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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보도마저 특정후보 편들기로 전락시키지 말라

<동아>의 ‘대선 후보 정책기획보도’에 대한 민언련 모니터단 모니터 보고서

등록|2007.11.13 16:59 수정|2007.11.13 17:03
우리 단체는 10월 12일 발표한 <‘대선 후보 정책기획보도’에 대한 2007 대선 민언련 모티터단 모니터 보고서>에서 대선 후보들의 정책 기획보도가 한 건도 없는 동아일보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당시 2007년 6월 11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 조간신문의 정책기획을 모니터하였으나 동아일보는 단 한 건도 정책기획 모니터를 보도하지 않았다. 그런데 동아일보가 10월 25일부터 ‘2007 대선 어젠다’ 시리즈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동아일보가 늦게나마 정책 기획보도를 연재한 것은 다행이라고 보며,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모처럼만에 시작한 정책 기획보도마저 특정 후보 편들기 방안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가능할 만큼 보도내용이 특정 후보에게 편파적이고 심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동아일보는 10월 25일부터 11월 1일까지 ‘2007 대선 어젠다’ 시리즈로 이명박, 정동영 후보의 공약을 분석했다. 동아일보의 ‘2007 대선 어젠다’ 시리즈는 크게 ‘경제-남북관계’, ‘교육’, ‘외교-안보’, ‘조세’, ‘사회복지’, ‘정책교체-계승’ 분야에 걸쳐 이뤄졌다.

보도는 각 분야별 공약을 1부터 5까지 지수화해 계량화하는 평가방법을 취했다. 구체적인 지수 분석 방법은 각 항목별로 ‘매우 그렇다’(5), ‘그렇다’(4), ‘보통이다’(3), ‘그렇지 않다’(2), ‘매우 그렇지 않다’(1) 중 하나를 선택하여 이에 대한 평균을 내는 방식이다.

이처럼 지수를 통해 점수를 매기는 방법은 정책노선 차이를 알기 쉽게 전달하고, 각 후보의 공약의 차이를 뚜렷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공약에 대한 ‘점수매기기’식 보도는 공약에 대한 심층적 분석과 설명이 충분히 담기지 않을 경우, 단순히 공약의 차이만 드러낼 우려가 있다. 특히 점수를 매기고 이를 제목으로 부각시키는 보도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점수매기기’식 정책보도는 좀 더 철저하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동아일보 ‘2007 대선 어젠다’의 첫번째 보도로 10월 25일 4면과 5면에 걸쳐 할애한 경제공약과 남북관계 공약에 대한 분석보도는 심각한 편파성이 드러났다. 이날 다뤄진 주제는 이명박 후보의 대표공약인 경제와 정동영 후보의 대표공약인 남북관계를 다뤘다는 점에서 매우 눈에 띄는 정책보도였다.

그런데 이 보도는 두 후보의 이념적 성향만을 부각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수를 나타내기 위한 항목 자체부터 편파성을 띠고 있으며, 기사 본문에서의 해설과 제목에서 객관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칭적 편집에서 편파적인 제목 뽑기 눈에 띄어

이날 동아일보 보도는 4면은 경제공약, 5면은 남북관계를 다뤄 두 후보의 장점이 한눈에 들어오게 하는 대칭적 편집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두 보도의 제목은 <기업 지원 李 4.6 鄭 3.3…아파트 공급확대 李 4.3 鄭 3.3>(4면), <NLL재설정 협상 鄭 4.0 李 2.0… 대북목적세 鄭 4.0 李 2.8>(5면)이었다.

이명박 후보의 주요 정책인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대체로 대중적 거부감이나 논란의 여지가 없는 내용을 다루면서 이명박 후보의 점수가 높다는 점을 제목으로 뽑았다. 반면 정동영 후보의 주요 정책인 남북관계 공약에 대해서는, 국민의 이해도가 낮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으며 정서적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NLL과 대북 목적세를 다루면서, 정동영 후보가 높은 수치를 받고 있음을 부각시켰다.

이러한 편집은 얼핏 매우 공정하고 균형적인 보도로 보이지만 이명박 후보에 대한 긍정적 효과는 극대화시키고, 반대로 정동영 후보에 대한 반감을 부추길 우려가 있는 제목을 대비시킨 것은 극명한 편파성이 엿보인다.

동아일보 정책 기획기사 동아일보 정책 기획기사 ⓒ 민주언론시민연합


항목을 어떻게 뽑느냐에 따라서 특정후보에 유리해지는 정책 검증

정책검증의 내용에 있어서도 특정후보 편들기 의혹이 제기된다. 동아가 경제 분야 공약 중에서 대표 항목으로 제시한 것은 ①기업규제 완화 ②부동산 세제 완화 ③감세 ④일자리 창출 ⑤노사관계 안정 ⑥기업에 대한 지원 ⑦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 완화 ⑧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 기능 완화 ⑨아파트 공급 확대 ⑩중소기업에 대한 상속․증여세 감면 ⑪FAT 등 경제개방 이다.

