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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감각을 가진 우리 몸 이야기

[서평] 오감 발달을 위한 그림책, <척척 손 아저씨 이야기>

등록|2007.11.02 19:44 수정|2007.11.02 19:50
오후 4시 쯤, 우리 구역을 지나가는 택배 회사의 트럭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크고 작은 상자들을 나른다. 두 돌이 조금 안 된 딸아이 쿠하(태명)의 동화책이 배송되면, 아이와 서로 배송상자를 뜯으려 한다. 며칠 기다린 책은 더더욱 그렇다.

동화책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책장 신세가 된다. 포장을 뜯고 책장에 옮기면 아이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흥미를 느낄 만한 책이 들어오면, 책장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동화책 사이에서 얼른 그 책을 꺼내든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며칠이 지나도록 새 책은 책장에서 잠자기 일쑤다.

바로 반응을 보이는 책들은 대개 도서관에서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거나, 친구네 집에서 읽어본 적 있는 낯익은 책일 경우가 많다. 반응이 더딘 책은 어두운 색 계열의 표지이거나, 표지 그림이 복잡한 것이 대다수다.

'척척 손 아저씨 이야기'와 '살살 혀 아저씨 이야기'(두 권 모두 파티마 델라 하라 글, 헤라르도 도밍게스 그림, 전기순 옮김)는 우리 몸의 다섯 가지 감각 가운데, 촉각과 미각을 주제로 한 그림책이다. 아이가 먼저 잡은 책은 '척척 손 아저씨 이야기'.

우리 몸의 감각을 의인화한 그림책개성 톡톡 다섯 가지 감각 이야기의 첫번째 책이다. 모험심 많은 손 아저씨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아이의 흥미를 자극한다. ⓒ 풀빛 출판사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튼튼 마을 작은 언덕 위에
아주 특별한 빌라 한 채가 있습니다….

이 빌라에는 척척 손 아저씨와 밝은 귀 아저씨, 살살 혀 아저씨, 뭉툭 코 아저씨, 초롱 눈 아가씨가 살고 있다. 아파트나 빌라 등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집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우리 몸의 여러 기관을 나누어 각각 다른 집에 살고 있다는 설정이 흥미를 유발하는 모양이다.

"엄마, 코 아저씨가 여기 살아?"
"응, 뭉툭 코 아저씨네 집이 여기야."
"엄마, 척척 손 아저씨 집이 어디야?"
"척척 손 아저씨네 집은 맨 아래 계단 뒷집이야."

의인화된 신체 기관들이 각각의 특성을 드러내는 줄거리가 이 책의 중심 내용이다. 예를 들어 척척 손 아저씨는 우물쭈물하지도, 수줍어하지도 않는다. 무엇이든 서슴없이 만져 보고 쓰다듬어 보는 진짜 모험가다. 집에 있기 보다는 모험을 찾아 거리로 나가기를 좋아한다는 내용으로 전개되는 손 아저씨의 이야기는 21개월 아기용치고는 글밥이 꽤 많은 책인데도, 아이는 내 옆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듣는다.

이 책은 신체 기관을 분리해 그린 탓에 눈과 귀, 코와 입술에 다리가 붙어 있고, 팔이 없는 캐릭터에 적응하기 어렵지만, 자꾸 보다 보면 아이가 다섯 개의 캐릭터 중에 유난히 좋아하는 모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쿠하는 손 아저씨를 제일 좋아하는데, 목장갑에 얼굴을 그려 넣은 손가락 인형을 끼고 그림책을 보곤 한다.

책 뒤에 나오는 부모를 위한 활용 안내도 이 책의 장점이다.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사물을 손으로 만지면서 알아맞혀 보게 하고, 컵에 뜨거운 물과 미지근한 물, 차가운 물을 따로 넣어서 만져 보게 하면서 물의 온도 차이를 느껴 보게 하는 등 피부로 인지하는 촉각을 발달시키는 놀이들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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