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국화차 만들어 이웃과 나눠보세요"

요즘 우리집은 국화 향기에 취해 산다

등록|2007.11.01 10:42 수정|2007.11.01 10:45
요즘 우리집 안방에도 마당에도 국화 꽃 향기가 진동을 한다. 생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조화는 더욱 아니다. 바로 국화 말린 것 때문이다.

국화 찐 것국화를 막 쪄낸 것이다. 소금을 넣고 쪄내면 색깔도 선명하고 상하는 것도 방지한다"고 아내가 일러 주었다. ⓒ 송상호



지금이 국화꽃 전성시대라는 것은 조금만 마음을 열어 들에 나가보면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들녘에 나가서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들국화 가족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게다.

노란 물결을 보면 ‘내 누님 같은 꽃’이라던 시구도 생각이 나고,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라는 시구도 절로 생각 난다. 가을의 가장 마지막에 핀다는 국화꽃, 아니 들녘에선 한 해의 가장 마지막에 핀다는 꽃이기에 소쩍새가 봄부터 울어야 필 수 있는 꽃이라 노래했을 거라 생각하니 더 정겹다. 

이렇게 나 나름으로 좋은 상상을 하며 들녘을 걷고 있는 반면 함께 산책 나온 아내는 생각이 다른 데 가있다. 그렇다. 바로 들국화를 뜯어서 어떻게 하면 국화차를 만들어 낼까에 온 신경이 다 가 있다. 그러면 나의 상상의 나래는 산산이 부서지고(?) 아내의 행동에 장단을 맞추어야 한다. 그래야 아내에게 사랑받는 남편이 될 테니까.

그런 식으로 들녘에서 뜯어온 들국화 한 보따리는 고스란히 국화차의 원료가 된다. 사실 집에서 키운 ‘집국화’는 벌써 국화차가 되어 우리의 입맛을 즐겁게 해주고 있은 지 오래다.

“오늘 국화차를 들고 갔더니 인기 만점이더라고요. 어르신들 초청 행사에 그 국화차를 내 놓았더니 다들 맛있고 향이 좋다며 칭찬이 자자해서 기분이 좋았어요.”
“오호. 그래서 또 국화차를 만드시겠다고?”
“그럼요. 우리도 두고두고 먹어야겠지만, 직장 언니들에게도 여기저기 나눠주려면 할 일이 많은 걸요.”


국화 말린 것국화를 쪄서 거의 말라 가는 것이 우리 집 '안방'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금만 더 말리면 소위 국화차가 되는 것이다. ⓒ 송상호


아이고 참, 우리 아내 누가 좀 말려줬으며 좋겠다. 저러면 쉬는 날만 되면 분명히 국화 뜯으러 가자고 그럴 텐데. 국화만 뜯는 게 아니라 국화를 쪄서 말리는 것도 하루 이틀에 되는 일이 아닌데. 아내가 또 이번 가을엔 국화에 미치겠구나 싶지만, 왜 이리 내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는지.

좋은 것은 나눠야 할 터. 이 정도 자랑하고 우리 아내가 국화차 만드는 순서를 간략하게 말하고자 한다. 이것은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에게 듣고 아내가 스스로 터득한 방법으로 별다른 것은 아니다.

먼저 국화를 뜯는다. 만발한 것보다 조금은 아쉬운 듯 핀 게 향기도 좋고 맛도 괜찮다. 그 국화를 ‘찜솥’에다 넣고 쪄야 한다. 가끔 볶기도 하고 삶기도 하지만, 역시 찌는 것이 맛이 제대로 난다. 이 때 소금을 약간 넣어서 찌면 색깔도 선명해지고 맛도 좋아질 뿐만 아니라, 오래 보관해도 쉽게 상하지 않는다.

쪄낸 후 양지나 음지 상관없이 잘 펴서 말리면 된다. 말리는 기간은 약 5~7일. 국화의 상태를 봐서 더 할 수도 덜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말려서 보관하면 겨우내 먹을 수 있는 국화차가 된다. 손님 올 때 내놓는 특별한 차도되겠지만, 주전자에 끓여서 그냥 보리차처럼 수시로 먹어도 부담 없이 좋다.

이 정도면 왜 우리집 방과 마당에 국화 향기가 진동을 하는지 눈치 챘을 것이다. 방에도 국화를 말리고 있고, 마당 양지 바른 곳에도 국화를 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때론 국화를 부엌에서 쪄내면 향기가 장난이 아니다. 그 향기만 맡고 있어도 벌써 국화차를 다 마셔버린 것 같다. 이래저래 요즘 우리집은 국화 향에 취해 산다.

한술 더 뜬 아내는 ‘국화주’ 이야기를 한다. ‘국화주’도 맛있을 거라며 벌써 결심이 선 게다. 사실 그러고 보면 올봄에 진달래 화전, 쑥 버무리, 진달래 술 등을 해먹은 전과(?)가 우리 집엔 있다. 이웃과 나누는 풍성함과 그윽한 맛과 향기를 동시에 주는 효자 꽃인 국화로 차  한 번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 집은 경기 안성 금광면 장죽리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duamo 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