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대학은 내게 자유를 일깨워주었다." 2004년 한국에 유학와 어학당 과정을 거쳐 현재 충북대 영문과 1학년에 재학중인 왕신(Wang xin·23) ⓒ 최상진
최근 들어 우리나라로 유학 오는 중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 대학이 운영하는 한국어학당을 거쳐 각 대학 정규과정에 입학한다. 현재 각 대학마다 어학당에서 대학 입학, 졸업까지 커리큘럼을 정해놓고 있으며 대부분 유학생들은 이 과정에 맞춰 학업을 수행한다.
물론 대학 커리큘럼대로 한국생활에 잘 적응해가는 유학생들이 많지만, 적응에 실패해 아르바이트나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 또한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은 어학당 생활 초기 한국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대학 입학 후 언어문제나 좁은 인간관계 등에서 나타나는 문제들로 적응에 실패하기도 한다.
2004년 8월 중국 모 대학 영어교육과에서 한 학기를 보내고 한국으로 유학와 현재 충북대 영문과 1학년인 왕신(Wang xin·23)씨는 지난 13일 캠퍼스 안에서 기자와 만나 "자유로운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너무 좋다"면서도 과도한 술문화, 자유를 넘어 방종하는 생활, 휴강 많은 대학수업 등을 아쉬워했다. 아울러 자신과 같이 한국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유학온 학생들이 적응하기 위한 조언으로 '대학의 체계적 시스템'과 '본인의 의지'가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한국에 오게 된 이유는요?
"사실 미국이나 유럽으로 유학을 가고 싶었어요. 중국에서 외국으로 유학을 가려면 일정부분의 보증금이 필요한데 미국이나 유럽을 가기에는 보증금이 충분하지 않았죠. 그래서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돈을 벌어 미국이나 유럽으로 대학원에 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한국 대학에는 어떻게 입학했나요?
"일단 2004년 8월에 중국 유학원을 통해 어학당을 알아봤어요. 중국에서는 사립대는 돈이 많이 든다고 국립대를 많이 추천했어요. 충북대 어학당에서 1년 정도 한국어를 배운 후 재외국인 전형으로 지원해 시험도 보고 한국어, 영어 면접도 본 뒤 합격했어요."
- 어학당 생활은 적응하기 쉬웠나요?
"처음에는 중국인끼리만 이야기했죠.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았어요. 몇 개월 지나고 한국어가 조금 들리기 시작하자 이것 저것 해보기 시작했고, 아르바이트(식당 주문받기, 음식 서빙)를 하면서 정말 많이 는 것 같아요."
-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지 않나요?
"어학당에서부터 이탈하는 학생들이 있기는 하죠. 한국에 피시방 많이 있잖아요, 거기서 게임하거나 집에서 TV를 보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립되는 학생도 있어요. 그렇다고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서 모두 잘 지내는 것은 아니에요. 한국어로 대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술을 먹지 못하거나 해서 학기 초반에 사람들이랑 친해지지 못하면 왕따(?)가 되기도 해요. 친한 사람도 없는데 학교생활도 잘 못하면 아예 학교에 오지 않는 학생이 많죠."
- 유학생이 한국 대학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요?
"일단 대학에서 커리큘럼을 잘 짜야 돼요. 유학생들에게 충분한 한국어교육을 시킨 뒤에 대학 입학시험을 보게 해야돼요. 안그러면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유학생이 늘어나요. 그리고 유학생 개개인의 의지도 중요해요. 외국에 아는사람도 없고 공부도 소홀하면 결국 방황하고 손해보는 것은 나밖에 없어요. 꾸준히 노력하고 견뎌내야 해요. 친구들도 많이 사귈수록 좋고."
- 술 이야기가 나와서 그러데 한국 대학생들의 술 문화는 어떻게 보나요?
