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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남해는 광양만권 통합에 관심없다.

공동발전은 아랑곳 않고 서로 주도권 싸움 치중

등록|2007.11.05 08:40 수정|2007.11.06 14:00

여수엑스포 조감도오는 27일 세계박람회기구 파리총회가 열리기 이전에 통합양해각서를 제출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하려던 당초의 계획은 어렵게 되었다. ⓒ 여수시청

오는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142차 세계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12 엑스포’ 개최도시가 결정된다. 이 총회를 앞두고 여수, 순천, 광양시를 중심으로 한 행정구역 통합을 실현시키려던 당초의 계획이 광양시의 논의중단 선언으로 물거품이 되었고, 이후 3개시는 물론 지역시민사회조차 뚜렷한 대안과 통합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단 이번 파리총회에서는 인구 30만 명도 되지 않은 여수시의 힘겨운 싸움과 국가적인 외교 노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여수엑스포와 관계없이 광양만권, 나아가 전남 동부권, 또는 경남 서부지역과 지역화합형 대통합까지 결코 중단할 수 없는 것. 논의 중단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대안을 찾아야 한다.


하동과 남해는 통합에 무관심

광양시는 '지역감정 해소'라는 명분으로 타도에 속한 남해, 하동군을 광양만권 통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같은 도내의 이웃 도시와 통합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현행법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통합을 내세우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타도의 지자체와 통합하려면 현행법률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특별법을 만들어야 가능하다. 설사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하동군과 남해군은 통합에 관심이 전혀 없다는 것. 하동신문 장성춘 편집국장은 “하동은 광양만권 통합에 전혀 관심도 없는데, (이 지역 여론도 확인하지 않고)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불만이다. 또 흡수 통합되는 것에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했다.

남해군청 관계자도 “광양시 등 광양만권 통합을 추진하는 측에서 이쪽 정서나 여론을 살피지 않고 너무 큰 꿈을 그리고 있다.”며 역시 남해군민들도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광양토론회에서 남해를 대표해 참석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서로 다른 이질감도 문제지만, 자치권이 인정되지 않는 통합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아무리 통합의 의미가 좋더라도 통합을 바라지 않는 지자체를 강제적으로 통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 여수MBC의 여론조사에서도 이들 지역주민의 60%이상이 광양만권과의 통합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고, 57.5%가 진주·사천권과의 통합을 더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경남 진주시는 산청군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사천, 남해, 하동까지 통합논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진주상공회의소 측의 주장도 있다. 이렇듯 광양시만의 지나친 짝사랑(?)이 오히려 광양만권 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정작 통합을 희망하는 고흥군은 이번 통합대상에서 아예 제외되었다. 이들 3개시에 모두 17만여 명의 인구를 빼앗긴(?) 고흥군은 통합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 앞으로 3개 시(市)만 통합할 경우 교육 등 주거환경이 좋은 통합도시에 블랙홀처럼 인구, 경제권 등을 흡수당할 것이고, 좋은 환경을 쫓아가는 주민들의 이동을 막을 방법이 없다.

고흥군의 경우 이미 공무원 등 상당수가 매일 순천시내에서 출퇴근하고 있는데, 대부분 자녀 교육문제 때문이다. 고흥 보다 가까운 벌교읍은 이미 기존 상권이 순천시에 흡수당해 무너진 지 오래되었고, 인구도 계속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성웅 광양시장의 속셈은 무엇일까. 이에 같은 좌담회에 참석했던 박노신 광양시의원의 발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통합을 현실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앞으로 우리는 전략적으로 통합에 대한 논의를 펼쳐야 한다. 여수, 순천은 인프라를 충분히 갖춘 도시다. 이에 비해 광양시와 남해, 하동은 조금 취약하다. 통합 때 청사가 광양에 있다면 접근성에 있어서도 남해, 하동에도 유리할 것이다."

광양시가 3개 시 통합논의를 중단시킨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3개시만 통합할 경우 지리적으로 통합도시의 청사는 개발 중인 3개시가 만나는 경계지역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전남도의 광역도시 계획안에서는 중심지별 기능분담을 제시하고 있는데, 신덕지구에 외국인 거주와 광양만권의 공공기능을 제시하고 있어 통합도시청사도 이곳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노관규 순천시장도 “여론수렴을 해봐야겠지만, 3개 도시가 만나고 현재 개발 중인 신대지구와 연계되면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하동군과 남해군을 포함하면 광양이 그 중심지가 되어 통합도시청사 유치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즉, 광양시가 통합에 전혀 관심이 없는 하동, 남해군을 포함시키려는 의도는 지역화합보다 통합도시청사 유치에 있는 것. 하지만 주민들의 편의를 고려한 입장에서는 통합도시청사 보다 각 시군청사(또는 읍면동사무소, 주민센터)가 현실적으로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이성웅 광양시장의 발언에 내포된 모순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시장은 ‘전략적 통합광역시’라는 모호한 개념의 행정론을 주장하고 있다. 우선 이 시장의 발언처럼 50만 명 이상의 특례시로 추진할 수 있다면 굳이 하동․남해를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 여수․순천․광양만 통합하더라도 50만 명은 훌쩍 넘는다.

