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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 찬성론자들의 경부운하 지키는 비법

[국감- 건교위] 마지막 경부운하 검증 국감

등록|2007.11.02 22:36 수정|2007.11.02 22:40
2007 건설교통위원회 국정감사의 이슈는 '경부운하'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건교위는 건교부·수자원공사·국회에서 경부운하와 관련해 일반 증인 및 참고인을 신청해 열띤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양측이 세 차례에 걸쳐 벌인 공방은 결국 헛바퀴만 굴렸다.

2일 열린 마지막 건교위 국감도 마찬가지였다.

말 바꾸고 초점 흐리고... 헛바퀴만 돈 경부운하 검증

▲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마지막 2007년 국정감사에서도 경부운하 검증은 빠지지 않았다 ⓒ 이경태



양측의 논쟁이 헛바퀴를 구르는 가장 큰 이유는 경부운하 찬성 측의 말 바꾸기와 교묘한 초점 흐리기, 그리고 근거자료에 대한 시비공방 탓이 크다.

이날 국감 현장에서도 찬성 측 참고인으로 나선 정동양 교수(한국교원대 기술교육과)가 운하의 수질개선효과에 대해 교묘하게 말을 흐렸다.

박창근 교수(관동대 토목공학과)가 "찬성론자들은 운하 건설시 10억톤의 물이 공급되기 때문에 수질이 개선된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하천공학의 기본을 무시하는 것으로 가장 기본적인 수질개선책은 오염물질의 저감"이라며 경부운하의 수질개선효과는 없다고 주장하자 정 교수는 "그에 대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며 논점을 흐렸다.

"물론 물을 썩지 않게 하는 것의 근본적인 대책은 오염물질 유입을 막는 것입니다. 운하가 건설된다면 정부에서 그에 대해 과감하게 투자할 것입니다. 그것을 전제하고 있어요. 반대론자들은 그런 취지를 이해해주셔야 합니다."

박 교수가 "말을 바꾼 것"이라며 반박했지만 정 교수의 초점 흐리기는 계속 됐다.

운하 건설로 홍수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질의에 정 교수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재해 대응 방안 차이 및 우리나라 재해 복구 비용 자료를 제시하며 "선진국은 재해를 천재지변이 생각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며 "정부가 과감하게 수로를 정비하는 등 홍수 대비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는 기묘한 답변을 했다.

"반대론자 근거 자료는 부정한 의도로 작성된 것"

▲ 홍종호 교수의 비용편익 분석자료 ⓒ



추부길 교수(안양대, 한나라당 대선준비단 전략자문위원)는 반대론자들의 경부운하 경제성 편익 분석이나 골재 판매 수익이 부정적 의도를 띄고 조사된 자료들을 근거한다고 주장했다.

"1992년에 포스코는 경부운하의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삼성은 95년 삼성자동차를 설립하면서 낙동강 운하의 경제적 타당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98년 수자원공사가 낸 '지역간 용수수급 불균형 해소방안 조사연구'는 내륙주운의 수송편익을 마이너스로 잡은데다 통상 분석기간인 30년이 아닌 50년을 분석 기간으로 잡아 B/C(비용-편익) 비율을 경제성을 낮게 산출했다."

또 "2007년 건교부에서 낸 골재수급계획을 살펴보면 남한강-낙동강 본류에서 채취 가능한 골재량을 약 17.7억㎥이고 개발가능량을 약 8.3억㎥로 보고 있다"며 "골재 판매를 통한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종호 교수(한양대. 경제금융학부)는 "우리 역시 동일한 자료를 보고 계산한 것"이라며 "실제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8조원의 수익을 낼려면 공사 첫해에 모든 골재를 파내 ㎥당 1만원에 그해 모두 팔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치졸한 질의

하지만 이번에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홍 교수의 발목을 붙잡았다. 박승환 한나라당 의원은 "홍 교수는 경제 전공이지만 골재 전문가는 아니지 않냐"며 전문성을 문제삼았다. 반면 "정동양 교수는 독일에서 수문수공학을 20년 전공한 대한민국의 권위자"라며 추켜올려세웠다.

정희수 한나라당 의원은 반대 측 참고인들에게 "운하가 건설되면 홍수 위험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현재 기술로 극복할 수 없냐", "운하가 물동량을 흡수해 분산된 만큼 교통체증을 줄일 수도 있지 않냐"며 유도 질문을 던져 원하는 답변만 얻은 뒤 자신의 논리를 펴기도 했다.

"Y2K라면서 얼마나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까? 현재 경부운하도 논의가 많이 이뤄진 만큼 그에 맞게 준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고 국토의 균형발전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결국 1시간 여 진행된 일반 증인 및 참고인 증언 시간은 예전과 같이 헛바퀴만 굴린 채 끝나고 말았다.

문학진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서 경부운하의 허구성이 명백하게 밝혀혀져 더 이상 논쟁할 가치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비꼬았고, 김석준 한나라당 의원은 "계속 국민들에게 똑같은 논쟁을 레코드 틀 듯 보여주며, 학계에 계신 분들이 논쟁의 도구로 악용되는 것에 대해 슬프게 생각한다"며 반격했다.

▲ 마지막 건교위 국감에 경부운하와 관련해 출석한 참고인들. 이미 이들은 건교위 국감에만 2번 이상 증인 및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 이경태



"정치적 논리에 함몰돼 같은 주장만 확대 재생산된다"

조일현 건교위 위원장은 "일각에서 국정감사가 아닌 토론회를 한다는 비판이 있다"며 "이 자리는 여러분의 높은 지식을 정책적인 조언으로 얻기 위한 자리"라며 애써 국감의 위상을 지키고자 했다.

그러나 이미 건교위 국감 일반 증인 및 참고인 자격으로 2번이나 참석했던 홍 교수는 "현재로는 전문성을 지닌 학자들이 논쟁을 벌여도 정치적 논리에 함몰돼 같은 주장이 계속 확대 재생산되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홍 교수는 "이제 사실 토론회나 학술세미나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경부운하의 허구를 알리는 것은 효과가 없는 것 같다"며 "TV나 라디오에서 찬반 논쟁을 통한 방식에 대해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지금은 객관적이고 학문적인 기초에서 논쟁이 시작될 수 없다. 정치인들은 이해가 가지만 왜 학자들이 그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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