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만 따라오면 괜찮아"
우리 가족은 자전거 여행을 떠날 계획입니다
▲ 바람에 물결치는 천변의 억새 ⓒ 김현
“싫어! 차도 많고 넘 멀어.”
“아빠만 따라오면 괜찮아. 함께 가자.”
“에이! 아빠는? 천천히 가야 돼. 저번처럼 넘어진다고 혼내면 안 돼?”
가기 싫다는 아들 녀석들 데리고 전주천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나나 아들이나 늘 아파트 주변만 돌았을 뿐 집을 떠나 조금은 먼 거리를 가기는 처음이다.
▲ 신호를 기다리는 아들 ⓒ 김현
▲ 전주천 위의 길. 단풍이 들고 낙옆들이 우수수 떨어져 있다 ⓒ 김현
얼마쯤 가자 아들 녀석이 다리가 아프다며 집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그런데 눈치를 살펴보니 다리 아픈 건 핑계고 멀리까지 가기가 좀 불안했던 것 같았다.
“아빠, 그냥 집에 가면 안 돼?”
“안 돼. 여기까지 왔는데 억새도 보고 물고기도 보고 그래야지. 그리고 아빠가 널 데리고 가는 것은 미래의 여행을 위해서야. 너 아빠랑 자전거 여행 안 갈 거야?”
“가~.”
사실 우리 가족은 아들 녀석이 초등학교 6학년쯤 되면 자전거 여행을 할 계획이다. 지금은 아이들이 여행을 하기엔 너무 어리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아내의 미숙한 자전거 실력 때문이다. 얼마 전에 아내는 아이들 자전거를 타고도 된통 넘어지더니 지금은 자전거 옆에도 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엄마 때문에 여행 못 가면 책임지라며 은근히 압력을 넣고 있다.
▲ 길 건너 천변엔 항상 나이든 어르신들이 모여 막걸리도 마시고 윷놀이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 김현
전주천변에 심은 억새밭은 2002년에 전주시가 전주천 일대 7km 구간에 조성한 것이다. 봄에는 유채꽃이 장관을 이루고 가을엔 억새가 장관을 이루어 시민들의 산책길로 사랑을 받고 있다. 또 전주천의 물도 예전엔 냄새가 나고 발을 담그기도 어려울 정도였는데 지금은 모래무지나 쉬리 같은 물고기도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로 맑아져 여름엔 꼬맹이들의 물놀이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 전주천의 백로 ⓒ 김현
사람들을 피해 천변을 앞서 달리던 아들이 갑자기 새가 있다고 소리친다.
“아빠, 저기 새가 있어.”
아들 녀석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니 백로인 듯한 새 한 마리가 한가로이 물속을 거닐며 산책을 하고 있다. 가끔 물속에 부리를 집어넣지만 원하는 것을 얻진 못했는지 빈 부리로 돌아온다.
아들 녀석과 가까이 다가가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여전히 한가로이 자신이 할 일만 한다. 오히려 반응을 안 보이자 아들 녀석이 지루하다며 자전거 타자고 조른다.
▲ 비둘기 ⓒ 김현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에게 물었다.
“다음에 또 올 거니?”
“응. 또 올 거야. 다음에 올 땐 비둘기 밥도 가지고 올 거야.”
“그래. 너 처음엔 겁먹었지만 지금은 기분이 좋지?”
“응. 다음엔 누나랑 와야지. 그래서 누가 빨리 달리나 시합할 거야.”
▲ 천변 위와 아래 ⓒ 김현
▲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태우고 가고 있는 모습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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