 부르면 집에 들어가는 거냐고? 우린 일단 대답했다. 오케이.

흥정하는 독수리 5형제신부측 사람들과 흥정을 하는 독수리 5형제 모습, ⓒ 정대희



"양주도 먹고 노래도 불렀으니 이제 들어가야지."
"밟고 갈 것이 없어서요."
"양주 먹고 노래 부르면 들어간다며, 이제 와서 딴 소리 하는 거야?"
"밟고 갈게 있어야 가지요."
"남자들이 약속을 안 지키고. 함 안 받어, 도로 가지고 가."
"그래, 애들아 가자."


신부측에서 총대(?)를 매고 등장한 이모님이 초롱불을 '탁'치며 가지고 가라고 한다. 약간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린 '원래 이런 사람 꼭 있어 절대로 마음 약해지면 안돼!'하며 마음을 다지며 각오를 남달리 하였다.

허나 약간 위축된 건 사실이었다. 서로 조금씩 눈치를 보며 '진짜 화나셨나? TV보니까 함 들어가는 날 대판 싸우는 경우도 있던데' 하는 생각을 했다. 치열한 전투(?) 후 잠시 동안 적막함에 담배 한 대씩 피우며 다시 우린 소리를 치르기 시작했다. 신부집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십분 활용하여 소리치기 시작했다.

"함~사세요, 함~사세요, 함~사세요."

신부측 사람들이 다시 나왔다. 이번에는 총 출동을 했다. 장비를 재점검하고 마음 약해지지 말자고 다짐을 하며 다시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어두워지는데, 언능 들어가자고."
"밟고 갈 것이 있어야 들어가지요."
"자 좋아 여기 하나, 또 여기 하나...."
"너무 멀어요, 좀 가까이 놔 주세요, 함진아비가 숏다리라 다리가 닿질 안네요."
"알았어, 여기, 조금 더 크게 움직여봐, 그래, 여기 에이 또 그런다 크게 걸어봐"

집이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소리도 더 크게 지르고 '땡깡'도 더 부리기 시작했다. 들어갈까? 말까? 들어가다 말까? 하면서 계속 흥정을 하다 보니 어느새 주변에 사람이 제법 모여들었다.

"자 연기 큰 거 들어 있으니까 이거 밟고 집안까지 들어가는 거다."
"네, 좋습니다."
"자 여기 언능 밟어, 시간 너무 늦어진다."
"자 애들아 함진아비 들어라 마지막 발이다. 으라차차~~"


주변 사람들의 환호성과 함께 모든 거래(?)를 마친 우리는 영딸이에게 함을 넘겼다. 이제 새롭게 가정을 꾸리는 영딸이가 문 앞에 놓인 '박'을 산산조각내고 집안으로 들어가면서 독수리 5형제의 함 팔기 대작전은 대단원의 시끌벅적한 막을 내렸다.

행복하게 살아라오의영, 장소연의 웨딩촬영한 모습. 행복하게 잘 사시오. ⓒ 정대희



3단계 행복하게 잘살기

영딸ㆍ소연아 행복하게 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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