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켜켜히 쌓인 개심사의 가을 개심사 절집앞의 감나무가 붉고 채마밭의 배추와 무가 가을볕을 먹으며 살이 찌고 있다. ⓒ 안서순
가는 길은 서해안 고속도로를 탈 경우 서산 나들목이나 해미 나들목에서 내려 지방도 647호선을 타고가다 과거 '김종필 목장'으로 불리던 '축협서산종축장'의 너른 풀밭을 따라가면서 나타나는 신창저수지를 거진 반바퀴를 돌아 나가면 최근 몇 년 새 형성된 사하촌(寺下村)이 보이고 윗쪽으로 승(僧)과 속(俗)을 가르는 일주문이 나타난다. 행정구역으로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다.
▲ 대웅전 앞 돌계단이 돌계단을 올라서야 대웅전 마당에 이른다. ⓒ 안서순
역사가 오래됐다는 절집치고는 크지도 않고 요란스럽지도 않은 단아한 모습의 개심사.
그간 적지않게 사람의 손길을 탓을 텐데도 세월 한자락을 접어놓은 듯한 고색창연한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 절집에 들어서면 마치 고향집에 온 것 같은게 마음이 편안하다.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모습이 그런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너른 대웅전 마당은 언제 사람들이 들어찰까. 가을이 켜켜히 내려앉은 산과 적막하기조차 한 대웅전 마당은 하나다.
▲ 고즈넉한 개심사 대웅전 적막하기 조차한 개심사는 단풍이 드는 산과 절집이 하나처럼 느껴진다. ⓒ 안서순
대웅전 마당 건너 서편에 있는 요사채 꽃밭에 흰 국화 한 무더기가 탐스럽게 피어있고 그 옆으로 조그만 동자승 몇 개가 가지런히 놓인 채 저마다 백원짜리, 십원짜리 동전을 이고 깔고 있다. 누군가가 한두 개씩 갖다 놓은 것이 그 또한 하나의 기도처가 된 것이리라.
▲ 대웅전 밖 돌탑 이 같이 작고 하찮아 보이는 돌탑도 큰 염원을 간절히 담고 있을 것이다. ⓒ 안서순
▲ 대웅전 마당 한켠에 놓인 동자승 어린 초등학생이 신기한 듯 동자승과 그 앞에 놓인 동전을 갖고 놀고 있다. ⓒ 안서순
지금 남아있는 대웅전 등 절집은 조선시대에 다시 지은 것으로 주심포형이 가미된 다포식 양식을 보이고 있다.
개심사 오르는 길은 두 갈래다.
오래 전에 만들어진 돌계단을 타고 앞쪽으로 오르는 길과 서쪽으로 돌아서 절집 마당에 이르는 작은 찻길이 있다. 찻길은 절에서 소용되는 물건을 실어 나를 때 이용하는 길로 대부분 사람들은 돌계단을 타고 절집에 간다.
돌계단 길을 오르기 전 높이가 60cm정도 되는 바위에 한문으로 새겨진 ‘개심사 입구’는 가장 먼저 만나는 표석이다. 2005년 세워놓은 주차장 앞 일주문이 있기 전에 그 표석은 일주문 역할까지 하고 있었다.
▲ 개심사 입구 개심사 오르는 길은 돌계단으로 시작되어 돌계단으로 끝이 난다. ⓒ 안서순
그 일주문은 승속을 구분 짓는 경계선이기도 하다.
은자(隱姿)이던 개심사도 세월이 흐름은 어쩔 수 없는지 일주문 밖에는 어느새 여느 큰 절집과 다르지 않은 절집을 오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사는 사하촌이 만들어져 있다. 기념품 가게부터 산채, 영계백숙의 음식점, 노래방, 여관까지 들어서 있다.
그러나 일주문을 들어서면 승과 속이 확연하다. 오래된 소나무 숲이 우거진 사이로 놓여진 돌계단 오르는 길섶 곳곳에는 정성을 모은 돌탑이 무수하다.
불사중창을 하려는지 대웅전 앞에 기와가 가지런히 쌓여있다. 대웅전은 문을 활짝 열고 가을볕을 쬐고 있고 누군가 정성스럽게 기도를 올리고 있다. 대웅전 돌 축대 아래 채마밭에는 배추와 무가 따스한 가을을 먹으며 살을 불리고 있고 감나무에 매달린 감은 홍시가 되어간다.
▲ 대웅전 밖개심사는 언팍으로 온통 가을로 가득 차 있다. ⓒ 안서순
이런 고즈넉함도 휴일이나 토요일, 일요일에는 담박에 깨진다고 한다. ‘숨어있는 절집’이라는 게 소문이 나 이젠 전국 각지에서 숨은 절을 보려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절의 주지스님인 선광스님은 “사람 떼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느냐”며 선문답 같은 말로 사람들을 경계하는 말을 한다.
선광스님은 절집에 손을 대는 것을 싫어한다. 구태여 손을 댄다면 꼭 수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에 한정한다. 개심사가 옛 모습을 그대로 지닌 채 보존되고 있는 것도 선광스님의 순전한 고집(?) 때문이다.
부잣집 터에 지어진 것 같은 개심사의 가을이 영근 가을볕처럼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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