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고향' 배경음악이 청성곡이라니
[슬라이드] 연정국악원의 화요상설공연 마지막을 앞두고
▲ 어랑어랑 민요를 실내악으로 연주용문산 기슭에서 즐겨 불러지던 민요를 실내악으로 편곡해 흥겨운 장단과 대금의 애절한 가락에 담아 펼쳐내고 있다. ⓒ 조우성
“70년대 세계음악페스티벌에 수제천이 연주되었는데 외국인들이 다들 놀랬다고 합니다. 사람으로는 연주할 수가 없는 신의 음악이라고 칭송했다”고 김병곤 사회자는 서두를 꺼냈다.
“우리 음악은 호흡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연주가 이뤄지기 때문에 과학적이고 수학적인 문화 속에서 살아가던 외국인들에게는 색다르고 신기한 경험이 된 것이죠”라며 자칫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낄 수 있는 수제천에 관해 사례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갔다.
관객들도 사회자의 쉽고 재미난 국악해설에 귀 기울여 들으며 메모를 하기도 했다. 단원인 나동주씨의 청성곡 대금연주에 앞서 사회자는 “전통음악의 대금독주곡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청성곡입니다. 맑고 아름답게 이어지는 음률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신비로워 높은 경지에 이른 곡”이라며 은연중에 국악에 대한 자부심을 간간이 드러내기도 한다.
▲ 아름답고 화려한 부채춤한복을 입고 양손에는 깃털로 장식된 화려한 부채를 들고 멋진 자태를 뽐내는 무용수 ⓒ 조우성
“청성곡은 일명 ‘요천순일지곡’이라고도 하며 한 음을 올려 높은 음역에서 연주하기 때문에 아주 맑고 높은 소리가 나 청성곡이라는 곡명이 붙었으며, 대금연주기법의 표현상 길게 뻗어내는 실날같은 가는 소리가 장단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연주자의 역량에 따라 자유분방하게 표출되기 때문에 으시시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전설의 고향’의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되기도 하였다”며 청중들 머리속에 꼬깃꼬깃 담겨있던 기억들을 살짝 건드려 주기도 하였다.
자신도 모르게 "아!"하고 터져 나오는 감탄사로 관람객들은 사회자의 친절한 국악풀이에 화답했다.
▲ 궁중음악 수제천 연주백제때 정읍사를 노래했던 성악곡이었으나 현재 가사는 사라지고 기악곡으로만 연주되는 화려하고 장엄한 수제천 ⓒ 조우성
지난 6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공연시작을 알리는 장엄한 종소리가 울리고 드디어 궁중음악의 백미 중의 백미이며 일명 ‘정읍’ 또는 ‘빗가락 정읍’이라고도 불리는 수제천이 화려하고 장엄하게 울려퍼졌다.
1시간 동안 진행된 공연에 궁중음악인 수제천을 비롯해 맑고 아름다운 대금독주, 전통악기의 연주기법과 음량에 변화를 가져 온 25현 개량가야금의 백도라지 연주, 수석무용단원인 김윤미씨의 아름답고 화려한 부채춤, 흥겨운 장단과 애잔함이 담겨 있는 어랑어랑 민요가락, 꽹가리 가락이 발달해 경쾌하고 힘이 있으며 두 개의 꽹가리가 짝쇠를 이뤄 주고받는 흥겨움이 마지막 절정을 이루는 경기·충청 웃다리 사물놀이 등 다양한 종류의 연주가 이뤄졌다.
▲ 대금독주가을의 시원한 날, 맑고 높은 소리로 청성곡을 연주한 나동주씨 ⓒ 조우성
대전연정국악원의 화요상설국악공연을 관람한 서경원(여·42)씨는 “사물놀이 정도는 방송이나 행사를 통해 듣고 보았지만 수제천은 평소에 접해보지 못한 음악이었다”며 “요즘 음악들은 빠르고 경쾌한데 수제천의 연주는 느리고 조용한 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씨는 지루하거나 따분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느린 것 같았지만 음율이 조화로웠다. 가만히 생각을 비우고 들어보니 의외로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상쾌해졌다”며 자신의 느낌을 잔잔하게 전해주었다.
▲ 하늘과 땅과 내가 일체가 되고사물놀이에서 꽹가리를 맡은 김병곤씨는 사회도 맡아 재미있고 상세한 국악해설로 관객들에게 흥을 더해주었다. ⓒ 조우성
“오늘 들은 가야금 25현 연주는 현대적이고 세련되어 젊은이들도 좋아 할 것 같다.”
“색다른 느낌,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이었죠. 오늘 공연내용의 종류가 다양하게 잘 짜여져 너무 좋았습니다. 대전에는 국악연주회가 별로 없는데 이렇게 상설연주회가 있다는 것이 너무 좋고 대전시민으로서 자부심이 듭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성옥(여·42) 김미옥(여·40)씨. 그러나 이런 점에서 조금은 아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 한 올 한 올 울려 멋진 소리를 만들어 내고실내악 연주중 아쟁 ⓒ 조우성
“사람들이 홍보부족으로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행사 홍보를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은 이런 것도 모르고 국악공연을 보기위해 비싼 돈을 주고 예술의전당 등에서 그것도 가끔씩 공연을 봅니다.”
또 이들은 시민들에 대한 홍보부족을 이처럼 지적했다. 이어 다음과 같이 관객들의 매너부족도 지적했다.
“오늘은 학생들이 단체로 공연관람을 하러 온 것 같았습니다. 사물놀이공연이 절정에 갔을 적에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함께 흥을 이어가는데 오늘은 학생들의 호응도가 낮아 박수를 쳐야 할 즈음에 박수가 나오지 않아 섭섭했고 공연중에도 학생들의 잡담으로 실내가 조금 시끄러웠다.”
▲ 가야금 중주25현 개량가야금으로 박정수, 신은희씨가 백도라지를 연주하고 있다. ⓒ 조우성
연정국악원에서는 작년부터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친근한 국악만들기의 일환으로 화요상설국악공연을 소극장에서 개최하고 있다. 전반기는 4, 5, 6월 석 달간에 걸쳐 총 13회 실시했고, 후반기에도 9, 10, 11월 달까지 진행하고 있다. 오는 11월 27일이 올해 마지막 화요상설국악공연의 마지막 날이다.
한국에 1년간 교환교수로 와 있는 송태영 교수를 데리고 이날 공연을 관람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강익범 박사는 "화요상설무대가 끝나기 전에 외국인 친구들 10여 명을 데리고 와서 우리 국악의 흥겨움과 아름다움을 흠뻑 맛보게 해주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연정국악원의 화요공연을 모두 녹화해서 방송으로 내보내고 있는 STB 상생방송국의 제작진들도 공연일정이 모두 마감되면 시원섭섭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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