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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둥이들아 양코배기야, 들어봐라!

윤구병이 다시 읽은 책 2권

등록|2007.11.12 11:34 수정|2007.11.28 08:38
윤구병이 다시 읽은 책이란 윤구병 선생이 번역을 담당한 책이라는 의미이다. 그는 두 번역서를 통해 서구 문명이 지닌 폭력성과 야만성을 조명하고  그들의 탐욕으로부터 어떻게 우리들 자신을 지켜내야 할 것인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첫 번째 책: <흰둥이들아, 들어봐라!>

흰둥이들아, 들어봐라!사모아 추장 투이아비가 날카로운 직관력으로 간파한 서구문명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들려주고 있다. ⓒ 장백

<흰둥이들아, 들어봐라!>는 20세기 초 문화시찰단의 일원으로 유럽을 방문한 사모아 추장 투이아비가 폴리네시아의 자기 형제들에게 현대문명의 탐욕을 깨우쳐 주기 위해 쓴  수기 형식의 글이다. 그 수기를 독일의 에리히 쇠르만이 엮고 한국의 윤구병 선생이 다시 읽어 장백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원제는 'DER PAPALAGI'로 빠빠라기(PAPALAGI)는 '하늘을 찢고 나타난 사람'이라는 뜻으로 유럽인이나 백인을 나타내는 말이다. 문명의 이기와  종교를 앞세워 자연인들의 삶을 통째로 삼키려는 탐욕에 가득 찬 백인들은 선교를 앞세워 들어가며 원주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몸뚱이는 죄 많은 살덩어리다. 목에서부터 그 위로 있는 것만이 진짜 사람이다."

저 말은 벌거숭이로 자연 속에 뒹굴며 사는 미개(?) 한 섬사람들에게 서구의 앞선 문명과 정신을 우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 같아 보이지만 문화의 다양성이나 상대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상당히 오만하고  모순과 위선으로 가득 차 있는 말이다.

어려운 문자를 써가며 허구적인 사상을 논하는 것이 자연의 직관을 따라 사는 것, 자연에 동화되어 자연인으로 사는 삶보다 더 우월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현명하고 지혜로웠던 추장 투이아비는 동족에게 재앙을 일으킬 문명의 허구성, 백인들의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욕망이 지닌 위험을 직관적으로 간파했다. 그래서 그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고 자연을 파괴 변형시키는 서양의 인공적인 생활양식이 지닌 허구성을 조목조목 파헤쳐 동족에게 서구문명의 위험성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자연의 시간을 인위적인 시간으로 만들어 시간의 노예가 되는 일, 기계적인 업무에 매달려 일이 가진 즐거움을 파괴하는 서구인들의 직업이 가진 속성, 눈속임(영화)과 지나치게 많은 정보(신문과 책자)로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삶의 지혜가 무엇인지 모르고 사는 것등을 차분한 언어로 들려주고 있다.

가난한 사람은 부자가 된 체하고, 부자는 가난뱅이가 된 체할 수 있고, 앓는 사람은 자기가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힘없는 사람은 자기가 억세다고 생각 할 수 있다. 누구라도 이 어둠 속에서는 진짜 삶에서 겪지 못하는 일, 앞으로도 절대 겪을 수 없는 일을 자기것으로 만들어서 눈속임을 맛 볼 수 있다. 빠빠라기는 이 눈속임 삶에 푹 빠져 있다. 자기 진짜 생활을 잊어버릴 만큼 빠져 있다. - 책 내용 인용

그렇다. 백인들은 자연이 내미는 따뜻한 손길을 자연 그대로 즐기고 느낄 줄 모른다. 그들은  자연을 자기들의 생각대로 이리저리 자르고 다시 덧붙여 흉측한 프랑켄슈타인으로 만들면서 자신들이 만든 그 괴물의 복수로 피를 흘리며 더 끔찍한 괴물을 또 만들어내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빠빠라기들이 그토록 신봉하는 사상이나 과학 문명, 종교의 결과물이라는 것은 말할 수 없는 비극이다.

햇살이 눈부시면 그이들은 곧 생각한다.
'햇살은 어쩌면 저리도 곱게 빛나고 있을까!'
그이들은 끊임없이 생각한다.
'해는 어쩌면 저렇게 황홀한 광채를 뿌리고 있을까!'
이것은 잘못이다. 잘못도 큰 잘못이다.

