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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고무신의 꼬마 철학자

3살 때 손자의 추억이 담긴 사진

등록|2007.11.06 08:42 수정|2007.11.06 08:45
꼬마철학자의 산책

ⓒ 정현순


사진은 추억이다. 그런 추억이 없어진다는 것은 무척 아쉽고 속상한 일이다. 얼마 전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백업한 일이 있다. 백업하다 실패하면 자료가 전부 혹은 일부가 없어질 수 있다.

수 년 전에도 백업하면서 내가 아끼던 사진 중 몇개를 잃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속상하다. 그럴 경우를 생각해서 가족 사진을 정리하고 있다. 손자 사진은 제 엄마에게 보내 주기 위해서다 .

사진을 정리하던 중 손자가 3살 때 찍은 몇 장의 사진이 유독 눈에 띄었다. 2004년 5월 21일에 찍은 사진이다. 그때 손자는 노랑고무신과 토끼풀 꽃으로 만든 꽃반지를 무척 좋아했다. 노랑고무신을 신고, 하얀 바지, 청재킷을 입고, 뒷짐을 지고 걸어가는 모습이 마치 꼬마 철학자 같아 보였다.

나는 그 뒤를 따라가면서 녀석의 일거수 일투족을 사진기에 담았다. 녀석은 주변의 모든것이 신기한 듯했다. 조금 걷다가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살펴보면서 가끔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하고, 저만치 걸어가는 사람을 유심히 쳐다보기도 한다. 풀밭에 앉아서 놀기도 하고, 꽃을 만져 보기도 한다. 장미꽃 주변을 천천히 걷기도 한다. 그렇게 공원에서 한참 놀더니 집으로 가자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토끼풀을 보게 된다.

 녀석은 아주 서툰말로 "할머니, 나 반지 만들어 줘" 한다. 반지를 만들어서 손에 끼어주었다. 녀석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아주 만족해 했다. 통통한 손에 꽃반지가 아주 잘 어울린다. 녀석은 지금도 그 옆을 지나가면 꽃반지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한다. 그때 그 기억이 머리속 깊이 깊이 남아있나 보다.  꼬마철학자의 추억도 그렇게 과거 속에 묻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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