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녘으로 메뚜기 사냥 한번 나가볼까요?
[포토에세이] 파리채를 들고 메뚜기 사냥에 나선 할머님들
▲ 산국길가에 산국이 지천으로 피어있습니다. ⓒ 이인옥
오늘날의 농촌 들녘에는 어르신들이 낫을 들고 벼를 베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계가 논을 한 바퀴 빙 돌고 나면 바른 자세로 공손히 인사를 하던 벼들이 가지런히 누워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들의 모습에서 지난날들을 떠올리며 꿈에 부풀었던 모습을 회상하듯 쓸쓸함이 묻어납니다.
▲ 단풍가을 옷을 곱게 입은 나무의 모습 ⓒ 이인옥
토요일이던 지난 10월 24일, 국도를 타고 충북 진천을 지나면서 잠시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막 탈곡이 끝난 논에서 파리채를 들고 다니는 할머님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고속도로를 달리지 않고 국도를 이용하는 이유는, 지나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자연경관과 삶의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국도를 이용하여 차를 달리곤 합니다. 국도를 타고 달리면서 만나지는 모습들을 사진으로 담는 일이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줍니다.
▲ 단풍나무활활 타오르는 단풍잎의 고운 모습 ⓒ 이인옥
사진기로 몇 번을 연속하여 할머님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단풍든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 향하는 할머님들의 모습에서 정겨움이 느껴집니다. 두 분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시야에서 멀어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는 제 얼굴에 들국화를 닮은 웃음이 피어납니다.
▲ 정담할머님들이 정담을 나누며 길을 걸어갑니다. ⓒ 이인옥
논으로 다가가자 할머님 두 분이서 파리채로 무언가를 열심히 잡고 계셨습니다.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파리채를 들고 지푸라기가 누워 있는 논바닥을 툭툭 치며 연방 무언가를 잡아 비닐봉지에 담고 계셨습니다. 다른 한 할머님께서는 앞치마를 두르고 그 안에 작은 비닐봉지를 넣고는 무언가를 잡아서 비닐봉지에 담으십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물어보자 메뚜기를 잡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주변을 둘러보자 사방에서 메뚜기가 팔딱팔딱 뛰며 할머니와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 메뚜기 잡는 모습파리채로 메뚜기를 잡는 모습 ⓒ 이인옥
무릎 가까이 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파리채를 들고 메뚜기를 잡는 모습을 이곳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 메뚜기 잡이풀숲에서 메뚜기를 잡는 모습 ⓒ 이인옥
어렸을 때 많이 보아왔던 모습이기 때문에 그래도 쉽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메뚜기들이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굳이 묻지 않았습니다. 포장마차에서 술안주로 사용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농촌 들녘논에서 메뚜기를 잡는 할머니의 모습 ⓒ 이인옥
메뚜기는 수분이 23.6%이며, 당이 100g, 단백질이 64.2g, 지질 2.4g, 회분 3.5g, 칼슘 25mg, 인 585mg, 철 42mg, 비타민 A 92 IU가 함유되어 있으므로, 주로 영양식이나 술안주등 간식 및 약용으로 사용되는데 주로 포장마차에서 술안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요즘은 농촌에서 농약을 사용하여 농사를 짓기 때문에 메뚜기 떼가 흔치 않습니다. 운 좋게 메뚜기 떼를 만났던 곳처럼 산간지역의 유기농으로 쌀을 생산하는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장면입니다.
▲ 메뚜기 잡이논뚝 개울가에서 메뚜기를 잡는 할머니의 모습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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