슬기로운 사모아 사람은 따뜻한 햇볕 속에 팔다리를 쭉 뻗고 즐길 뿐이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머리에 가득 쏟아지는 햇살을 즐긴다. 손과 발과 넓적다리와 배, 온몸으로 햇살을 맞는다. 생각은 살갗과 팔다리에게 하라고 한다. 살갗과 팔다리도, 머리와는 조금 다르지만 역시 생각할 줄 안다. - 책 내용 인용

이 책은 갈피갈피마다 온갖 사상을 버무려 기형적으로 거대해진 서구 정신이라는 괴물이 과연 인간의 황폐해진 내면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지를 조용히 자문하게 만든다. 그는 오만하게 머리를 치켜들고 벼랑 끝을 향해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려는 백인들에게 앞에 벼랑이 있다고 아무리 가르쳐줘도 들은 체 만 체하는 백인들에게 마침내 이렇게 말한다.

"흰둥이들아 될 대로 되거라!"

누렁이인 한국인들이 정체성을 잃고 마약에 취하듯 자신이 마치 흰둥이인 양 착각하며 흰둥이가 만든 거대한 괴물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을 투이아비가 본다면 그는  아마도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누렁이들아, 너희들도 될 대로 되거라!"

두 번째 책: <양코배기야, 들어봐라!>

양코배기야 , 들어봐라!쿠바혁명의 본질을 미국의 사회학자 씨 라이트 밀스가 쿠바인들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 장백

윤구병 선생이 다시 읽은 두 번째 책은 <양코배기야, 들어봐라!>로 원제는 '들어라 양키들아: 쿠바혁명(Listen Yankee: The Revolution in Cuba)'이다. 이 글은 미국의 양심을 대변하는 사회학자인 씨 라이트 밀(Charris Wright Mills)의 저서이다.

1960년 8월 쿠바에서 만난 혁명가, 지식인, 관리, 교수들과 토론한 내용을  통해 쿠바의 민중들과 쿠바 혁명가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생생하고 격렬한 쿠바의 목소리 그대로를 담아내고 있다.

그가 이 책의 서두에 밝혔듯이 그는 미국인들 모두가 미국 정부의 농간에 속아 진실을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진실을 가리려는 미국에 대항해 벌인 일종의 양심선언인 셈이다.

물론 미국의 언론이라고 모두 정부의 앞잡이 노릇을 한 것은 아니다. 허버트 매튜스 같은 이들은 "나는 30년 동안 뉴욕타임스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쿠바 혁명과 같은 커다란 사건이 그토록 그릇되게 다루어지고, 또 잘못 해석된 적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미국 신문편집인협회에서 말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쓴 씨 라이트 밀스 역시 표면적으로는  정치적인 이유를 내세워 실질적으로는 중남미 여러 나라들을 경제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미국이 그 야비한 속셈을 포기하지 않는 한 중남미 국가들의 진정한 자유와 평화는 없을 것이라는 이유로 쿠바 혁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나는 쿠바 혁명을 지지한다. 나는 쿠바 혁명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실로 쿠바 혁명의 성공을 위해서 기도하고 함께 걱정을 나누고 있다. 거의 모든 쿠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이 혁명을 진리가 드러나는 계기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또 쿠바 혁명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진리는 모든 진리가 그렇듯 위험을 내포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 책 내용 인용


그는 자신은 쿠바 사람이 아닌 양키로 태어났지만 자신은 제도나 사람, 국가나 운동 민족에 대해 조건 없이 충성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의해 지지나 충성을 결정하기 때문에 쿠바 혁명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그는 알고 있었다. 미국이 주변 약소국의 목숨 줄을 움켜쥐고 어떻게 자신들의 더러운 야망을 합리화시키며 그들의 피와 땀을 착취했는지를. 입으로는 세계평화와 인권을 이야기하면서 뒤로 끊임없이 무기를 팔아 자신들의 배를 채우고, 수많은 자원들을 헐값에 강탈하고 강도 높은 노동의 대가 대신 한줌의 양식만을 공급한다는 사실을.

그는 쿠바인들의 목소리를 가능한 한 가장 쿠바인다운 목소리로 미국의 또 전세계의 양식있는 지성인들에게 전달하고자 했고 미국의 대외 정책이 지닌 비열한 허구성을 폭로하고자 했다.

윤구병 선생 역시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패거리 12명이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사회주의 혁명인 쿠바 혁명이 지닌 본질적 의미를 이해하므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다시 읽어 한국인들에게 내놓은 것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듯이 아비 부시에 이어 아들 부시가 온 세상을 깡패처럼 휘젓고 다니는 세상에서 양코배기들과 부화뇌동하여 딸랑이노릇에 여념이 없는 개같은 누렁이들, 그들의 한심함을 일깨우려 한다는 윤구병 선생의 일갈이 국민을 팔아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는 비열한 정치인들이나 자신들의 유익을 위해 한미FTA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덧붙이는 글 흰둥이들아, 들어봐라/ 에리히 쇠르만 엮음. 윤구병 다시 씀/ 장백/ 2005.4/ 8,500원
양코배기야, 들어봐라/ 씨 라이트 밀스 씀. 윤구병 다시 엮음/ 장백/ 2005.4/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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