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당연함'을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해 보세요

등록|2007.11.15 19:32 수정|2007.11.15 19:50
마땅히 그러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파란불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고,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리지 말며 국민은 나라를 사랑하고 그 나라의 법을 지키는 것 등 말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당연하게도 당연히 생각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연하지만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있어야하는 "당연"한 것들입니다. 예를 들면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고 가정에 충실하며 자식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 서로를 우선 생각해주는 것, 타인을 내 위치에 놓고 생각해 보는 것들이 그것에 속합니다.
  
근데 왜 그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에 있어 이처럼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요?

저는 이제 2개월이 갓 넘은 첫 아이를 둔 37살의 남자입니다. 늦게 본 아이라 너무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워 시간만 나면 안아주고 놀아줍니다. 그건 아이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다는 것을 느꼈기에, 아내가 자신의 시간을 갖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폐렴에 걸려 병원에 6일간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밖에 없는 아이가 주사를 맞고 링겔을 맞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프더군요. 아내도 집이 아닌 병원에서 24시간 함께 있으며 힘들어 했고요. 그래서 개인적인 시간을 모두 버리고 병원에서 있을 수 있는 한 있으면서 약기운에 힘들어하는 아이를 안고 달했습니다.

헌데 비슷한 증상으로 입원해 있는 엄마들이 저를 보며 "엄마(제 아내)는 좋으시겠네요"라는 말을 많이들 하시더군요. 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거라 생각했기에 "당연히 해야죠"라고 말했더니 그렇지 않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그런 말을 했더니 "당연히 그래야지"라고 하더군요. 당연히…. 그런데 왜 그게 섭섭하게 느껴졌을까요? 전 당연히 할 일을 하는 거라 여겼는데 아내가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이 왜 섭섭했을까요?

그건 당연하다는 생각 속에 감사의 마음이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당연히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뒤에서 욕을 합니다만 그래선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또 당연한 것을 한 사람에겐 당연한 일을 했다고 그냥 넘어갑니다.

우리 이제부터라도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감사해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연히"라는 생각을 버리면 나에게 누군가 할 일을 해주었으며 고마운 마음과 감사하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다른 누군가에게 그 전달할 수 있을 것이고요.

하는 사람은 "당연히" 하고, 받는 사람은 "당연"한 것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좀 더 아름다운 인간관계, 감사하고 사랑하고 아끼고 존중하는, 그런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가 퇴원하는 날 집 청소를 하고 아내에게 전화를 거니 울먹면서 전화를 받더군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병원으로 달려갔더니 아내가 말합니다.

"병원에 있어보니 당신이 내게 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줄 알았어, 고마워."

아내의 말을 듣고 왠지 눈이 뜨거워져서 담당의사를 만난다며 병실을 나왔습니다. 전 아내에게서 당연히 받을 것이 아닌 엄청난 사랑을 받으며 아이와 함께 6일만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당연함을 당연하지 않게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