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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주입'이 아닌 '생각'

등록|2007.11.12 15:48 수정|2007.11.12 17:01

▲ 생각하는 아이를 위한 철학동화 ⓒ 계림

경기도 김포 외국어고 시험문제 유출 보도를 접한 후 문득 떠오른 생각은 '왜?'였다. 외국어 고등학교 갈 정도면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 아닌가? 시험 문제 유출은 법과 양심을 어긴 것이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이 부족한 것이라는 마음이 들어 착잡했다.

일류대학 병이 나은 병폐이면서 머리 좋은 아이들까지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빼앗은 한국 사회가 앓고 있는 무서운 병이 터졌다. 부모님, 선생님이 해주지 않으면 풀어갈 능력이 없다. 이는 어릴 때부터 특정 과목 성적에만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깜짝 놀란 경험이 한 두번이 아니다. 사물 하나하나에 관심이 많다. 특히 '왜?' '무엇'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 때 부모가 아이에게 단순히 돼지, 소, 양, 버스라고 말하기보다는 같이 묻고, 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조금 더 자라면 단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엄마와 아빠가 단순히 호칭이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을 알아가는 것은 국영수 점수를 잘 받는 것과는 다르다. 이 앎을 '철학'이라 할 수 있다.
 <생각하는 아이를 위한 철학동화>는 아이가 생각하고, 사물을 이해하고, 단어를 정의할 수 있고, 개념을 알아가게 한다.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 엄마와 아이, 아빠와 아이가 함께 읽어가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를 알게 한다.

동물과 사물을 통하여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희망과 가능성' '차이' '시간' '선입견' '변화' '가치' '삶과 죽음' 등을 알려준다. 아이들은 모든 것을 다하고 싶어한다. 엄마와 아빠는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희망이 모든 가능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

'희망과 가능성'에서 돼지는 하늘을 날기 위하여 닭 깃털과 새 깃털을 부지런히 모은다. 굵은 실을 한올 한올 묶어 날개를 만들었다. 지붕 위에 올라가 날개짓을 한다. 어른들이 읽으면 웃음만 나올 것 같지만 아이들은 무한한 상상력을 통하여 돼지가 날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질 것이다. 어른들은 돼지 행동을 보고 코웃음을 치지만 아이들은 아니다. 희망을 통하여 가능성을 본다. 돼지는 하늘을 나는 희망은 접었지만 달리기 선수가 되는 희망을 가졌다.

열심히만 하면 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에 따라 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 일을 이룰 때에 정말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이다.

동물나라에 싸움이 벌어졌다. '하마와 원숭이'가 다투었다. 사자, 코끼리, 여우, 너구리, 흰머리독수리가 모였다. 하마와 원숭이가 싸우는 이유는 하늘에 떠 있는 해님 때문이다. 원숭이는 해님이 아침에 더 가깝고, 한낮에는 더 멀다고 생각하지만 하마는 거꾸로 생각했다. 원숭이는 가까운 것은 크게 보이고, 먼 것은 작게 보인다는 논리다. 하지만 하마는 아침에는 시원하기 때문에 가깝고, 낮에는 덥기 때문에 가깝다고 했다.

어른들은 과학을 통하여 이미 알고 있기에 원숭이와 하마가 말하는 주장이 우습다. 이 두가지 전제가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침 해님과 한낮 해님 거리는 똑같다. 우리 눈의 착시다. 그리고 아침에 시원한 것은 멀기 때문이 아니라 저녁에 식어버린 지열 때문이지 크기 때문이 아니다.

이 책이 좋은 점은 과학원리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숭이와 하마가 생각이 '다름'을 말해준다.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숱한 차이를 만날 것이다. 부모들은 그 차이를 '틀리다'로 강요한다. 틀리다만 존재하는 세상은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차이를 '다르다'로 알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사는 세상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임을 <생각하는 아이를 위한 철학 동화>는 말한다.

<진품명품>을 보면 이가 빠진 청자와 백자는 가치가 많이 떨어진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이가 빠진 그릇은 가치가 없음을 자기도 모르게 생각하게 된다. 이가 빠진 항아리가 길가에 떨어져 있다. 아이들이 발로 툭 차버린다. 비가 오는 날에도 누구 하나 항아리에 관심이 없다.

어느 날 할머니 한 분이 항아리를 만난다. 사람들이 이가 빠졌다고, 더럽다고 버린 항아리를 고이 안고 집에 가져간다. 할머니는 항아리에 꽃을 담았다. 꽃병이 된 것이다. 모든 이가 버린 항아리가 이제는 아름다운 꽃을 담은 꽃병이 된 것이다. 이것이 '가치'라고 말한다. 가치란 껍데기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한다.

아이들은 시간을 만날 아침과 저녁이 반복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시간은 흐르는 것임을, 반복은 변화를 낳는 것임을 책은 말한다. <생각하는 아이를 위한 철학동화>는 아이들이 만날 경험하는 일들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통하여 사물을 이해하고 생각의 깊이로 이끌어 준다. 주입식이 아니라 아이들 삶에서 일어나고, 사물을 통하여 단어와 가치관을 까닫게 한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가면 이야기와 대화를 통하여 생각하는 아이, 부모가 된다.
덧붙이는 글 <생각하는 아이를 위한 철학동화> 김재원 글 ㅣ 정주현 외 그림 ㅣ 계림 ㅣ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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