"한국 대학생들은 공부보다 술이 먼저인것 같아요. 학기초, 시험 끝나고, 금요일 등 저녁에 번화가에 가보면 술마시고 울고, 토하고, 난동부리는 대학생들이 너무 많아요."
- 그런 술 문화는 표면적인 것 아닌가요?
"네. 처음에는 몰랐는데 한국 대학생들은 술로 많이 친해지는 것 같아요. 어색했던 사람들이라도 술 한번 마시고 나면 다 친해져 있어요. 그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중국 대학에는 사람들끼리 술마시고 친해지는 문화가 없거든요."
- 대학 수업은 어때요, 만족하나요?
"중국 대학이나 한국 대학이나 수업내용은 그게 그거인 것 같아요. 그런데 한국 대학은 중국 대학보다 휴강이 너무 많아요. 등록금을 얼마나 비싸게 내고 수업듣는데 휴강하면 보충수업도 안하고... 환불해줄 수는 없나?"
- 중국 대학과 한국 교육의 차이는?
"자유? 그것 외에는 별 차이 없어요."
- 어떤 면에서 한국 대학이 자유롭다고 생각하죠?
"제가 다니던 중국 대학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했어요. 그리고 규칙으로 아침 6시에 기상해서 한 시간동안 영어 원서를 소리내서 읽어야만 했어요. 우리과(영어교육) 말고는 운동을 하거나 보충공부를 하는 등 고등학교와 같이 스케줄이 모두 짜여있었어요. 그래서 한국 대학이 너무 자유로워 보여요.
하지만 한국 대학에는 그 자유가 방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술에 너무 취해 추태를 부린다거나 기숙사 점호를 안하는 날에는 밤새 놀고 오는 경우도 많아요. 물론 성인이 자기 의지로 자유를 즐긴다고는 하지만 책임질 수 있을 만큼만 누리고 학업에도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 유학생으로서 자신을 향한 시선은 어떻게 느꼈나요?
"과 동기들이 처음 보았을 때는 외모만 보고 한국인인줄 알았대요. 중국인인 것을 알고는 쭈뼛쭈뼛했지만 영어수업중 조별로 프리토킹을 하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지금은 같이 밥먹는 친구들도 꽤 있어요."
- 한국 대학에 특이한 점이 있다면?
"학교에서 군인 같은 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길래 물어봤더니 '학군단'이래요. 군대 간부를 대학에서 교육시키는 제도라고 해서 놀랐어요. 중국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거든요. 중국에서는 공산당의 간부가 될 인물을 선발해서 대학교육 중 특별교육을 시키죠. 물론 좋은 대학에만 있는 제도고요. "
- 한국은 학벌주의 경향이 심한데 중국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중국은 학벌보다는 경력이 중요시되는 경향이 있어요. 좋은 학교를 나온 학생들도 경력이 없으면 월급을 많이 받지 못해요. 그런데 한국은 좋은 학교를 나온 학생들이 취직에서 유리한 면이 있죠. 어떻게 보면 그것도 능력차라고 보기 때문에 굳이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 한국에서 계속 공부하고 싶은가요?
"이왕이면 유럽이나 미국으로 나가고 싶어요. 돈이 부족하다고 하면 통역대학원에 다닐것 같아요."
- 한국 남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국 남자와 결혼한다면?
"한국 사람들은 친절하고 참 좋아요. 엄마 말을 너무 잘 듣기도 하고요. 하지만 한국에는 특이하게도 결혼하면 '시집살이'라는 것을 해야되잖아요. 둘이 좋아서 결혼하는 것이지 가족 모두와 결혼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렇게까지 시집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국 남자는 결혼상대로는 좀 그래요."
- 마지막으로 자신의 눈에 비친 한국인은 어떤가요?
"한 민족이니까 마음이 똑같은것 같아요. 애국심이 강하다고 할까? 작년에 월드컵 할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때 진짜 놀랐어요. 다 같이 응원하고... 그런 모습 보고 마음이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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