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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낳는 오리가족과 사돈을?

등록|2007.11.10 09:04 수정|2007.11.10 09:17
궁둥이에 땀띠가 나도록 뭉개고 앉아 목하 '취업시험' 준비 중인 우리 딸을 며느릿감으로 탐내는 집안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와 사돈을 맺고 싶다는 집안은 후배의 큰 시누이인데 그 부부는 둘 다 교직에 몸담고 있는 부부교사다.

후배의 큰 시누이와는 가깝지는 않지만 만나면 내게 '언니'라고 부르며 반색할 만큼 스스럼없는 사이고, 그 남편은 한때 한 사무실에서 일했던 아주 절친한 사이다. 그렇게 우리를 잘 아는 사람이 우리 딸을 며느리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으니 그 말이 가볍게 던진 것은 아닐 터였다.

지난 명절, 부모님댁에서 모두 모인 자리에서 그 집 아들의 결혼 이야기가 나왔는데 가족 모두 만장일치로 우리 딸을 찍었단다. 그래서 어떤 이유로 우리 딸을 찍었느냐고 물으니까 야무지고 똑똑한 성격이 마음에 들어서였단다. 딸도 없는 외동아들인 녀석이 사회진출을 앞두고서도 영 정신을 못 차린단다.

성품은 착한 데 친구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싱거운 녀석이라나. 해서 녀석의 헤픈 성격을 다 잡아 줄 야무진 처자가 딱인데 가까운 곳에서 둘러보니 우리 딸만큼 적합한 인물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긴 숟가락 숫자 빼고 양가의 사는 형편과 됨됨이는 거짓말 조금 보태 유리알처럼 들여다 보는 처지니 감추고 따지고 할 것도 없는 사이였다.

하여튼 온 가족이 둘러앉아 윷놀이 대신 우리 딸을 대상으로 콩이야 팥이야 왁자하니 떠드는데 녀석의 아빠는 말없이 빙긋 웃고 녀석의 엄마가 나랑 친자매처럼 지내는 제 손 위 올케한테 통사정을 하더란다.

"언니한테 가서 올케가 잘 설득 좀 해주세요. 자경이 우리 집에 보내면 혼수 걱정할 것도 하나 없고, 시부모 때문에 골치 아플 것도 없다고요. 더구나 늙어 죽을 때까지 연금으로 살 수 있는 여자는 황금알을 낳는 오리라는데 내가 바로 황금알을 낳는 오리잖우~~"

"황금알을 낳는 오리? 그게 무슨 소리야?"

"언니도 오리시리즈 모르는구나. 나도 시누한테 그 소리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후배는 곧장 제 시누한테 들은 오리시리즈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 곡성 오일장, 우리 안에 갇혀 순서를 기다리는 오리떼. 에구, 재네들은 어떤 오리일까? 설마 나처럼 어찌하오리? ⓒ 조명자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띵까띵까 놀면서 호강만 하는 여자는 탐관오리
열심히 재산 늘려놓고 일찌감치 세상을 뜬 여자는 앗싸! 가오리
돈도 못 버는 주제에 비글비글 아프기만 한 여자는 어찌하오리
정년까지 빵빵하게 채운 것은 물론 퇴직해서는 연금까지 받는 여자는 황금알을 낳는 오리. 그러니까 부부교사인 우리 시누 집은 황금알을 낳는 오리가족이라 이거지. 하하하~~"


그 말이 어찌나 우스운지 뒤집히게 웃다가 불쑥 후배한테 "그럼 나는 무슨 오리니?"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날렸다. 그랬더니 1초도 되지 않아 후배가 "아, 당연히 '어찌하오리'지."

졸지에 '어찌하오리'가 돼 버렸다. 오리 시리즈를 들으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여자가 결혼을 하면 집안에 들어앉아 살림 잘하는 것이 미덕이던 시대가 아니었는가. 그런데 지금은 젊은 남성들의 시각이 180도 달라졌다고 한다. 즉 외모가 시원찮은 것은 용서해도(고치면 되니까) 직업 없는 것은 용서 못 한다나.

내세울 조건이 화려한 남자 아이들일수록 원하는 조건이 까다롭기 그지없다. 학력과 외모는 기본이고, 능력 있는 여성에 플러스 알파(?)까지 기대하는 모양이다. 우리 나이가 나이니 만큼 주변에 지인들이 모두 아들 딸 혼사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다.

주변의 사정이 이러하니 딸을 가진 엄마로서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딸아이 취직시험 끝나면 넌지시 말이나 넣어 봐야지.

"말이야 바른말이지, 그만한 집 만나기 어렵다. 그 아이 엄마, 아빠는 내가 보증하는 성품이고 더구나 둘 다 교사 아니냐. 그리고 이모 말 들으니까 그 녀석도 친구도 많고 아주 낙천적인 성격이란다. 어때, 한번 생각해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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