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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박물관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수원 주변의 박물관, 성, 왕릉, 절을 찾아서 ①] 경기도 박물관 1

등록|2007.11.07 10:33 수정|2007.11.07 10:35

▲ 경기도 박물관 야외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당간지주(복제품) ⓒ 이상기


요즘 도립박물관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 지방 자치단체들이 문화예술, 관광의 중요성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박물관은 1996년 6월에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도립 종합박물관이다. 경기도 지역의 문화유산을 조사 발굴 연구하는 기관으로 그동안 양주 회암사지 발굴, 수차례의 특별 전시회, 지표조사, 박물관 대회 개최 등을 통해 도립박물관으로서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경기도 박물관은 이러한 조사 연구 기능 외에 문화교류와 사회교육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몽골, 중국, 일본, 체코, 스페인 등 해외박물관의 유물을 전시하여 해외 문화를 국내에 소개하였다. 그리고 박물관대학, 문화유적답사, 초․중등학생을 위한 문화학교, 그림그리기 대회 등 다양한 문화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박물관에서 만난 어린이 ⓒ 이상기


우리가 용인시에 있는 경기도 박물관을 방문한 날도 유치원생들과 초등학생들로 박물관이 마치 학교 같았다. 여기저기서 설명을 듣기도 하고, 재잘거리기도 하고, 받아 적기도 하고, 몰려다니기도 하면서 박물관을 내 집처럼 이용하고 있었다. 이게 바로 경기도 박물관의 장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조용히 유물을 관찰하면서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관람객들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기도 했다.

박물관은 2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에는 중앙홀을 중심으로 왼쪽에 민속생활실, 서화실, 기증유물실이 있고 오른쪽에 기획전시실이 있다. 그리고 2층에는 자연사실과 고고미술실, 문헌자료실이 있다. 대개 사람들은 먼저 2층으로 올라가 자연사실, 고고미술실, 문헌자료실을 보고, 1층으로 내려와 민속생활실, 서화실, 기증유물실을 본다. 그리고 기획전시실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리면 그곳을 본다.

▲ 박물관 2층의 전시장 평면도 ⓒ 이상기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2층의 자연사실에 들렀다. 자연사실은 인류의 출현과 진화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경기도 천연기념물을 소개하고 있다. 다음으로 간 곳이 박물관의 핵심인 고고미술실이다. 이곳에는 구석기시대 토기부터 조선시대 도자기까지 약 450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 손잡이가 달린 붉은색 토기 ⓒ 이상기


▲ 손잡이가 없는 둥근 항아리 ⓒ 이상기


그 중에서 겉에 빗살 또는 십자 무늬가 있는 붉은 빛 토기들이 가장 인상적이다. 석기시대 또는 청동기시대 물건이다 보니 완전한 형태를 갖춘 것은 없고, 깨진 것을 붙여 형태를 완형에 가깝게 복원하였다. 그런데 이들 모두가 낯설지 않고 아주 친숙해 보인다. 손잡이가 달린 두 개는 떡시루 또는 술밥을 짓는데 썼을 것 같고, 손잡이가 없는 둥근 항아리는 물동이 또는 액체 보존 용기로 썼을 것 같다.

또 회색 또는 검은 색의 항아리, 세발 달린 토기 등이 보이는데, 색깔이 거무튀튀해서인지 깨끗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항아리의 모양이나 토기의 모양이 특이해서 용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 외에 참외 모양의 작은 병도 보이는데 주둥이를 약간 기울여 파격을 보여주고 있다.

▲ 청화백자 운룡문호: 구름과 용무늬가 있는 항아리 ⓒ 이상기


고고미술실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유물은 조선시대 만들어진 분청사기와 청화백자이다. 전체적으로 분청사기들은 단순 소박하며, 청화백자들은 깨끗하고 화려하며 기교가 보인다. 특히 풀을 무늬로 넣은 '철화백자 초문병'들이 인상적이다. 이에 비해 조선 후기 도자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청화백자는 흰색 바탕에 파란색 무늬를 넣었다. 구름을 타고 오르는 용이 그려진 '청화백자운룡문호'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운룡문호(雲龍紋壺)라는 단어가 어려운데 말 그대로 풀이하면 구름과 용무늬가 있는 항아리이다.

▲ 청화백자 사자형 주병: 사자모양 술병 ⓒ 이상기


그리고 또 좋은 것들은 청화백자로 만들어진 술병과 연적이다. 이들이 이처럼 마음에 드는 것은 동물 또는 식물 모양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청화백자 사자형 주병은 사자 모양 위에 조롱박 모양의 술병을 얹은 형태이다. 모양으로 보아 조롱박을 통해 술을 넣고 사자 입을 통해 술을 따를 것 같다. 사자 입으로 나오는 술이라니, 선조들의 해학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 청화백자 사자형 연적 ⓒ 이상기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이 연적이다. 하나는 사자형 연적이고 다른 하나는 복숭아모양 연적이다. 사자형 연적은 웅크리고 앉아 포효하는 모습이라고 하는데, 포효라고 하기엔 너무 작고 부드러운 표정이어서 마치 길들인 사자 같다. 귀로 물을 넣고 입으로 물을 따르게 되어 있다. 사자형 연적과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복숭아 연적은 공식명칭이 ‘청화백자 진사채 도형 연적’이다. 붉은 색이 칠해진 복숭아 모양 연적이라는 뜻이다. 하얀 바탕에 푸른색 잎 그리고 몸통 부분과 끝 부분에 칠해진 붉은색이 인상적이다.
덧붙이는 글 용인시에 있는 경기도 박물관, 수원시에 있는 화성, 화성시에 있는 융건릉과 용주사에 대해 약 6회에 걸쳐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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