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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보다 힘센 미래에셋

[생활속 희망경제] 펀드자본주의 시대의 과제

등록|2007.11.12 09:24 수정|2007.11.12 13:30

▲ 미래에셋증권 투자 포럼에서 강연중인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김연기


자산운용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 8일 기준으로 주식형 펀드 잔액이 99조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드디어 주식형펀드 잔액 100조 시대가 온 것이다. 이 중 해외주식형펀드 잔액을 뺀 국내주식형펀드 잔액은 56조 1416억원이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이 대략 1000조원 정도니까 주식형펀드가 보유한 평균 지분율이 전체 상장기업의 5%를 넘어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 주식형펀드들이 투자(보유)하는 대상이 우량주 중심임을 감안할 때 국내에 상장되어 있는 대표기업들에 대한 펀드의 지분율은 상대적으로 더욱 높아진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이 자산운용사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의 눈치를 보는 기업들

지난달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분쟁을 벌인 동아제약의 경우 7.9%의 지분을 보유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경영권 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얼마 전엔 삼성전자의 IR(기업투자설명) 담당 주우식 부사장이 미래에셋그룹의 박현주 회장에게 면담 신청을 했다가 거절을 당하기도 했다.

국내 대표기업이자 세계적인 기업이면서 콧대 높기로 유명한 삼성전자가 일개 자산운용사에게 애원의 손길을 보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현실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최근까지 상장기업들은 외국인 눈치를 보았으나 이제는 국내 펀드운용사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시장지배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산운용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22일 기준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 주식형펀드시장 점유율은 31.4%에 이른다. 2003년 말 점유율 5.76%에서 4년도 채 안돼 무려 5.5배나 늘어난 수치다. 

저축에서 투자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펀드 자본주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제기됐었지만 그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시장 점유율이 높은 자산운용사의 파워는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걱정과 우려의 소리도 높아지고 있고 업계의 시기와 질투도 많아지고 있다.

안일한 금융회사들에 대한 경종

과거 선진국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펀드 자본주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내 금융환경변화를 경쟁자들보다 한발 앞서 예측하고 앞서나간 미래에셋의 능력과 노력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반응은 현재까지는 매우 긍정적이다. 업계의 질시와 비판에도 불과 몇 년만에 주식시장을 흔들 정도로 큰 파워를 이루어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가장 큰 힘은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기대에서 나온다.

지난달부터 모집을 시작하고 이번 달부터 운용에 들어간 '미래에셋 인사이트 혼합형펀드'에 10여일만에 3조가 넘는 돈이 몰린 것도 그 안 운용을 잘했다는 투자자들의 판단이 또 다른 기대로 반영된 결과다. 항상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면 예상보다 큰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었다.

거꾸로 다른 자산운용사와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남들이 하면 따라하는 식의 현실에 안주한 영업 형태를 보여왔다. 이러한 금융업계의 보신주의가 한국 금융업이 제조업에 비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까지도 남들이 다 하는 ELS(주식연계증권)나 기존의 상품에다 파생상품을 결합한 비슷한 유형의 금융상품만을 출시하고 있는 여타 금융회사들에게 미래에셋의 '인사이트 혼합형펀드'는 경종을 울려준 상품이 되었다.

하지만 힘이 세진 만큼, 그리고 금융소비자들의 기대가 커진 만큼 미래에셋을 위주로 한 거대 자산운용사들은 큰 책임감과 도덕성을 가지고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잘나갈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큰 후유증이 생기곤 했다.

그 기본이란 펀드의 소비자, 즉, 투자자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운용철학이다. 일부 운용사들의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커진 결과가 운용을 잘해서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소비자(투자자)들의 기대와 신뢰가 바탕이 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남을 비난하기 보다는 자기반성 기회로 삼아야

미래에셋의 시장지배력이 강해지자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와 비난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의 자금운용규모가 커질수록 미래에셋이 집중 투자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지나치게 올라가는 등 실제로 시장이 단기간에 왜곡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업계는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펀드를 선택한 소비자(투자자)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단순히 미래에셋을 비난하고 질시하기 보다 소비자들의 투자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한 데 대한 반성과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자본시장은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발전의 여지가 많다는 의미다. 이런 황금시장을 한 업체가 독식하지 않고 여러 금융회사들이 선의의 경쟁하에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때가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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