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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꽃들

경기도 광명시 목감천에서 촬영

등록|2007.11.15 09:36 수정|2007.11.15 09:39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꽃들

ⓒ 정현순


14일 연무가 끼어 뿌연 날씨다. 목감천으로 산책을 나갔다. 바람이 적당히 불어온다. 선선한 날씨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삽과 빗자루를 들고 목감천을 청소하러 나온 사람들도 보인다. 억세풀이 바람 부는 방향으로 일제히 흔들리고 있었다. 걷는 것이 상쾌하다. 그러다 문득 아래 쪽을 내려다 봤다. 작은 꽃들이 손짓을 하고 있는 듯했다. 고개를 숙여 작은 꽃을 찍으려고 카메라 렌즈를 열었다. 바람에 흔들려 초점을 맞출 수가 없었다.  잠시 바람이 멈추기를 기다려 셔터를 눌렀다. 누르는 순간 또 다시 바람이 불어온다. 그때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중년의 남자가 멈추더니 말을 건넨다. "난 아무리 봐도 풀밖에 안 보이는데 뭘 그렇게 찍어요?" "네 아주 작은 꽃이에요." "꽃을 좋아하나 봐요. 잘 나오나요?" "요즘 디지털카메라 성능이 좋잖아요."  그는 한참 나를 쫓아온다. 그리곤 내가 찍는 꽃을 같이 쳐다봐 준다. "관심이 있으시면 한번 도전해보세요." "네." 그는 그렇게 쫓아다니더니 자전거를 타고 슬며시  가버린다. 운동을 하러 나온 다른 사람들도 내가 도대체 무얼 찍는지 알 수가 없다는 듯이 저만치 가면서도 나를 쳐다본다. 나도 이제는 그런 것에 익숙해졌나 보다.  개의치 않고 바람에 흔들리는 꽃을 계속 찍었다.  또 다시 작은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꽃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어떤 꽃은 계속 찍었지만 끝까지 초점을 못 맞춘 것도 있다. 하얀 망초꽃은 처음부터 하얗게 시작되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연분홍의 화사한 색깔로 시작해 점점 흰색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오늘(14일) 알게 되었다. 봄날씨와 비슷한 늦가을 날씨. 활짝 핀 철쭉이 착각을 할 만하다. 작고 앙증맞은 쇠별꽃, 토끼풀꽃, 이름모를 많은 꽃들, 노란 민들레, 자신을 퍼뜨리려는 홀씨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날아간다.  그 옆에 작은 꽃들도 자신을 봐 달라는듯이 내 발목을 잡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꽃들. 나도 살아가면서 바람에 흔들린 적이 헤아릴 수없이 많았다. 그래도 이렇게 잘 살아가는 것을 보면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면서 그들과 친해졌나 보다. 저 작은 꽃들도 바람에 적응해 끄덕없이 꿋꿋하게 피고 지고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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