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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서시'를 강릉 사투리로 읊어봤더니...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학생부군되는 날까정 웃날을 체더봐'

등록|2007.11.03 11:03 수정|2007.11.03 12:15

강릉사투리보존회 시화전우리에게 익숙한 시들을 강릉사투리로 바꿔서 비교 전시했다. ⓒ 최백순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강릉 사투리로 바꾸어 보면 어떻게 될까?

학생부군되는 날까정 웃날을 체더봐
한 저름 놈이 웂기르
잎파구에 이는 바담풍에두
난 중치가 뽁갰다


벨으 노래하는 심보루
마커 뒈져 가는 그를 사랑해야지
개구 지인데 주어진 질을
한자 두자 재야겠다


온지넉에두 벨이 바담풍에 씨닥거린다.

경포호수가에서 만날 수 있는 이색적인 시화전 전시작품이다.

강릉사투리보존회는 노천명 시인의 '사슴'을 비롯,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등 우리에게 친근한 30편의 시를 강릉사투리로 바꿔서 경포호수 주변에 전시했다.

김춘수의 '꽃'은 좀더 재미있다. '이름'은 강릉사투리로 '승멩',  '것처럼'은 '그매루' '되고싶다'는 '되구수와' '누가'는 '언눔이'로 표현한다.

내가 가 승멩으불러주기까정은
가는 단지
한개의 몸뗑이에 지내지 않었아, 머 아나


갠데 내가 가 승멩으 딱 불러젳헸을때
가는 내인두루와서
꽃이됐아


내가 가 승멩으 불러준 그매루
내 이 삐다구와 행기에 어울리는
언눔이 내 승멩으 불러다와야


가인두루 가서 난두
가꽃이 되구수와


우리덜 마커는
하이탄에 머이 되구수와
니는 내인두루 나는 니인두루
잊헤지지 않는 한 개의 의미가 되구수와, 머 아나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는 '벙글기', '잠길테요'를 '택자바리 괼기래요(턱을 고인다)', '아직'은 '상구' 등 강릉 고유의 독특한 말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목단이 벙글기까정은
내는 상구 내 봄으 지달리구 있을 기래요
목단이 뚝뚝 뜰어져베린날
내는 그적새서야 봄으 야운 스룸에 택자바리 괼기래요
오월 워느날 그 할루 뒈지게 덥던 날
뜰어져 든논 꽃잎파구마주 휘줄구레해버리구는
오랍덜에 목단은 꽁 고 먹은 자리매루 웂어지구
뻗체오르던 내 보람 서운하게 와르르했느니
목단이 지구 말문 그뿐 내 한해는 마커 내빼구말아
삼백예순날 줄고지 우전해 찔찔 짜잖소
목단이 벙글기까정은
내는 상구 지달리구 있을 기래요, 매른 웂는 슬픔의 봄으


경포호의 가을 풍경경포호에서 강릉사투리를 만날 수 있다. 통역(?)이 필요하다. ⓒ 최백순


김소월의 '못잊어'는 님을 보낸 슬픔보다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잊을라구 해두 자꾸 생각이 나잖소
그럭저럭 한 시상 살어보지요 머
살더보문 꺼멓게 잊을 기래요


잊을라구 해두 자꾸 생각키니 우터하우
시남해서 한 세월 내빼라 하지요 머
모잊는다 해두 그기 잊어질 기래요


그치만 또 가작끈 이렇지요 머
보구 수워 뒈져두 모잊갯는 그요
우째문 그깐년어 생각으 학으 띄우야!


사투리보존회의 인사말도 이색적이다. 그냥 봐서는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다. 마흔을 넘긴 강릉 변두리 출신한테 해석을 부탁해야 할 정도다.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기자도 그냥 무슨 뜻이겠거니 짐작만 할 뿐이다.

초대의 글을 읽어보고 마음이 동한다면 경포호수가에서 강릉을 느껴보자.

얼픈 오시우야
여는 강릉사투리보존회래요
오번에 우리 소설들이 제1회 강릉사투리시화전을 열었잖소.
등잔불 여븐뎅이루 빙 둘러 앉아서, 하등부리매루 이마빼기르 맞대구
머리껭이르 훌 까실고 가미 맹글언 기래요. 머 알어요!
한 마두루 꼴 값으 떨언긴데, 머이 욕사발으 찍사게 안 얻어 먹을는지 모르갰소야.
끄텡이까정 마키 읽어 보시구. 하 그눔덜 재양시룹네, 하미
등떼기 똑 똑 뛰디레 져난어 주우야.


이번 시화전은 이달 15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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