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중앙대 교수협의회, "박범훈 총장을 신임한다"

소속 교수 설문조사서 응답자 55.5% 사실상 '총장직 유예 찬성'

등록|2007.11.13 17:23 수정|2007.11.13 21:21

▲ 박범훈 중앙대총장 ⓒ 권우성

중앙대학교 교수 상당수가 특정 대선 캠프 참여로 안팎으로 총장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박범훈 중앙대학교 총장에 대해 '총장을 믿는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번 결정으로 교내 안팎에 일고 있는 박 총장의 사퇴 여론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반면 박 총장은 '든든한' 후원자를 얻은 셈이 됐다.

응답자 55.5%, "박범훈 총장 신임한다"

13일 중앙대학교 교수협의회(회장 황선웅)에 따르면, 협의회 소속 교수(806명)를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416명 가운데 절반을 웃도는 55.5%(231명)가 '박범훈 총장을 신임한다'고 답했다.

'신임'(信任)의 사전적 의미는 '믿고 일을 맡김' 또는 '그 믿음'을 뜻한다. 설문조사가 사퇴 논란이 한창일 때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박 총장의 총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불신임한다'는 대답은 44.5%(185명)이었다.

'박 총장이 대학 총장직과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 위원장직을 함께 맡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421명)의 40.1%(169명)이 '두 직책 모두 고수해도 상관없다'고 답했다. 이어 '중앙대 총장직을 사퇴해야 한다'(33.5%, 141명), '한나라당 정책위원장직을 사퇴해야 한다'(26.4%,111명)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황선웅 교수협의회 회장은 "응답자의 약 40%가 '총장직과 정당의 한 정책위원장 역할 모두를 고수해도 상관없다'고 한 것은 우리 중앙대학교가 처한 대내외적 상황에 비추어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어 "우리는 학교의 쇠락원인을 '네 탓이오'식으로 재단과 역대총장들에게 돌려왔다. 그러나 그런 의식수준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냐"며 반문했다.

385명의 속마음은 과연 무엇?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3일부터 일주일 동안 벌어졌다. 9일까지 최종집계결과, 교수협의회 회원 교수 806명 가운데 421명이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율은 52.2%로, 절반은 넘겼다. 하지만 나머지 385명(47.8%)의 교수들은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교수들이 '무응답'한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박 총장을 신임은 하지만 대놓고 찬성한다고 말하기엔 여론의 뭇매를 맞을까 두려웠을 수도 있다. 신임은 하지 않지만, 학교에 매인 몸, 어쩔 수 없이 찬성표를 던져야 할 처지기에 고민 끝에 '포기'란 카드를 골랐을 수도 있다. '총장 거취 문제는 애초에 관심도 없다'는 방관자도 배제할 수 없다.

이유야 어쨌든, 교수협의회는 대학의 중대한 사안을 놓고 벌인 설문조사에 절반에 가까운 교수가 참여하지 않은 사실만으로도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그분들을) 대화의 장으로 인도하지 못한 것은 상당부분 교수협의회의 책임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설마' 했는데... "어이가 없다"

중앙대 교수협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실망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심한중대교수'란 필명(筆明)을 쓴 한 네티즌은 "교직원이 양심선언을 하면서까지 박 총장의 뒷 공작을 알려줬건만 신임이라니 어이가 없다"면서 "중앙대 교수들의 수준을 알 수가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필명 '동감'은 "중대의 발전, 정의보다는 일단 교수자리 안전 유지가 더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쉽다"며 "다른 대학에 비해 연구 성과는 안 나오면서 정치권에 줄 대는 교수들이 많은 대학이라는 세간의 이미지가 정확하게 현실을 반영했다"고 꼬집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블로그(goster.egloo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