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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대문 앞까지 쓸어주니 고마우이"

밥상에 수저 하나 더 놓으면 되는 것을... 이웃 배려와 상부상조 미덕 떠올리는 아침

등록|2007.11.10 12:21 수정|2007.11.11 21:50

▲ ⓒ 홍경석

얼마 전 마당의 감을 땄습니다. 하지만 잔여분의 감나무 잎은 바람을 따라 어제도 계속 떨어졌습니다.

어제도 출근하여 근무를 하다가 시내에 볼 일이 있어 나가게 되었습니다. 근데 어제는 길가에 심어져 있는 은행나무들이 무슨 작당이라도 했나 봅니다. 그건 바로 제 눈에 띄는 은행나무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양의 은행나무 잎들을 아래로 쏟아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길을 가는 사람들은 '운치가 있다'느니 '사진 찍기에 안성맞춤'이라며 핸드폰을 꺼내 실제로 동반자를 찍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침마다 일찍 출근하는 관계로 길거리를 청소하시는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의 노고를 잘 아는 저로선 길가에 뒹구는 낙엽을 마냥 좋은 감정으로만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건 바로 그렇게 바닥으로 낙하한 낙엽은 결국 누군가가 쓸어내어 정리정돈을 해야만 하는 원초적인 한계에 봉착하기 때문이었습니다.


▲ ⓒ 홍경석

하여간 휴무인 오늘(10일)도 아침에 일찍 일어났습니다. 시절을 모르는 모기들의 준동으로 말미암아 더 이상의 강제적인 헌혈은 관둬야겠다고 애써 기상한 것이었지요. 그렇지만 조반을 들고나니 딱히 할 일이 없어 심심하더군요.

맑은 공기라도 마시고자 마당에 나갔더니 마침 수북한 감나무 잎이 눈에 거슬렸습니다. '에라~ 운동도 할 겸 빗질이나 하자.'

싸리비를 들고 올라가 옥상에서부터 마당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쓸었습니다. 근데 감나무 잎은 저희 집뿐만 아니라 인근의 이웃집으로까지 전방위적으로 날아가 쌓이는 녀석입니다.

그래서 기왕지사 손에 잡은 빗자루이었기에 이웃집의 마당까지 고루 쓸어주는 '센스'를 발휘했지요. 그렇게 빗질을 하고 있는데 바로 이웃에 사시는 할아버지께서 어느새 동네 한 바퀴를 도시면서 모은 폐지와 휴지를 손수레에 싣고 오셨습니다.

그리곤  "우리 집 대문 앞까지 쓸어주니 고마우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기왕에 청소하는 것이라서 몽땅 쓸어봤지요, 뭐"라고 겸양을 보였더니 할아버지께선 즉시로 어떤 상부상조의 미덕을 말씀하셨습니다.

"감나무 잎은 바짝 말려야 잘 타는 겨. 나중에 마르면 내가 (불에) 태워줄 테니 신경 쓰지 마"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로부터 어르신들이 쉬 하시던 말씀 중에 "밥을 먹으려는데 손님이 왔다면 그러나 어려울 게 없다. 그건 바로 밥상에 수저 하나 더 놓으면 되는 거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또한, 밤중에 느닷없이 손님이 왔을 경우에도 잠을 잘 때 옆에 베개 하나 더 놓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같이 어떤 조건 없는 이웃 배려와 상부상조까지를 떠올리게 되자 오늘은 아침의 날씨만큼이나 상쾌한 하루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 홍경석

덧붙이는 글 국정브리핑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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