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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눈으로 본 2007 범국민대회... "때리지마"

등록|2007.11.12 18:51 수정|2007.11.12 18:58
1시
마스크와 모자를 쓴 대학생들이 한국은행 앞에 모여 있었다. 남대문쪽에서 한무리의 대오가 나타나고, 대학생들은 재빨리 대열을 만들어 합류하였다. 그리고 '한미 FTA 저지','비정규직 철폐'들의 구호를 외치며 시청앞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1시 반
시청앞에 속속 모여들어 대오를 정비했다. 수많은 깃발이 나부꼈고, 끝이 보이지 않는 대열속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친구의 어깨를 집고 모인 사람들의 행렬을 보기 위해 하늘로 뛰어 오르는 대학생들을 보는것은 쉬운 일이었다. 친언니와 사이좋게 마스크를 나눠 썼다는 07학번 여학생은 여기저기 언니를 찾아 두리번 거렸다. 그곳에서는 한 목소리가 울려퍼졌고, 평화시위를 저지하는 정부를 규탄하였다.

3시 반
이동이 시작되었다. 시청앞에서 서대문을 뛰어 돌아 다시 광화문에 마주섰다. 닭장차로 다가서자 마자 물대포가 쏘아졌다. 반팔티에 후드티 하나 겹쳐입은 나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이제 막 버스에 도착했을 뿐인데, 차가운 물대포는 거리낌 없이 와 닿았다.

대학생 무리들이 서너명이 드나들 정도의 틈새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 틈에서 대학생과 경찰의 대치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경찰의 뒤에는 높은 곳으로 올라간 기자들이 연신 플래시를 터뜨렸다.

폭력경찰의 실체

대학생과 경찰. 밀고 밀림이 시작되자 경찰들은 즉각 곤봉을 꺼내 방패너머로 휘둘렀다. 그 어떠한 도구도 손에 쥐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말 그대로 무차별적인 폭력이 시작된 것이다.

방패 바로 앞에 있는 학생들은 그저 맞고 있을 수 밖에 없었고, 뒤쪽에 있던 학우들은 연신 "때리지 마"라고 소리쳤다. 겨우 틈새를 빠져나와 제자리로 돌아온 학생들에게 몇몇 친구들이 폭력경찰에 의해 연행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나는 분명 그 혼란스런 대치상황 속에서 꿋꿋하게 플래시를 터뜨리는 기자들을 보았다. 경찰들의 곤봉은 학생을 향해 치켜 올려져 있었고, 대학생들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다. 그 자리에서 플래시를 터뜨린 기자들 역시 그 모습을 담았을 것이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기사들을 훑어본 나는 또다시 보수언론이라 하는 그들에게 실망하고 말았다. 그들은 경찰에게 맞는 대학생의 모습을, 속무무책으로 당하는 민중의 모습을 외면하였다.

사실을 외면하는 그들, 아직 대학생인 내가 미래를 꿈꾸어도 괜찮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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