이 시장은 광역시의 기준이 되는 인구 100만 명 이하라도 각시군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전략적 통합광역시로 추진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현재 자치권이 인정되지 않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와 형평성 논란에 부딪히게 된다.

이러한 정황에 비추어보면 광양시의 통합논의중단 선언은 정치적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지역 토호세력이 중심이 된 시민사회단체의 이기적인 주장에 광양시가 밀린 것도 있지만, 한편으론 반대급부가 충분치 않으면 통합논의를 중단하겠다며 여수시를 압박한 것이나 다름없다.

2012세계박람회 결정시기가 불과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수시는 통합에 결사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광양시는 이렇듯 통합논의에 있어서 수세에 몰려있는 여수시를 압박하여 양보를 이끌어 내려는 속내인 것이다.

하지만, 이 시장이 내민 통합논의 중단이라는 극단적 카드는 명백히 최악이다. 여수가 백번 양보한다 하더라도 순천시가 그냥 있을 리 만무하다. 이렇게 광양만권 통합이 사소한(?) 청사유치 문제로 봉착한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광양항 전경광양만권 통합을 위해서는 지역이기주의에서 탈피한 시민사회의 주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최경필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해야

광양시장의 통합논의 중단 선언으로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가 무산될 경우 그 화살은 광양시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고, 3개 시 사이에 감정의 골도 깊어질 것이다. 이는 앞으로 광양만권 대통합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공동대처해야 할 각종 지역현안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전남 서부권인 무안반도의 통합도 12년 째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목포시와 무안군, 신안군 등 무안반도의 통합은 1994년 이후 4차례나 목포시의 주도로 추진됐지만, 무안에서 통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많아 번번이 무산되었다. 무안반도는 지역세가 뚜렷이 구별되어 특정지자체의 양보만 받아내면 쉽게 풀릴 수 있지만, 광양만권은 상황이 좀 다르다.

3개시의 ‘세’가 인구수만 제외하면 사실상 서로 엇비슷해서 주도권 싸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광양시가 극단적인 카드를 내민 것도 인구수에서는 밀리지만, 광양항, 경제자유구역 등 결코 밀릴 수 없는 환경과 통합도시의 중심지로 미리 굳히겠다는 욕심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광양만권 통합 논의가 서로 동상이몽을 꿈꾸며 좀 더 진척되지 못하고 제자리에만 머문 것은 결과적으로 3개시와 시민사회의 책임이 크다. 통합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 책임은 먼저 여수대와 전남대 통합을 방치한 여수시에 있다.
  
그렇다고 ‘2012 여수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이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는 시점에 논의중단을 선언한 것은 매우 유감스런 선택이다. 그동안 충분히 지역사회의 토론과정과 3개 시민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지하고 토론회에 나서 공개적으로 결정을 해놓고도 합의사항을 파기한 광양시장의 결정은 자치단체장으로서 무책임한 행동으로 보인다.

물론 각 지역마다 통합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분명히 있다. 일부 지도층과 기득권세력, 여기에 지역토호세력까지 이들은 변화와 공동발전을 위한 통합을 원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현재까지 밝힌 통합논의 중단 사유는 지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거창하게 하동, 남해와 지역화합을 내세운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광양시의 통합논의 중단이유로 경제적인 산술이나 지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아울러 통합청사가 광양시로 와야 한다는 고집은 지역민을 위한 선택이라 이해는 하지만, 경제효과 10~20조에 이르는 세계박람회 유치에 찬물을 끼얹는, 국가적 이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역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이기주의에 편승하는 것으로 결코 바른 자세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일단 통합논의의 걸림돌부터 해결해야 한다. 광양시는 광양시민의 정확한 여론을 파악하고, 청사 문제 등은 3개시의 협의를 통해 확정하면 되는 것이다. 떼를 쓰거나, 억지를 부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통합범위도 정부차원의 행정구역개편 계획에 따라 주민들의 의사를 물어 다시 설정해야 한다. 인구기준은 부족하지만, 시군의 자치권을 가진 전략적 통합광역지자체 형태로 가려면 그에 따른 관련법 개정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역사회를 선도해야 할 시민사회의 구체적인 통합노력이 있어야 한다. 당장 상공회의소 통합추진 등 시민사회가 통합을 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각 지자체를 이끌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뉴스라이프11월호에도 실렸습으며 뉴스큐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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