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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분단이 신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라고?

[화제의 책] 신동호의 <꽃분이의 손에서 온기를 느끼다>

등록|2007.11.04 13:18 수정|2007.11.04 14:59

▲ 시인 신동호와 그의 신간. ⓒ 이룸·홍성식


엉뚱한 발언인 동시에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이야기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문화국장이자 통일운동가, <겨울 경춘선>을 상재한 시인이기도 한 신동호.(42·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20대 시절. 그는 "이 땅에서 미국을 몰아내고 남북통일을 이룩하자"는 모토로 학생운동을 하다 독재정권에 의해 두 차례나 감옥에 갇힌 전력이 있는 사람. 이른바 통일지상주의자인 그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게 쉬이 믿기지 않는다. 그의 신간 <꽃분이의 손에서 온기를 느끼다>(이룸) 서문을 통해서다.

"분단은 우리 민족에게 행운이다. 신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그가 삶의 순간마다 내내 지향해왔던 '통일'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분단'을 행운이자, 신이 준 선물이라고 말한 이유는 뭘까? <꽃분이의...>는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신동호의 선언이 어떤 함의를 담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증거물이다.

신 시인의 이번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북한문학을 통해 오늘의 북한사회를 들여다본다'로 정리될 수 있다. 월간지 <민족 21>에 실었던 북한문학 리뷰를 깎고 다듬어 새로 만든 <꽃분이의...>는 당대 북한의 소설과 시, 아동문학까지를 광범위하게 아우르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문학이란 당대 현실의 가장 선명한 반영. 신동호는 현대 북한문학의 살과 뼈를 살핌으로써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북한사회'의 현실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우회로(문학)를 통해 본질(북한사회의 현실)로 육박해 들어가는 독특한 방식이다.

사실 북한 현대문학과 공연예술에 대한 신동호의 해박함은 <한겨레신문> 칼럼 등을 통해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늦게 박사학위를 딴 그가 모교인 한양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하는 과목 역시 북한문학과 북한의 공연예술.

이번 책에서는 북한문학 전반에 대한 그의 넓고도 깊은 식견을 유감없이 확인할 수 있다. 비단 식견뿐인가? 천만에다. 180cm에 100kg에 육박하는 거구지만 신 시인의 문장은 여느 여성작가 못지 않은 미문(美文)이다. 섬세하고, 짧으며, 적확하다. 시인이 산문까지 좋은 것이다.

허니, <꽃분이의...>는 '결 고운 시인의 문장으로 기록한 오늘의 북한문학과 사회'라고 달리 불러도 좋을 듯하다. 게다가 20여 편 각각의 글마다에서 느껴지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혁명적인 낙관과 애정이라니. 우리는 신동호를 통해 지난 날 소설가 황석영이 말한 그대로 "(북한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는 당연한, 아주 당연한 사실을 한번 더 확인한다.

기자가 판단키에 책의 백미는 북한의 장편소설 <열망>과 <주몽>에 대한 이야기, 여기에 더해 문학을 통한 남북의 화해 촉진을 이야기하는 짤막한 논문이 실린 4부다. 왜냐? 신동호 문장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아직도 20대의 열정으로 살아가는 그의 초지일관이 행간마다 읽히기 때문이다.

자, 이쯤에서 그가 "분단은 행운이고, 신의 선물"이라고 말한 이유를 그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보자. 명쾌하고도 은유적인 해명. 역시 그는 누가 뭐라 해도 어쩔 수 없는 시인의 성정을 가진 사내다.

"왜 분단이 행운이고, 신이 우리 민족에게 준 선물이냐고? 인류사에 평화의 모델을 만들어 낼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극한 대립 끝에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져 갔는가를 증명하는 곳도 한반도요, 남은 것들의 만남 속에서 지향할 바를 확인할 수 있는 곳도 우리 땅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분단은 아픔이 아니라 희망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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