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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도 여백의 미를...'올라올라, 올라데이'

[웹 2.0 시대, 떠오르는 사이트들, 두번째 이야기] 감성 커뮤니티 '올라데이'

등록|2007.11.05 16:24 수정|2007.11.05 18:45
연말이 되면 온갖 광고들이 일제히 신문지면에 오른다. 각종 광고 시상식이 열리기 때문이다. '광고장이'(광고를 만드는 사람)에겐 이때가 가장 떨리는 순간이자, 보람된 때일 것이다. 보는 이들도 즐겁다. 신문 양쪽에 빼곡하게 찬 광고를 보며, 찬찬히 곱씹어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눈여겨봤던 작품이 상을 타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올라데이'(www.oladay.com)가 딱 그렇다. 특히 게시물('올라데이'에선 '에피소드'라고 부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올라데이 라운지'는 마치 광고 대상 수상작 목록을 보는 듯하다.

▲ <사진> '올라데이' 라운지 캡처 ⓒ 이승배


작은 엽서 같은 것이 '오'와 '열'을 맞춰 각 잡혀 화면 가득 펼쳐진 모습에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마우스로 아무리 아래로 잡아끌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일까. 낚시터도 아닌 곳에서 '손맛'까지 느껴진다. 낚싯줄을 팽팽히 잡아끌었다 놓는 맛이 아닌, 마우스 스크롤을 올렸다 내렸다하는 그런 '손맛'. 일부는 전문용어로 '드래그질'이라고도 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블로거들을 블로그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함이 있다. 제작자의 전략이었다면, 그 세심함에 박수를 보낸다. "짝, 짝, 짝~"

이뿐만이 아니다. '에피소드'를 클릭할 때마다 첩보 요원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웬만한 첩보 영화는 적어도 한 번쯤은 범인을 잡기 위해 폐쇄회로(CC) TV 화면을 돌려보는 장면이 나온다. 미심쩍은 사람을 찾으면 꼭 이런 대사를 친다('말하다'의 전문용어). 그것도 다급한 목소리로. "이봐~확대해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삐'하는 기계음과 함께 화면이 확대된다. 처음엔 모자이크가 깔려 흐릿하다가, 2~3초 정도 버퍼링 시간이 지나면 그림이 아주 '쨍'해진다. '올라데이'가 그렇다. 궁금한 자, 느끼고 싶은 자, '올라데이'로 "고고~ 무브무브" 마음에 드는 게시물을 골라, '클릭'.

▲ <사진> '올라데이' 에피소드 만드는 화면 캡처 ⓒ 이승배


일반 블로그가 '신문'(혹은 '통신')이라면 '올라데이'는 '방송'같다. 활자(글씨)보다는 비주얼 색깔이 더 강하다.

글쓰기 창은 마치 깨끗한 칠판 같다. 화면 한 가운데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기다랗게 퍼져 있는 형태다. 쓰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상상하라"라는 광고 카피처럼, 생각하는 대로 표현하면 된다. 배경화면을 바꾸고, 위에 글을 덧대고, 허전하다 싶으면 동영상을 넣을 수도 있다. 'html', 'java', 'flash', ○○○ 등. 이런 머리 아픈 것은 몰라도 된다. "딸깍딸깍"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끄~읕".

댓글을 다는 방법도 색다르다. 보통 게시물 밑에 달리는 것에 반해, '올라데이'는 게시물 바로 위에 적는다. 위치도 쓰는 사람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마우스 스크롤 올렸다 내렸다하면 댓글이 생겼다 없어진다. 사라질 때는 종이를 꼬깃꼬깃 아무렇게나 접어 버리는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 모습, 살짝 귀엽다.

댓글 모양은 '별', '네모 상자', '상상 박스' 3개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말이 댓글이지, 실제론 방명록 역할을 한다.

▲ <사진> 내용 없는 빈 댓글상자 캡처 ⓒ 이승배


요거 하난 '에러'다. 게시물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댓글을 쓸 수 있게 돼 있다. 겉으로는 좋아 보인다. 편리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포털사이트에선 화면스크롤(맨 오른쪽 기다란 막대기)을 움직이려면 맨 바닥에 한 번 클릭을 해야 한다. 때문에 대부분 마우스 스크롤을 돌리기 전, 습관적으로 바탕화면을 한 번 클릭하는 습관이 있다.

'올라데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댓글을 보려고 스크롤을 움직이기 전, 게시물에 자기도 모르게 클릭한다. 클릭 하지 않아도 댓글은 움직이는데 처음 오는 사람은 잘 모른다. 여러 번 와도 솔직히 지금도 헛갈린다. 클릭과 동시에 댓글 창이 떠오른다. 뒤늦게 없애려면 버퍼가 생긴다. 게시물을 돌아다니다 보면 빈 댓글 상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동 댓글 모드 대신 이동 화살표를 기본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 운영자가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게시물 바닥 말고 바깥쪽에 클릭하는 습관을 '억지로'라도 들일 수밖에. 후훗-

▲ <사진> '올라데이' 메인 화면 캡처 ⓒ 이승배


'올라데이'는 한창 물오른 '싸이월드' 미니홈피 만큼,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그런 만큼 남자보다는 여자들에게 더 호감을 끌 수 있을 것 같다. 정해진 콘텐츠, 도토리 살 돈이 없어 제 실력 발휘 못했던 사람에겐 그야말로 '최고의 놀이터'다.

특히 사진 에세이 쓰기 좋아하는 사람에겐 더 유리할 듯하다. 그림이나 디자인에 소질 있는 사람은 순식간에 인기장이가 될 수 있는 구조다. 그럼 그냥 평범한, 노멀(normal)한 자들은? "난 별로 잘 하는 게 없는데"라며 속앓이 할 필요는 없다. 걱정마라. 사진 한 장만 띄워도 멋진 작품이 된다.

'올라데이'는 깔끔하다. 여러 가지 주제를 지닌 콘텐츠를 억지로 한 데 묶지 않아 시원하다. 다소 휑한 기분이 들지만, 나름의 미학이 있어 보인다. 동양화의 정수라 하는 '여백의 미(美)'와 비슷한 느낌이다. 2007년 경제 코드인 '디버전스'(divergence, 세분화)와도 맞다.

사이트 이름 앞에는 항상 '꾸밈말'이 붙는다. '이글루스' 앞에 '블로그 人이 사는 곳'이란 말이 붙은 것처럼. '올라데이'는 '함께 그리는 하루하루'다. 엽서 한 장에 담는 나만의 일상, 각자의 일상에서 생기는 공감대 그리고 감동. '감성 커뮤니티'란 애칭과도 잘 어우러진다.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잘 지었다. "브라보~!"

앗! 빠뜨린 게 있다. '올라데이'의 타임킬러(time killer), '실시간 채팅창'을. 위치는 홈페이지 메인 화면 아래에 있다. 별도로 '올라팝 알파'(olapop alpha)라는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댓글놀이'를 할 수도 있다. 그럼, 리뷰는 여기까지만.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블로그(goster.egloo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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