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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의 장준혁, 민물고기 생식 즐겼나?

[뉴스 속의 건강 22] 민물고기의 생식, 간흡충의 전염에 따른 담낭암 위험 커져

등록|2007.11.04 10:13 수정|2007.11.04 14:05
지난 1월 인기리에 방영된 MBC 드라마 <하얀거탑>의 주인공인 장준혁(김명민 분)은 뛰어난 외과의사임에도, 결국 자신에게 찾아온 암을 극복하지 못하고 쓰러져갑니다. 드라마가 종영된 후 탤런트 김명민씨는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고, 동시에 장준혁을 죽음으로 몰고 간 암으로 설정되었던 '담관암' 또한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주인공 장준혁이 민물고기의 생식을 즐겼다면 이것 또한 믿으시겠습니까? 물론 기자의 상상입니다. 그러나 장준혁이 민물고기의 생식을 즐겼을 개연성만은 충분합니다.

지난 10월 26일 질병관리본부가 보건복지위원회에 보고한 '4대강 유역 주민 장내 기생충 감염률 검사현황'에 의하면 민물고기 생식이 원인인 간흡충(Clonorchis sinensis)과 요코가와흡충(Metagonimus yokogawai) 충란양성률이 경북 예천군 24.0%, 상주시 21.1%, 안동시 11.5%, 경남 함안군 15.3%, 창녕군 12.1%, 전남 무안군 6.1%, 충남 금산군 5.6% 등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지역별로는 경남·북이 20% 내외로 가장 높았고, 전남이 12.7%, 전북이 8.1%의 감염률을 보였습니다. 검출된 기생충류는 간흡충, 요코가와흡충 등 11종의 기생충이 검출됐고, 과거 크게 유행하였던 회충, 편충 등 토양매개기생충은 극히 낮은 감염률을 보였습니다.

▲ 송어회. 지난 2005년 국립수산과학원은 양식산 잉어, 향어, 무지개송어 등에서는 간흡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그러나 쇠우렁이가 서식하는 얕은 하천이나 개울에서 포획된 어류는 간흡충을 옮길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익혀먹어야 합니다. ⓒ 조찬현


한편 지난 2006년에는 국립암센터 암코호트연구과 신해림·임민경 박사팀이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간흡충 감염 현황과 담도암 발생 및 사망률을 역학 조사한 결과 간흡충 감염률이 높은 지역일수록 담도암 발생률도 높은 것으로 결론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과거 심형래씨가 '1알이면 끝'이라고 광고하며 전 국민을 기생충 구제로 이끌면서 사라졌을 것이라고 여겼던 기생충 감염이 아직 우리 사회에서 현재진행형인 것입니다.

기생충, 멸종되지 않았나?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으로 대표되는 토양매개 기생충은 현재 국내에서는 거의 멸종 위기입니다. 그러나 과거 심형래씨의 광고로 대표되는 구충제는 앞서 언급된 기생충에게는 특효약이었지만, 간흡충이나 요코가와흡충 등의 흡충류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결국 약국에서 쉽게 구입해서 복용할 수 있는 기존의 구충제로는 이들을 구제하지는 못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회 문화'로 인해 이들 기생충의 구제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국립암센터 암코호트연구 임민경 박사는 "간흡충이 있는 것으로 진단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약을 복용한다"고 밝혔지만, "치료가 끝난 후 다시 민물회를 생식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재감염이 나타나고 있다"고 줄지 않고 있는 간흡충 감염 현상을 분석했습니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민물회가 보양식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민물고기를 생식하는 문화가 계속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간흡충, 무엇이 문제인가?

간흡충간흡충에 이환되어 담도에 만성 염증이 계속되면 담관암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kmle.co.kr

우리나라는 간흡충의 세계적 만연지로 알려졌습니다. 간흡충이나 요코가와 흡충의 진단은 대변충란검사법으로 대변에서 충란을 찾아내 진단합니다.
간흡충에 걸리면 주로 담낭과 간과 십이지장을 이어주는 담관 등에 거주하며 담관이나 담낭을 자극하여 담낭염이나 담관염을 일으키고, 많은 수의 간흡충이 담관에 감염될 경우 담도를 막아 담도 폐쇄를 일으켜 황달을 유발시키기도 하며 죽은 충란이나 충체는 담석을 만드는 핵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담도폐쇄와 만성 염증이 계속되면 담관암이 생길 수 있는데, 담관암은 진단이 용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진단시에도 전이된 경우가 많아 주의를 요하고 있습니다. 한편 요코가와흡충은 장에 기생하면서 설사나 복통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립암센터 암코호트연구과 신해림·임민경 박사팀의 조사결과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함안군의 경우 조사대상 주민 1942명 가운데 31.3%에서 간흡충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고, 춘천은 2.1%로 각각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해 임민경 박사는 "함안 주민들의 담도암 발병률이 인구 10만 명당 5.1명으로 춘천(0.3명)보다 무려 18배나 높았다"면서 "이는 간흡충과 담도암의 연관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의학계와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간흡충을 제2군 발암원으로 지정하여 담관암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며 담관암과 간흡충의 관련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민물회, 모두 위험한가?

참붕어간흡충의 주요 숙주로 알려진 참붕어입니다. 민물에서 자연산 참붕어를 잡았다면, 반드시 익혀먹도록 해야햡니다. ⓒ biopix.dk

대표적인 간흡충의 숙주는 참붕어입니다. 그러나 잉어, 붕어, 향어, 송어, 피라미 등 30여 종의 담수어종도 생식할 경우 간흡충의 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반면 요코가와흡충은 은어를 생식하는 경우 걸릴 위험이 커집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국립수산과학원은 양식산 잉어, 향어, 무지개송어 등에서는 간흡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들 양식 어류가 간흡충을 옮기는 쇠우렁이가 살고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감염우려가 없지만, 쇠우렁이가 서식하는 얕은 하천이나 개울에서 포획된 어류는 간흡충을 옮길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민물회의 무분별한 소비는 간흡충에 걸릴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임민경 박사는 "간흡충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민물 생선회를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민물 생선회를 먹지 않는다면 약물치료로 쉽게 구제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민물고기를 회로 드신 기억이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우리나라 인구의 100만 명 이상이 감염되었다는 간흡충증을 한번쯤 의심해보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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