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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여행 못 간 당신, 떠날까? 감수성 여행

마음 따뜻한 가을을 위한 추천 문화 아이템 5

등록|2007.11.03 19:16 수정|2007.11.03 19:27

▲ 영화 <스카우트>의 한 장면. ⓒ 두루미필름


세상에. 가을이 이렇게 홀딱 지고 있다. 후드득 떨어지는 은행잎 사이로 폼 잡으며 버버리 코트 깃을 세워보지도 못했고, 빨갛게 홍조를 띈 단풍잎 아래 단풍보다 더 발간 얼굴을 하고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사랑을 속삭여보지도 못했다. 천고마비 계절, 그렇다고 "나는 말이 아니다" 외치며 제대로 살을 빼보지도 못했다. 그저 산 타고, 고구마만 먹어 그 많은 살을 퇴출 시켰다는 조정린이 부러울 뿐이다.

하여튼 "묻지 말아요. 내 나이는 묻지 말아요. 올 가을엔 사랑 할 거야"라는 노래는 올해도 부도 수표를 날리며 흩어지고 있다. 정말로 "가을은 소리 없이 본체 만체 흘러만 가는데" 지는 가을의 끝자락을 잡고, 내 맘대로 안 되는 연봉 액수대신 감성 지수라도 높여보자. 혹시 아나? 높아진 감성 지수 따라 가까운 곳에 계신 님들이 내 쪽으로 움직여 주실지. 안 되면 말고.

가을은 가도 쓸쓸함은 남는다. 각 분야에서 문화를 전문으로 즐기는 이들이 보듬고 아끼던 '물건'들을 주섬주섬 하나씩 꺼내 보여줬다. 스러지는 가을 따라 쓸쓸한 그대 마음에 두툼하고 포근한 내복 하나 보낸다. 자그마치 5벌이다.

라면으로 동양화를? 박병춘 개인전 '채집된 산수'
반이정 (미술평론가)

▲ 박병춘의 <채집된 산수>전. ⓒ 쌈지스페이스


쌈지 스페이스에서 10월10일부터 전시를 시작했고, 12월 4일까지 전시한다.
화선지에 갇혀 있는, 지필묵연이라는 고색창연한 철학에 사로잡혀 있는 동양화(혹은 한국화로도 불리는)로부터 동시대 작가들이 얼마나 멀리 달음질 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다. 그래서 추천한다(입장료는 없습니다).

전통 한지가 아닌, 시멘트 벽면 4면을 전부를 캔버스 삼고, 수묵이 아닌 라면(식료품점에서 파는 인스턴트 라면을 말함)으로 작품을 했다.

금방 읽고 재밌게 읽는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이다혜 (북 칼럼니스트)

책 분량도 많지 않다. 어쨌든 가을이라서 사람들이 여행 다녀오고 하는 사람들 많잖아. 잠깐 잠깐 짬을 내서 읽기에 재미도 있고, 크게 부담도 안 간다.

중국 문화대혁명 때 이야기라서 언뜻 무겁게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 소년들 이야기고, 정부에서 못 읽게 하는 책을 읽기 위해서, 지금으로 치면 이 사람들은 발자크를 익는 게 야설 읽듯이 두근두근한 경험이었다.

정부에서 못 읽는 책을 돌려 읽는 이야기인데, 유머러스하고 재밌다. 제가 일반적으로 추천할 때, 책 많이 안 읽는 분들이나 좋아하는 분들이나 두루 재미있게 본다(다이 시지에 지음, 현대문학 간).

격정과 감성의 조화, 디어 클라우드(dear cloud)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굉장히 서정적이면서도, 뭐랄까. 굉장히 모던락적인 감성을 잘 갖고 있다. 이은미의 격정과 이소라의 감성이 잘 어울린 듯한 느낌의 여성 보컬 밴드다. 가을의 풍요와 고독을 느끼게 한다.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한 풍요로운 연주는 기존의 소박하기만한 기존 모던 록과 뚜렷한 차별점을 보인다.

(기자 덧붙임: '디어 클라우드'는 브리티시 모던락 밴드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프린스 '와플선기' 김재욱이 이들의 절친한 친구로 디어 클라우드 데뷔 앨범에 실린 타이틀 곡 '얼음요새' 뮤직비디오에 노 개런티로 출연해 화제가 됐다.)

▲ 디어 클라우드의 신곡 '얼음요새' 뮤직비디오 한 장면. 김재욱이 출연했다. ⓒ 안테나뮤직

 야구영화이며 야구 영화가 아니다 <스카우트>
신기주 (영화전문지 <프리미어>기자)
11월 14일 개봉한다. 야구 영화다. 김현석 감독은 <YMCA 야구단> 감독이었다. 야구광이다. 야구에 목숨 건 감독이다. 그중 중증 야구광에 속해서 영화보다 야구를 좋아한다. <YMCA 야구단>은 흥행 잘 안됐다. 송강호 나온 영화치곤 작품성도 그렇고 모든 게 2% 모든 게 부족했다. 이번에 김현석 감독이 영화사 차리고 영화 만들었다. 또 야구 영화 만들었다. <광식이 동생 광태> 이어 세 번째 작품이다.

내용은 그런데 단순한 영화는 아니다. 야구하고 광주 이야기를 섞었다. 잘 안 붙는 거 같은데, 1980년대 광주에서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5월 광주항쟁' 하고 또 하난 광주에 선동렬이란 야구선수가 있었다. 80년대 광주에 있었고, 고대와 연대가 경쟁해서 스카우트 경쟁하던 때인데, 스카우터가 선동렬을 스카우트 하러 광주에 내려간 이야기다. 이 사람은 민주화운동이나 정치화에 관심 없던 사람이다.

▲ 영화 <스카우트> 포스터. ⓒ 두루미필름

내려가 보니 광주는 아수라장이다. 최루탄 날아다니고 그런다. 임창정은 연대 스카우터다. 그런데 선동렬은 이미 고대 가기로 했고, 어쩌다 보니 임창정이 민주화 운동 속한단 이야기다. 정치 색깔 갖고 있어서라기보다 옛 연인이 엮여 있어서다. 광주에서 YMCA 일하는 연인을 우연히 만난다. 이 영화,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좋다.
 임창정이 알고 보니, 가해자 입장에 있던 거다. 70년대 초반 대학 다닐 때 그 당시 야구단 동원해 학내 학생운동 진압했다.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그랬다. 그걸 애인이 보고 충격 받아 결별 선언한 건데, 원인 몰랐다가 80년대에 안 거다. 그래서 그 한복판에 뛰어든 거다.

야구와 정치적 상황이 어우러졌다. 이런 한국 영화 드물었다. <화려한 휴가>처럼 직접적 다룬 경우도 있고 장선우 감독처럼 다룬 경우도 있지만, <스카우트>는 주변부 시선에서 들어간 이야기다. 거기에 야구가 들어간다.

야구 영화인데 야구 영화도 아니고 정치 영화인데 정치 영화도 아니고, 멜로영화인데 멜로도 아니다. 사실 단순하게 세상을 볼 수 없잖나. 모든 게 야구고 모든 게 정치일 순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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