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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법원 판사, 폐해 심각…사법 예산낭비"

법원공무원노조, 기자회견 열어 법조일원화 재검토 촉구

등록|2007.11.01 17:58 수정|2007.11.01 17:58
전국 중소도시와 군 지역에 설치된 시군법원 판사들의 업무능력은 일반 판사들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데도 관용차량과 법인카드를 개인 용무로 사용해 ‘사법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시군법원의 판사들은 법정에서 권위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가 하면, 심지어 재판을 네 번 열면 한 번은 감치 재판을 진행시킴으로써 당사자들에게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폐해가 심각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법원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강천)은 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주장하면서, “일부 시군법원 판사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하고 있는 만큼, 국민을 위해 시군법원 판사 제도를 즉각 개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노조는 “시군법원 제도는 대국민 사법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각 시군 단위에서 간이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그 취지와는 달리 일부 시군법원 판사들은 업무능력이 일반 판사들보다 현저하게 떨어져 재판 만족도 역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시군법원 판사들은 관용차량을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거나 개인적인 업무를 보는데 사용하고, 공익근무요원에게 자신의 개인 차량을 닦도록 시킬 뿐만 아니라, 법인카드도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많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부 판사들은 기본적인 예우조차 없는 경우도 있는데 법원직원을 대하는 모습이 아주 권위적이고 고압적일 뿐만 아니라 변호사 사무원처럼 대우한다든가, 심지어 군대 졸병 대하듯이 해 모멸감마저 들고, 민원인들과도 마찰이 많다”고 지적했다.

시군법원에서 근무하는 법원직원들은 “한마디로 직장에서 시어머니를 모시는 며느리처럼 생활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원노조는 특히 “일부 판사는 법정에서 대부분 서민들인 소액재판 당사자들에게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가 하면, 심지어 재판을 네 번 열면 한 번은 감치 재판을 진행하는 등 재판 당사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 상당수는 전관예우 풍토가 지금도 법원에 남아있다고 생각한다”며 “시군법원 판사 제도가 지역 법조인들이 경력관리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전관예우의 오명을 떨치기는커녕 국민의 불신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법원노조는 그러면서 “이 같은 충격적인 문제는 시군법원 판사에 한번 임용되면 10년간 임기가 보장되고, 법원의 행정력이 거의 미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시군법원 판사 임용시 재판업무 수행 능력이나 전문성, 공익성 등에 대한 검증을 거치고, 법관인사위원회에 시민단체 등의 참여를 보장하는 등 대법원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편 법원노조는 ▲시군법원 판사 임명절차를 투명화하고 선발방식, 근무지, 임기에 대한 재검토 ▲시군법원 예산지출 등에 대한 철저한 행정관리 ▲법조일원화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 ▲간이판사, 부판사제도 즉각 도입 등을 대법원에 촉구했다.

이강천 위원장 “법관 자질 없는 변호사가 법관으로 임용”

공식 기자회견 뒤 기자와 따로 만난 법원노조 이강천 위원장은 “일부 판사들이 재판운영비와 판공비 등을 개인용도로 활용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판사가 법정에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할 만큼 고압적인 자세로 재판권을 행사함으로써 대국민 사법서비스를 저해하는 것이 가장 큰 폐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법관으로서의 자질이 전혀 없는 상식 이하의 변호사들이 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는 현행 법조일원화의 폐해를 보여주는 단적으로 사례”라며 “이로 인해 법조일원화를 통해 사법개혁을 이루려는 시군법원 판사 제도의 기본적인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위원장은 또 “일부 판사는 지역 유지와 결탁하는 등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작태마저 보이고 있다”며 “이렇게 지금의 시군법원 판사 제도는 본래의 취지와는 어긋나게 운영되고 있는 만큼 법조일원화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송립 본부장 “법조일원화 경력관리 위한 수단으로 전락 위험”

법원노조 최송립 서울지역본부장은 “법원행정처는 법관인사위원회에 외부인사를 영입해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했다고 주장하지만 누가 어떤 절차에 의해 구성됐는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어 법조일원화 차원의 판사 임용이 나눠 먹기식으로 또는 밀실 내지 정실로 임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또 “법조일원화가 풍부한 사회경험과 업무능력 그리고 훌륭한 인품을 소유한 우수한 판사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변호사로서의 경력관리를 위한 수단으로서 전관예우와 연결되는 ‘잘 나가는 변호사’의 경력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 본부장은 그러면서 “법조일원화가 전관예우 양성소로 전락할 수 있다거나, 변호사 시절 이해관계에 의해 얽혀있는 많은 인맥에 의해 판사들이 재판관이 휘둘리거나, 다른 판사들의 재판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법원행정처가 내부 감찰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법원노조 경기강원본부는 최근 4년간 수도권 지역의 시군법원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공무원 100명을 상대로 심층 설문조사를 통해 시군법원 판사에 대한 평가와 부적절한 처신 사례를 수집해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군법원 판사의 업무능력을 묻는 질문에 62%가 ‘일반 판사보다 능력이 부족하다’고 답한 반면, ‘일반 판사보다 능력이 뛰어나다’는 답변은 고작 6.9%에 불과해 큰 차이를 보였다.

또 일반 판사와 비교했을 때 시군법원 판사와 직원들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도 ‘일반 판사보다 관계가 좋지 않다’는 응답은 65.5%인 반면, ‘일반 판사보다 관계가 좋다’는 의견은 3.4%에 불과했다.

이 때문이지 시군법원 판사의 임용방법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은 92.3%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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