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하루 만큼의 희망을 펼쳐놓은 노점상 할머니들 ⓒ 최종수
인도에는 할머니 아주머니들의 하루만큼의 꿈들이 자판으로 펼쳐져 있었다. 연뿌리가 햇살의 온기를 담고 있는 곁에서 할머니가 졸고 있다. 연근을 보자 새콤한 블루커리 김치가 떠올랐다. 부재료인 연근과 우엉과 마를 1Kg씩 샀다. 몇 발자국을 떼니 속마음을 알아차린 블루커리 3개가 작은 바구니에서 다정히 손짓했다. 마지막 떨이를 3천원에 샀다. 순간 안쓰러움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하나에 천원이면 농민들은 무얼 먹고 사나’
발걸음을 붙잡는 야채 가게 할머니,
“아저씨 미나리 사세요. 미나리는 줄기가 길어야 먹 잘 것이 있는데 쭉쭉 잘 빠졌잖아요. 한 단 사세요. 장사가 얼마나 안 되면 아저씨한테까지 사가라고 하겠어요.”
“얼마예요.”
“3천 원요.”
“새송이버섯도 하나 주세요.”
비닐봉지에 들고 오는데 신자 자매님을 만났다.
“신부님 시장 보러 오셨어요.”
“예, 블루커리 김치를 담으려고요.”
속없는 짓거리 하다가 들킨 것도 아닌데 쑥스러웠다.
▲ 꿈들할머니들의 꿈이 담긴 싱싱한 채소들 ⓒ 최종수
서리가 뿌옇게 내려앉은 한 할머니가 더덕 한 움큼을 보자기에 놓고 껍질을 깐다. 할머니 앞에는 첫서리에 푸른빛을 잃어버린 꼬마 주먹만한 호박들 대여섯 개가 놓여 있다. 해가 질 때까지도 팔리지 않을 서리 맞은 호박들
녹색 신호등마다 그 호박들이 반짝거렸다. 자꾸 눈에 밟히는 호박들, 음식물 찌꺼기나 야채와 과일껍질을 담아주는 항아리가 떠올랐다. 호박은 김치를 담을 수 없다는 핑계가 뒤통수를 내리친다. 떨이를 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은 된장국 끓이고 나머지는 지렁이 먹이로 주면 되는데, 내가 왜 그냥 왔지. 때늦은 후회가 빨간불 신호등처럼 깜빡거린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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