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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목들의 별천지, 법기수원지를 아십니까?

반송나무, 반딧불이, 원앙새... 희귀생물 서식지

등록|2007.11.13 09:30 수정|2007.11.13 10:50

▲ 숲속에서 들여다 본 법기수원지의 둑. 반송나무 몇 그루가 우뚝 서 있다. ⓒ 최용호


“양산에 이런 곳이 있다니?”

양산시 동면 법기리 본법마을에 위치한 법기수원지를 둘러보고 내뱉은 말이다. 기자는 지난 주말 부산시 기장읍에 있는 ‘흙시루 민속관’에 들렀다가 그곳 직원에게 법기수원지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양산 인근에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얘기를, 우습게도 양산 시민인 내가 부산 사람에게 전해들은 것이다.

기자는 엄연히 양산 시민임에도 법기수원지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물론 양산 시민이 된 지 2년밖에 안 돼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왠지 쑥스러웠다. 평소 양산을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해 왔기 때문이다.

▲ 출입이 통제돼 있는 법기수원지. 덕분에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 ⓒ 최용호


법기수원지는 부산 회동수원지의 상류발원지라고 한다. 그래서 명장정수장 관계직원들이 관리하고 있다. 일본강점기 때부터 조성된 이 수원지는 상수원 보호구역인 관계로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해 비교적 보존이 잘 돼 있다.

노포동에서 웅상으로 이어지는 국도변을 따라가다 보면 법기교차로가 나온다. 이곳에서 ‘법기리’라는 표지판을 따라 굴다리 아랫길로 접어들면 법기리 본법마을로 가는 오르막길을 만나게 된다.

꼬불거리는 산길을 따라 들어가면 갑자기 깨끗하게 정돈된 아름다운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도 사람이 사는가 싶을 정도로 예상치 못한 곳에 마을이 형성돼 있어 신기하기만 하다.

법기수원지는 본법마을 끝에 있어 찾기 쉽다. 정문 옆에는 잔디밭이 조성돼 있다. 마을주민들이 이곳에서 족구나 미니 축구를 한 흔적이 있고, 여름철에 주로 이용하는 듯한 그늘막과 나무 평상도 보인다.

정수장 옆으로는 천성산에 오를 수 있는 등산로가 보이고, 늦가을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어 정겨움을 더하고 있다.

▲ 법기수원지 입구에는 미니 축구장과 족구장이 설치돼 있다. ⓒ 최용호


상수원 보호 위해 출입통제... 베일에 싸여 ‘더욱 신비’

수원지 입구는 물론 굳게 닫혀 있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후문 쪽도 살펴보고 등산로를 따라 빈틈을 찾아보았지만 모두 출입이 통제돼 있다.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고 억지로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너무도 고요한 정적을 깨고 싶지 않아 살짝 들여다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철문 안의 경관을 조심스레 살펴보니 거목들이 즐비하다. 일본 강점기 때부터 잘 가꾸어진 거목들은, 보는 순간 별천지를 연상케 한다. 너무도 이색적이어서 거목들의 천국이라는 북유럽 노르웨이의 숲이 연상될 정도다.

기자가 관리인들을 괴롭히지 않고 이렇듯 조용히 암중모색을 한 것도 어찌 보면 법기수원지가 뿜어내고 있는 신비로움 때문이었을 게다.

법기수원지를 조심스레 살펴보면 인공림과 천연림, 단순림과 혼효림의 뚜렷한 차이를 비교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삶을 영위해 가는 데 있어서 숲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낄 수 있다.

▲ 일본강점기 때부터 조성돼 왔다는 법기수원지의 거목들. ⓒ 최용호


살아 숨쉬는 탁월한 자연생태계, 양산의 자랑

실제로 법기수원지 주변에는 희귀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몇 해 전에는 천연기념물 제327호인 원앙이 70여 마리 이상 발견된 바 있고, 환경단체 회원들의 노력에 의해 반딧불이도 번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중에서 좀처럼 구경하기 어렵다는 반송나무도 수원지 둑 위에 우뚝 서 있다.

마을 주민들에게 법기수원지 상수원의 사용처에 대해 물으니 수량이 적어서 주민들의 식수로는 사용하지 않고, 부산 청룡동과 명장동 정수장의 희석수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아시안게임 때는 외국선수들의 식수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림의 떡이라 했던가? 바로 곁에 있는 최상급 수원지를 두고도 본법마을 사람들은 지하수 물을 마셔야 하고, 일부 농경지에는 늪지대에 흐르는 물을 끌어다 써야 한다고 전했다.

이제는 논란이 종식됐지만 천성산을 관통하는 고속철도를 위한 터널이 혹시라도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늪지대마저 마르게 할까봐 묵혀둔 걱정이 되살아났다.

물이 흐르지 않는 천성산은 상상하기도 싫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을 보전하지 않는다는 것은 후손에게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 본법마을에 펼쳐져 있는 늪지대. ⓒ 최용호


노포동에서 부산마을버스 1번을 타면 금정체육공원과 두구동, 철마 송정마을과 임기마을을 거쳐 늦어도 30분이면 갈 수 있다. 이른 아침인 5시 반부터 다닌다고 하는데 30분 간격으로 9시경까지는 다니고 그 뒤부터는 40분 간격. 저녁 9시 반까지 법기에서 나오며 부산에서 들어가는 것은 늦은 밤 10시경이 막차다.

아직도 늦가을의 정취를 맛보고 싶다면 베일에 싸여 더욱 신비하게 느껴지는 법기수원지에 가볼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참, 마을 사람들에게 물으니 관리인에게 말만 잘하면 수원지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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