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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2%는 독거노인에게, 베푸는 반찬 체인점

인천 부평 삼산동 반찬전문점 '나누매기'

등록|2007.11.14 14:17 수정|2007.11.14 15:10

▲ ‘나누매기’ 대표 인옥순씨(오른쪽)와 아들 조영기씨. ⓒ 장호영


인천 부평구에 반찬전문점을 열자마자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 세대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밑반찬을 꾸준히 나눠주는 어머니와 아들이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부평구 삼산1동 삼산미래타운 5단지 아파트 상가 건너에 위치한 반찬전문점 '나누매기'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 인옥순(54)씨와 아들 조영기(32)씨가 바로 그 주인공.

이들이 가게를 연 것은 지난달 17일. 그때부터 지금까지 소년소녀가장 3세대에 매일 밑반찬을 지원하고 독거노인 9세대에는 매주 수요일마다 밑반찬을 지원하고 있다.

밑반찬 지원이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가게 이름을 '나누매기'로 정한 것도, 애초 반찬전문점을 열기로 한 것도, 다른 곳보다 외지고 가게세가 저렴한 이곳에 열게 된 것도, 다 어렵게 살고 있는 이웃을 위해 나누며 살겠다는 삶의 원칙 때문이다. 나누매기는 '나누기'를 뜻하는 전라도 방언이다.

그래서 '나누매기'가 체인점을 모집하면서 의뢰가 들어오면 꼭 빼놓지 않는 말이 있다. 체인점을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매달 순수익의 2%를 독거노인의 복지를 위해 기부할 것과 2회 무료 반찬 나누기를 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2군데에서 의뢰가 들어왔는데 다행히 모두 기부 조건에 대해 승낙을 했다며 아들 조영기씨는 웃음을 지었다.

가게를 열면서 나눔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쉽지 않은 일을 하게 된 것은 인옥순 대표의 베풀고 살아야 한다는 마음과 그동안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해왔던 활동 때문이다. 하지만 인 대표의 집도 넉넉한 편은 아니다. 치매에 걸린 노모와 몸이 아픈 남편, 며느리와 손자 2명 등 7명의 대식구가 한 집에 살고 있다.

인 대표는 "2년 동안 계양복지회관에서 반찬 만드는 봉사활동을 했는데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줘 공부를 해서 한식과 양식 조리자격증을 땄다"며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어려운 이웃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고민 속에서 아들하고 반찬전문점을 내기로 마음먹고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나누매기'의 모든 밑반찬은 인 대표가 이렇게 직접 손으로 만든 것이다. 그렇다 보니 맛에 있어서도 반찬을 사먹은 사람들에게 '맛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하지만 현재 '나누매기'가 장사가 잘 되는 편은 아니다. 어떤 날은 손해(?)를 보는 날도 있다. 12세대에 밑반찬 지원을 하는 것도 있지만 실제로는 얘기할 수 없는 더 많은 세대에 반찬을 지원하고 있고, 다른 것에서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사는 이웃이 가게에 찾아오면 반찬을 그냥 주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 보니 어떤 날은 매출이 재료비 보다 낮게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도 인 대표 모자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애초 가게를 해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더 많은 어려운 이웃에게 반찬을 지원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가게를 유지할 수 있는 시점에 들어서면 반찬 지원가정을 25세대로 늘릴 계획이다.

"좋은 뜻으로 시작했는데 잘 되지 않을까요? 삼산농산물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친구가 재료를 저렴하게 대주기도 하고, 월세를 깎아준 건물 주인도 있고, 주변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동네에서 어렵게 사는 어르신들이 천 원짜리 한 장을 들고 반찬을 사기 위해 가게에 찾아올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잊지 않고 찾아오는 분들에게 오히려 감사합니다."

다른 반찬가게에는 없는 음식물 관련 배상보험과 가게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한 보험까지도 가입했을 정도로 손님에 대해서도 꼼꼼히 챙기는 '나누매기'가 번창해 더 많은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의 밑반찬이 나눠지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upyeong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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