이 후보는 모든 항목에서 정 후보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수가 높다는 것은 해당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동아는 이러한 평가 문항을 통해 이 후보의 평균 지수는 4.2, 정 후보는 2.6이라는 평가지수를 내렸다. 기사에서는 이 후보가 정 후보에 비해 경제 공약 모든 부분에서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 기업규제와 부동산세제 등 각종 세금이 줄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은 물론, 노사관계가 안정될 것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문제는 각종 기업규제와 감시를 완화하고, 부동산 세제 등 세금을 줄이는 것이 서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그로 인해 수혜를 입는 자는 누구이며 중소기업이나 서민이 입을 피해는 없을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저 이 후보의 경제정책에 대한 장밋빛 환상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와 같이 이명박 후보가 내세우는 공약 구호를 그대로 항목화하지 않고 ‘공정한 시장질서 구축’, ‘부동산 가격 안정’, ‘비정규직 문제 해결’, ‘재벌비리 근절’ 등의 항목을 제시했다면 이명박 후보의 점수가 지금처럼 천편일률적으로 높은 지수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처럼 작위적인 항목선정은 부적절했다.

남북관계 공약 역시 다르지 않았다. 동아는 ‘경제공약 분석’시 사용했던 긍정형 설문이 아닌 부정형을 혼합하는 방법을 취했다. 표면적으로 정 후보가 모든 설문 문항에서 점수를 높게 받았다. 하지만 이 보도에서 취한 항목은 정동영 후보 남북관계 정책 중 아직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해 논란의 여지가 많은 내용들이 많았다.

예컨대 ‘대북 지원과 비핵화 불(不)연계’, ‘납북자 문제 우선시 않음’, ‘2차 핵실험 해도 대북 지원 단절 않음’, ‘북-미 갈등 시 미국에 양보 요구’ 등의 항목을 선정한 것이다. 만약 이 항목이 ‘인도적 대북 지원’, ‘남북교류협력 확대’, ‘남북관계 안정화’, ‘한반도 평화정착’, ‘북미관계 개선’ 이었다면 비슷한 남북관계 관련 항목이라 하더라도 유권자에게 주는 거부감이 훨씬 덜했을 수 있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유독 지나치게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을 항목으로 뽑음으로서 사실상 정동영 후보는 지수가 높을수록 유권자에게 반감만 심어줄 가능성이 높아지도록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번 정책기획보도에 대해 “주관적인 주장을 전문가들이 계량화해 보완한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높고 독자들에게 신뢰를 준 것으로 평가된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이번 정책기획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애초에 맞는 틀을 짜놓고 지수를 매긴 뒤, 그 결과를 특정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해석하여 부각․편집했다는 의구심이 들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실질적 공정성을 찾아볼 수 없는 보도형태를 가지고 동아일보는 도대체 무슨 심산으로 “독자들에게 신뢰를 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하나마나한 군소후보 정책 ‘검증(?)’

동아일보의 정책분석에 이명박, 정동영 후보를 제외한 군소후보들의 정책검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기사는 이명박, 정동영 후보의 공약분석 위주로 이루어졌으며 그 사이에 문국현, 이인제, 권영길 후보의 정책에 대해서 짧게 50자 내외로 언급된 게 고작이었다.

11월 6일자에서 <‘마이너’ 대선주자들 “우리도 있다”>라는 기사를 선보였지만, 후보들의 ‘주요공약’에 대한 간략한 ‘나열’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언론이 이처럼 거대 후보의 정책만 노출시킬 경우, 유권자는 다양한 후보자의 공약에 대한 정보제공을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유권자의 선택의 폭을 좁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검증 보도만이라도 군소후보들의 공약에 대해서도 동등하게 다뤄줄 필요가 있다.

유권자 설 곳 없는 보수언론의 정책보도

동아일보가 연재한 ‘2007 대선 어젠다’ 시리즈는 ‘어젠다’에 대한 제시는 없고 ‘이명박-정동영 후보’의 정책노선을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평가, 대안 제시는 빼놓은 채 이명박 후보의 공약이 ‘더 좋은 것’임을 ‘선전’하기 위해 제목과 해설, 편집 모두를 짜맞춘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중앙일보 역시 동아일보의 편파적 정책검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10월 29일부터 사설을 통해 ‘차기 대통령 이것만은 해야 한다’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언행과 정책에 이르기까지 대선 후보들에게 의제를 설정하고자 하는 시도 자체는 참신하다. 하지만 의제로 주문되는 정책들은 이명박 후보의 정책과 거의 맞닿아 있어 이 또한 지극히 편파적이다.

경제 분야에 대해 주문한 10월 30일 사설 <일자리 만들 성장 동력 찾아야>는 “일자리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각종 규제만 확실히 풀어도 단숨에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을 비롯해 <대북 정책 목표, 개혁․개방에 둬야>(10/31), <‘규제와 평준’에서 ‘자율과 경쟁’으로>(11/01), <흔들리는 한․미 동맹 바로 세워라>(11/02), <국토균형발전 허상에서 깨어나야>(11/05) 등 중앙이 주장하는 정책은 모두 이명박 후보의 정책이나 주장을 옮겨 놓은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했다.

신문의 사설은 신문사의 주장을 비교적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장이기는 하지만 중앙의 ‘대선기획사설’은 결국 특정후보의 주장을 대신 펼쳐주는 공간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그 동안 우리 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에서는 언론사들에게 ‘정책보도’를 줄곧 주문해왔다. 하지만 정책보도조차 특정 후보를 편들기 위한 또 하나의 도구로 활용하는 이들의 정략적 태도는 심각한 문제이다. 동아와 중앙은 더 이상 정책보도를 가장한 특정후보 편들기를 중단하고 정확하고 심층적인 정책보도, 유권자 중심의 정책의제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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