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밥먹고 똥만 싸지만 그래도 내딸은 하느님의 선물"
[이사람] 불치병 '영아연축' 앓는 딸 기르는 장동철씨
▲ 미소 불치병을 앎은 딸아이의 고통 속에서 피어난 웃음이라 그런지 더 환하다. ⓒ 최종수
자식은 부모의 분신이다. 그래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존재라 말한다. 늦둥이 딸일 땐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아픈 딸이 있다. 아픈 딸을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도 없을 텐데 오히려 축복이라고 말한다.
장동철(54)씨와 1박 2일 동안 함께 지냈다. 고통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삶은 색다른 그리움을 일으킨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딸 아이 때문에 흘린 눈물과 쓰라린 절망 때문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일 때가 그러했다.
▲ 모녀영아연축을 앓고 있는 딸을 안고 있는 엄마 ⓒ 최종수
보통의 부모라면 빨리 죽기를 바랄 것인데, 오히려 딸아이가 우리 가정의 보배라고 말한다.
"우리 아이가 3개월이 되었는데도 눈을 맞추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남에게 못할 짓을 한 것도 없는데 왜 그럴까. 하늘이 원망스러웠죠. 딸 아이 때문에 이 병원 저 병원, 여기 저기 한의원과 한약방, 좋다는 곳은 다 가보았죠. 일생을 이렇게 살아야 하나. 오늘 밤이라도 아이가 세상을 떴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죠. 그런 어느 날 평화신문을 보았습니다.
'선천성 골형성 부전증'을 앓는 두 청년이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는 기사였습니다. 누워서만 지내는 두 아들을 공부시켜 검정고시에 합격시킨 것이 감동을 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뼈가 너무 약해서 팔이 부러지고 나면 다리가 부러지는 것이었습니다. 깁스투성인 두 아들의 불치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내를 설득하는 형제님의 말이 제 무릎을 치게 만들었습니다.
'하느님이 수많은 사람들을 만들기 때문에 더러 실수를 하기도 하잖아. 그런 아이를 내다 버릴 수도 없고 죽일 수도 없잖아. 이렇게 아픈 자식을 사랑으로 잘 돌봐줄 부모가 누군지 온 세상 사람들을 다 찾아보지 않겠어. 우리가 가장 잘 돌봐볼 것 같아서 우리에게 두 아들을 보낸 것인데 우리가 사랑으로 잘 돌봐야 하지 않겠어' 하는 대목이 제 뒤통수를 후려치는 거예요. 우리 아이는 우리에게 보낸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것을 우리 부부가 그 때 깨닫게 된 거죠. 그 신문을 읽고 우리 부부가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아들의 동생 사랑도 극진했다. 자식을 보면 그 부모를 알 수 있다고 했던가. 딸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 아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 것일까.
▲ 천사와 부모불치병을 앓은 딸의 부모 닮지 않게 밝다. ⓒ 최종수
"우리 아이는 다운증후군처럼 얼굴이 이상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멀리 하지는 않으니까 다행이에요. 보는 사람마다 천사 같다고 하니까요."
불치병을 앓은 자식을 둔 것도 가슴 아픈 일인데 사회의 편견까지 존재하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뼈아픈 고백이 아닐 수 없다. 장애나 불치병은 천 명이나 만 명 중에 한 사람이다. 나도 그런 장애자로 태어날 수 있었고, 우리 모두는 예비 장예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장애나 불치병은 나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붕어가 물속에 살기 때문에 물의 존재를 모른다고 한다. 건강하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들인데, 무엇이 행복인지도 모르고 행복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우리들의 모습. 우리의 행복은 어쩌면 장애나 불치병을 앓는 사람들 덕분인지도 모른다. 내가 앓아야 할 병을 대신 앓아주는 사람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나 불치병을 앓는 이들을 사랑의 눈빛으로 본다면 그 눈길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또 다른 나일 수 있는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손길이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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