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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모욕하는 게 '예수님 리더십'인가

[손석춘칼럼] 걱정하지 말라는 이명박 후보를 걱정한다

등록|2007.11.01 10:57 수정|2007.11.01 11:39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무릇 모든 종교는 신성하다. 다만 종교가 하나가 아니기에 모든 민주주의 국가는 종교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한다. 문제는 자신의 종교만 옳다고 고집하는 사람들이다. 다른 종교를 살천스레 탄압도 한다. 근본주의가 위험한 까닭이다.

한 국가의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근본주의적 종교관을 지닐 때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라크를 침략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근본주의'가 대표적 보기다. 근본주의는 피의 갈등을 끝없이 불러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종교관 또한 단순한 개인의 문제일 수 없다.

물론, 개인 이명박이 장로임은 존중할 일이다. 하지만 이명박 장로가 근본주의적 기독교인이라면 대통령 후보로서 중요한 결격 사유가 된다. 최근 불거진 이 후보 부인의 법명 논란을 단순히 넘길 수 없는 까닭이다.

이명박 후보 부인, 법명 받은 것은 사실

이명박 후보는 최근 한 교회 모임에서 "(내 아내가) 절에서 하는 법회에 참석했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고, 스님이 부인에게 얼굴이 연꽃 같다고 말한 것이 (법명을 받은 것처럼) 와전이 돼 그렇게 알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이 후보 부인 김윤옥씨가 참석한 기도회는 삼귀의·반야심경·108참회기도를 비롯해 스님의 법문이 이어지는 명백한 법회다. 더구나 법명도 아무 말 없이 받았다.

심지어 법명 '연화심'을 받은 과정도 사실과 다르다. 법명을 준 혜자 스님은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이 있는 사자산 연화봉에서 김 여사가 소중한 인연을 맺었으니 '연화심'이라는 법명을 준다"고 밝혔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돌아보라. 어떻게 그 사실을 두고 "스님이 부인에게 얼굴이 연꽃 같다고 말한 것이 (법명을 받은 것처럼) 와전이 돼 그렇게 알려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참으로 궁금하다. 이 후보는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둘러댈 수 있는가. 대체 그는 불교를, 스님을 무엇으로 알기에 그런 말을 서슴지 않는가. 명백한 불교 모욕이다.
 
불교 모욕은 단순한 거짓말에 그치지 않는다. 이 후보는 "부인이 법회에 참석해 '연화심'이라는 법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같은 사실을 보면 이 후보는 종교 다원주의자가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 부인은 저보다 더 앞서가는 기도꾼"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보다 더 한 '기도꾼'이, 아무리 대선정국이라지만 법회까지 쫓아다니며 법명을 받은 것도 납득할 수 없다.

하지만 접어두자. 문제의 핵심은 다음 발언에 있다. 이 후보는 바로 이어 "그런 점은 걱정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결코 말꼬리 잡기가 아니다. 이 후보의 종교관이 분명히 묻어나지 않는가. ‘종교다원주의’를 묻는 질문에 왜 "걱정하지 말아달라"라고 답하는가. 종교 다원주의가 과연 걱정할 문제인가? 불교를 믿으면 '걱정'이 되는가?

이명박이 걱정스러운 것은...

전혀 아니다. 불교와 기독교가 공존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덕목이 '종교 다원주의'다. 그것을 '걱정'의 문제로 여기는 이 후보가 참으로 걱정스러운 까닭이다.

이 후보는 또 "예수님의 리더십이 이 시대가 원하는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기 기자들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일 기자들이 없었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이 후보는 이미 서울시장 재직 때 "하나님께 서울시 봉헌"이란 실언을 했다. 혹 그의 마음에는 대통령이 되어 '대한민국 봉헌'을 꿈꾸는 게 아닐까. "대통령직보다 장로가 더 중요하다"는 그가 아닌가

진정으로 예수의 리더십을 옳게 받아들인다면 환영할 일이다. 민중의 고통과 함께 한 예수상은 이미 한국의 뜻있는 기독교인들이 오래 전부터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 후보의 경제정책만 보더라도 그가 생각하는 예수의 리더십은 전혀 다르다. 만일 그가 생각하는 '예수의 리더십'이 조지 부시와 같은 근본주의라면, 무람없이 불교를 모욕하는 리더십이라면, 앞으로 남북관계는 위기에 부닥칠 수 있다.

종교다원주의가 깨질 수 있다. 그가 아니어도 일부 개신교도들은 불상이나 단군상의 목을 잘라오지 않았던가. 대통령 후보 이명박이 참으로 걱정스러운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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