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전과자 인순이 된 김현주, 사람이 예쁘다
[현장] <인순이는 예쁘다> 제작발표회
▲ KBS 수목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 제작발표회가 31일 열렸다. ⓒ KBS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으로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을 갖고 있다. 사람이 그 무엇보다 예쁘다란 걸 표현하고 싶다."
<풀 하우스> <넌 어느 별에서 왔니?>로 감성적이고 예쁜 사랑 이야기에 능한 표민수 PD가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극단적인 상황을 끌어들였다. 제목부터 예쁘다는 인순이는 '예쁘지 않은' 전력을 '낙인'처럼 지닌 소유자다.
11월 7일 처음 방송하는 KBS 수목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 제작발표회가 31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렸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로 일찍이 호흡을 맞춘 표민수 PD와 정유경 작가가 이번에도 같이 손을 잡고 만드는 작품이다.
오랜만에 배우로 복귀하는 김현주가 고2 때 우연하게 살인을 저질러 전과자로 험난한 인생을 사는 주인공 인순이를 맡았고, 김민준이 어려서 인순이를 좋아했던 기억을 지닌 문화부 기자 유상우를 맡았다. 이완이 부모 없이 어려서 인순이네 얹혀살던 까칠한 남자 근수를 맡았다.
표민수 PD는 "기본적인 목표 자체는 전과자가 되었다 안 되었다가 중요한 게 아니고, 그 다음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떻게 잘 치유를 해갈 것인가"라고 설명했다.
그런 의도가 적중한 걸까? 김현주는 이 드라마로 마음이 편해졌다고 누차 말했다. 김현주는 "많은 분들이 이 드라마를 본 뒤에 조금 더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그동안 뜻밖에 오랜 휴식 기간을 지닌 데 대해 김현주는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며 "너무 돌아보지 않고 달려온 거 같아서 반성의 시간도 갖고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고 밝혔다.
▲ KBS 수목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 제작발표회가 31일 열렸다. ⓒ KBS
다음은 김현주와 나눈 일문일답.
쉬면서 삶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 뭐랄까. 예전보다 편해 보인다?
"삶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 누구나 인생 터닝 포인트 있잖아. 나한텐 쉬는 2년이 그랬다. 얼마 전에 누가 그러더라. 전엔 날카로운 칼이 서 있는 것 같았는데 너무 편해 보이고 예뻐 보인다. 지금 이 드라마가 그렇다."
- 스스로 자신감 결여 상태라고 했다. 뜻밖이다. 항상 보면 자신감 있고 밝고 명랑했지 않나?
"배우 김현주여서 많은 분들이 연기하며 슬럼프 아니겠냐고 말하지만, 난 그냥 인간 김현주로서 그랬던 거 같다. 누구나 그런 때가 있지 않나. 제가 서 있을 곳이 어딘지 잘 몰랐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른 사람, 주변 가까운 사람들이 나에게 뭘 바라는지 모르겠고, 그런 자신감 결여, 그랬다. 내가 생각이 많아서 그랬던 거 같다."
- <인순이는 예쁘다> 촬영은 어땠나? 김민준과 이완, 두 남자 배우를 비교하자면?
"촬영장은 되게 즐겁다. 감독님이 무척 편하게 해주신다. 이완은 어리지만 터프하고 남성적인 게 있고 김민준은 부드러운 면이 있다. 어렸을 땐 이완처럼 강한 남자 스타일이 좋았는데 지금은 김민준 같은 부드러운 남자가 좋다."
- 오늘 예뻐 보인다. 쉬면서 특별히 관리했나?
"쉬면서 되게 자유인으로 살았다. 관리한다는 거 없고, 드라마 시작하기 얼마 전부터 그랬다. 오늘은 화장이 좀 짙어서 그런 거 아닐까? (웃음)"
- 지금껏 맡은 역들이 인순이와 비슷하지 않았나?
"인순이는 상당 부분이 그냥 인간 김현주하고 많이 비슷하다. 전에 했던 작품하고 기본 베이스만 따진다면 많이 비슷할 수 있다. 밝게 살아가는 아이라는 게 비슷할 수 있지만, 잘 본다면 분명 차이점이 있다."
- 쉬면서 뭘 배웠다던데 뭘 배웠나?
"꽃도 배우고 그림도 배우고, 내가 만드는 걸 늘 좋아해서 그런 걸 늘 했다. 지금도 화가 난다거나 마인드 컨트롤이 안 되면 바느질을 한다. 잡생각 없이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가장 좋아하는 취미다. 아무 생각 없이 계속 재봉틀 질을 하거나 손바느질을 한다. 가방도 만들고 실내화도 만든다. 주로 가방 만든다. 가방을 좋아해서."
▲ <인순이는 예쁘다>로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하는 김현주. ⓒ KBS
- 인순이는 살인 전과자다. 전과자 역할을 하면서 어땠나?
"난 내가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편견 덩어리임을 알았다. 살인 전과자라서 갖는 어둠이나 그때 겪었던 공포감이나 그런 걸 인순이는 갖고 있지 않다. 더구나 이 드라마는 그 이후 삶을 얘기하려는 거지, 살인 전과는 중요한 건 아니었다. 이 드라마에선."
- 그런데 왜 그리 오래 쉴 생각을 했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게 싫은 거? 내가 나를 못 보겠는 거? 보이지 말자. 안 보였음 좋겠다 이런 거? 옛날 내가 출연했던 드라마 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땐 고생도 많이 했지만 참 즐겁게 촬영했던 거 같아. 지금은 왜 그런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거지?"
- 거울로 보는 자신이 싫었던 건가? TV에 나오는 자신이 싫었던 건가?
"그냥 김현주는 너무 좋고 사랑하는데, 배우도 아닌 연예인 김현주는 싫었다. 그냥 한 인간으로서 김현주, 여자로서 김현주는 너무 밝고 긍정적이고 나를 사랑하는데, 내가 배우로 연예인으로 김현주는……. 많이 부족하단 생각? 내가 연기만 하면서는 살겠는데, 한국에선 배우가 연기만 하면서 살 수는 없잖아? 여자 연예인으로 살아야 하는데……. 한동안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내가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그런 건 없지만 그런 게 하나하나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드러나더라. 그건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는 내가 갖고 있어야 하는 거 같다. 그만둬? 다른 일을 해? 다른 일을 한들 똑같은 반복이지 않을까?
최근엔 즐기고 순간순간 자기 의사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좋은 거 같다. 난 항상 참다가 일이 커진다. (웃음) 촬영하면 촬영하고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아후! 그때 할 걸!' 하고 후회하는 게 제일 어리석은 거 같다."
- <인순이는 예쁘다>, 이 드라마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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