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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주는 사명을 찾아 떠난 여행길

내장산 단풍을 돌아보며 깨달은 생각

등록|2007.11.05 16:06 수정|2007.11.05 16:09

내장산 단풍길 여행에 동승한 사람들교회에서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사랑의 밥'을 지어 나누는 사람들 모습입니다. 이들의 웃음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이들의 참된 행위 속에 있을 것입니다. ⓒ 권성권


전북 정읍 내장산 단풍길 여행에 올랐다. 교회에서 홀로 살아가는 분들에게 '사랑의 밥'을 지어주는 몇몇 사람들이 참가한 여행길이었다. 그 일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분들 역시 가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던 터다. 가을 단풍을 통해 나름대로 아름다움과 깊이를 얻고자 함이었다.

내장산 아래는 아직 초가을인 듯 단풍이 물들지 않았다. 오히려 산 중턱에 다다라서야 단풍잎들이 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것은 흡사 신방 안에서 신혼 첫날밤을 기다리는 새색시의 옷고름 같았고, 나라 안팎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인 영화 <황후화>를 보는 듯했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단풍나무 위에 달려 있는 오색찬란한 단풍들은 사람들 보기에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길 위에 떨어진 낙엽들은 사람들에게 밟힘을 통해 아늑함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머잖아 땅 아래 들어가 나무들의 영양분이 되겠지요. ⓒ 권성권


그만큼 오색찬란한 단풍잎들은 우리 일행들의 발걸음을 가볍고 밝게 했다. 일상에 지치기 쉬운 사람들 마음을 알차고 부드럽게 해 주었다. 사람들과 부대기며 받는 스트레스를 맑고 청순하게 치유해 주었다. 그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밟힘을 통해 그것을 만끽하도록 해 준 것이다.

물론 땅 아래의 단풍 낙엽들과는 달리 나무 위에 매달려 있는 단풍잎들도 많았다. 아직은 그것들이 제 기운을 붙들고 있어서 그랬을까? 아름드리나무들이 그 이파리들을 자유롭게 놔 주지 않는 까닭에서 그랬을까? 그래도 때가 되면 다들 땅 아래를 향해 떨어질 것이다. 제 사명의 끝이 그곳이기 때문이리라.

호수 위에 떠 있는 팔각정가을 호수의 운치있는 분위기를 마음껏 드러내고 있는 팔각정입니다. 큼지막한 돌계단이 있어서 저곳에 올라가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여기서 조금만 위로 가면 정상을 향해 올라갈 수 있는 케이블카가 있었습니다. ⓒ 권성권


드디어 우리 일행들은 호수 위에 떠 있는 팔각정 앞에 다다랐다. 그야말로 가을 호수 분위기를 그보다 더 운치 있게 자아내는 곳도 없었다. 그곳 위에 있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곧장 내장산 정상이다. 그곳 최정상에서 고함을 지른다면 뭔가 남다른 뿌듯함이 밀려오지 않을까 싶었다.

벽련암 앞 작은 연못에 떠 있는 단풍낙엽벽련암 앞에 작은 연못에 떠 있는 단풍낙엽들입니다. 나뭇 가지 위나 산 정상의 낙엽들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이 낙엽들이야말로 더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지 않나 싶었습니다. ⓒ 권성권


하지만 우리 일행들은 정상을 향하는 길목은 접고 벽련암으로 향했다. 케이블카를 타려면 북적대는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그게 싫었고, 그럴만한 여유도 없었다. 더욱이 산 정상에서 소리치는 고함보다는 암자의 그윽한 소리가 우리 일행들을 더욱 끌어당겼다. 그만큼 깊이 있는 감동은 사람들의 고함에 있기보다 침묵 가운데 들려오는 암자의 울림에 있었던 까닭이리라.

해가 어둑해질 무렵 우리 일행들은 산 아래 버스를 향해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목도 오르막길처럼 무척 흥겨웠고 뿌듯했다. 산을 오를 때는 오르면서 보는 아름다움과 깊이가 있었고 내려올 때는 또 내려오면서 보는 멋과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단풍길 여행을 통해 얻고자 했던 깊이와 아름다움을 나름대로 만끽했던 까닭이리라.

단풍길 여행을 마치고산을 오를때처럼 내리막길도 흐뭇하고 뿌듯했습니다. 다시금 해야 할 사명을 위해 제 삶의 자리를 찾아가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단풍이 주는 깊은 의미와 아름다운 사명을 다시금 새겨보았기 때문입니다. ⓒ 권성권


그처럼 형형색색의 단풍들이 뭇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때가 되면 땅 사람들에게 밟히는 멋을 자아내고 또 나무들에게 거름이 되듯, 우리 일행들도 지금 나누고 있는 '사랑의 도시락'을 앞으로도 정성스럽고 알차게 꾸려나가길 모두 바랐을 것이다. 그보다 더 아름답고 깊이 있는 울림도 없을 것이요, 단풍이 주는 사명도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이번 내장산 여행길은 단풍이 주는 참된 사명을 찾아 떠난 여행길이지 않나 싶었다. 정말로 고맙고 뜻깊은 여행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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