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회창 지지율 '2위권' 훌쩍... 한나라당 '초비상'

"내주에 입장 발표"... 이방호 "출마하려면 대선자금 의혹부터 밝혀라"

등록|2007.11.01 17:47 수정|2007.11.01 22:06

▲ 지난 달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재단빌딩에서 열린 '독도의 날 제정 선포식'에 참석한 이회창 한나라당 전 대표가 박수를 치고 있다. ⓒ 권우성

한나라당이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간주하고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1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출마하려거든 지난 대선에서의 불법대선자금의 모금·처리 과정부터 밝히라"고 이 전 총재를 압박했다. 한편, 초선 의원들은 내일(2일) 출마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이 전 총재의 '출마선언'이 목전에 다가왔음을 시사한다. 이 전 총재 측근들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입장 발표 시기는 내주로 전망된다. 지지자들은 이에 앞서 2일 전국 5개 지역에서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총재의 출마를 가정한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의 지지도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날 저녁 발표한 SBS와 MBC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경우 지지도는 이명박 후보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특히 MBC 조사에서는 이 전 총재가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는데도 지지율이 20%를 넘어섰다. 출마설이 나온 이후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20%를 돌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에 이명박 후보는 30%대까지 떨어졌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충격적인 수치다.

여론 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SBS가 TNS코리아에 의뢰해 31일 실시한 조사(전국 성인남녀 1000명 대상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7.4%%)에서 이 전 총재는 19.1%를 얻어, 38.7%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정동영 후보는 17.1%였다. 이어 문국현 후보 5.8%, 이인제 후보 3.9%,  권영길 후보 3.1%,  심대평 후보 0.4%순이었고 모름은 11.9%였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31일 실시한 조사(전국 성인남녀 1000명 대상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6.8%)에서는 이명박 40.3%, 이회창 22.4%, 정동영 13.1% 순이었다. 이어 문국현 4.8%, 권영길 3.9%, 이인제 1.9%, 심대평 0.7%순이었고 모름 등 기타는 12.6%였다.

[이회창] "입장 발표, 내주를 넘기면 안되겠다는 생각"

이회창 전 총재측은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이 전 총재의 이흥주 특보는 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내주 중 이 전 총재가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실무자로서 그렇게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며 "언론이나 국민들의 관심을 봤을 때 내주를 넘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특보는 이어 "최소한 내주 중에 결단을 해서 어떤 형태든지 국민들에게 입장을 알려드리도록 이 전 총재에게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전 총재 측은 잇달아 오르고 있는 지지율에 일단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이 특보는 "여론조사에 신경 써서 일일이 그에 반응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아직도 이 전 총재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국민들이 아직도 많이 계시구나 하는 생각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이 특보는 "국민들에게 (출마여부에 대한) 입장을 확실하게 이야기 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조사에 대해 깊이 분석할 상황은 못된다"며 "일단 총재가 결단을 하면 지지도나 지지성향 같은 세세한 내용을 분석해볼 일"이라고 밝혔다.

이 전 총재의 지지자들은 2일 대대적인 출마 촉구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 전 총재의 팬클럽인 '창사랑'은 이날 오후 2시 이 전 총재의 개인 사무실이 있는 서울 남대문로의 단암빌딩 앞과 대전역광장, 대구 국채보상공원, 부산 부산일보사 강당, 마산 '3·15 의거 기념탑' 등 전국 5곳에서 출마 촉구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사실상 '비상체제'... "이 전 총재 출마할 것으로 예상"

▲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1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선출마를 고려중인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해 '차떼기당' '대선자금 책임론'등을 거론하고 있다. ⓒ 권우성

한나라당은 사실상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이 전 총재 쪽과 접촉을 시도했다가 불발됐다는 후문도 흘러나온다.

선대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 전 총재가 (선거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지자들의 출마촉구 대회도 사실상 출마 선언을 위한 준비 단계로 본다"고 말했다.

잇달아 오르고 있는 이 전 총재의 지지도에 대해서는 "(지지율 전부가) 바로 표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걸로 보고 있다"며 "여권 후보가 단일화되지 않은 데다, 이명박 독주체제에 대한 반발심리도 섞여 '반한나라층'의 역선택도 포함돼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경우 타격은 클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한나라당 지지자들로서는 이 후보나 이 전 총재, 둘 중 한 명을 선택할테니 결국 한나라당 표가 분산될 것"이라며 "(우리에겐) 당연히 타격이다"라고 말했다.

이방호 사무총장도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이 전 총재 출마 저지에 나섰다. 이 총장은 "이 전 총재가 출마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당원들에게 지은 죄(불법 대선자금 모금)를 언제 사면받았는지에 대해 대답해야 한다. (불법) 대선자금 모금과정과 대선을 마친 뒤 처리과정에서의 의혹과 용처에 대해서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 전 총재의 지지율에 대해서는 "착시현상"이라고 폄하했다.

초선들은 '출마 반대' 기자회견

한나라당 초선의원들도 31일 회동을 한 데 이어 2일에는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김명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전 총재가 출마해선 안된다는 우리의 뜻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며 "이런 뜻에 동의하는 (초선) 의원들의 서명도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는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보수진영의 입장에서는 분열의 씨앗이자 한나라당이 당헌 당규에 따라 뽑은 공식 후보를 창당자가 부정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서도 그는 "순수 보수층이 이 후보의 중도노선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건 사실"이라며 "여론이 그렇다고 해서 이 전 총재가 스스로 말한 '아름다운 원칙'을 저버리고 변칙을 해선 안된다"고 일갈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