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여행 못 간 당신, 떠날까? 감수성 여행
마음 따뜻한 가을을 위한 추천 문화 아이템 5
▲ 영화 <스카우트>의 한 장면. ⓒ 두루미필름
세상에. 가을이 이렇게 홀딱 지고 있다. 후드득 떨어지는 은행잎 사이로 폼 잡으며 버버리 코트 깃을 세워보지도 못했고, 빨갛게 홍조를 띈 단풍잎 아래 단풍보다 더 발간 얼굴을 하고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사랑을 속삭여보지도 못했다. 천고마비 계절, 그렇다고 "나는 말이 아니다" 외치며 제대로 살을 빼보지도 못했다. 그저 산 타고, 고구마만 먹어 그 많은 살을 퇴출 시켰다는 조정린이 부러울 뿐이다.
하여튼 "묻지 말아요. 내 나이는 묻지 말아요. 올 가을엔 사랑 할 거야"라는 노래는 올해도 부도 수표를 날리며 흩어지고 있다. 정말로 "가을은 소리 없이 본체 만체 흘러만 가는데" 지는 가을의 끝자락을 잡고, 내 맘대로 안 되는 연봉 액수대신 감성 지수라도 높여보자. 혹시 아나? 높아진 감성 지수 따라 가까운 곳에 계신 님들이 내 쪽으로 움직여 주실지. 안 되면 말고.
라면으로 동양화를? 박병춘 개인전 '채집된 산수'
반이정 (미술평론가)
▲ 박병춘의 <채집된 산수>전. ⓒ 쌈지스페이스
쌈지 스페이스에서 10월10일부터 전시를 시작했고, 12월 4일까지 전시한다.
화선지에 갇혀 있는, 지필묵연이라는 고색창연한 철학에 사로잡혀 있는 동양화(혹은 한국화로도 불리는)로부터 동시대 작가들이 얼마나 멀리 달음질 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다. 그래서 추천한다(입장료는 없습니다).
전통 한지가 아닌, 시멘트 벽면 4면을 전부를 캔버스 삼고, 수묵이 아닌 라면(식료품점에서 파는 인스턴트 라면을 말함)으로 작품을 했다.
금방 읽고 재밌게 읽는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이다혜 (북 칼럼니스트)
책 분량도 많지 않다. 어쨌든 가을이라서 사람들이 여행 다녀오고 하는 사람들 많잖아. 잠깐 잠깐 짬을 내서 읽기에 재미도 있고, 크게 부담도 안 간다.
중국 문화대혁명 때 이야기라서 언뜻 무겁게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 소년들 이야기고, 정부에서 못 읽게 하는 책을 읽기 위해서, 지금으로 치면 이 사람들은 발자크를 익는 게 야설 읽듯이 두근두근한 경험이었다.
정부에서 못 읽는 책을 돌려 읽는 이야기인데, 유머러스하고 재밌다. 제가 일반적으로 추천할 때, 책 많이 안 읽는 분들이나 좋아하는 분들이나 두루 재미있게 본다(다이 시지에 지음, 현대문학 간).
격정과 감성의 조화, 디어 클라우드(dear cloud)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굉장히 서정적이면서도, 뭐랄까. 굉장히 모던락적인 감성을 잘 갖고 있다. 이은미의 격정과 이소라의 감성이 잘 어울린 듯한 느낌의 여성 보컬 밴드다. 가을의 풍요와 고독을 느끼게 한다.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한 풍요로운 연주는 기존의 소박하기만한 기존 모던 록과 뚜렷한 차별점을 보인다.
(기자 덧붙임: '디어 클라우드'는 브리티시 모던락 밴드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프린스 '와플선기' 김재욱이 이들의 절친한 친구로 디어 클라우드 데뷔 앨범에 실린 타이틀 곡 '얼음요새' 뮤직비디오에 노 개런티로 출연해 화제가 됐다.)
▲ 디어 클라우드의 신곡 '얼음요새' 뮤직비디오 한 장면. 김재욱이 출연했다. ⓒ 안테나뮤직
신기주 (영화전문지 <프리미어>기자)
11월 14일 개봉한다. 야구 영화다. 김현석 감독은 <YMCA 야구단> 감독이었다. 야구광이다. 야구에 목숨 건 감독이다. 그중 중증 야구광에 속해서 영화보다 야구를 좋아한다. <YMCA 야구단>은 흥행 잘 안됐다. 송강호 나온 영화치곤 작품성도 그렇고 모든 게 2% 모든 게 부족했다. 이번에 김현석 감독이 영화사 차리고 영화 만들었다. 또 야구 영화 만들었다. <광식이 동생 광태> 이어 세 번째 작품이다.
내용은 그런데 단순한 영화는 아니다. 야구하고 광주 이야기를 섞었다. 잘 안 붙는 거 같은데, 1980년대 광주에서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5월 광주항쟁' 하고 또 하난 광주에 선동렬이란 야구선수가 있었다. 80년대 광주에 있었고, 고대와 연대가 경쟁해서 스카우트 경쟁하던 때인데, 스카우터가 선동렬을 스카우트 하러 광주에 내려간 이야기다. 이 사람은 민주화운동이나 정치화에 관심 없던 사람이다.
▲ 영화 <스카우트> 포스터. ⓒ 두루미필름
임창정이 알고 보니, 가해자 입장에 있던 거다. 70년대 초반 대학 다닐 때 그 당시 야구단 동원해 학내 학생운동 진압했다.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그랬다. 그걸 애인이 보고 충격 받아 결별 선언한 건데, 원인 몰랐다가 80년대에 안 거다. 그래서 그 한복판에 뛰어든 거다.
야구와 정치적 상황이 어우러졌다. 이런 한국 영화 드물었다. <화려한 휴가>처럼 직접적 다룬 경우도 있고 장선우 감독처럼 다룬 경우도 있지만, <스카우트>는 주변부 시선에서 들어간 이야기다. 거기에 야구가 들어간다.
야구 영화인데 야구 영화도 아니고 정치 영화인데 정치 영화도 아니고, 멜로영화인데 멜로도 아니다. 사실 단순하게 세상을 볼 수 없잖나. 모든 게 야구고 모든 게 정치일 순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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