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횡성읍내를 흐르고 있는 섬강 ⓒ 이현숙
▲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농부의 마무리 손질이 바쁘다. ⓒ 이현숙
6번 국도 들길을 가노라니 저만치 앞에 낯선 이정표가 나타난다. '디오니 캐슬 와인' 이라는. 아마도 와인 공장인듯 한데, 얼핏 바라보니 경치가 꽤 아름다워 보인다. 지체없이 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차 한 대 겨우 다닐만한 길로 낙엽이 눈처럼 쏟아져 내린다. 우와! 우린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만추라는 느낌이 가슴을 울린다.
▲ 가을 길디오니캐슬로 가면서 낙엽 폭탄을 맞았던 길... ⓒ 이현숙
▲ 디오니캐슬 와인으로 가는 아름다운 길 ⓒ 이현숙
▲ 디오니캐슬 와인 공장에서는 원주와 횡성에서 생산되는 복분자로 100% 순 발효주를 생산하고 있다. ⓒ 이현숙
▲ 아늑하게 자리잡은 풍수원 마을. 제일 뒷쪽 단풍 사이로 성당 십자가가 삐죽이 나와 있다. ⓒ 이현숙
풍수원은 나지막한 산 아래에 고요히 숨어 있었다. 오랜 세월 박해를 피해 숨어들었던 마을 안쪽에는 숨은 듯 작고 가녀린 십자가가 삐죽이 솟아 나와 있었다. 아담하고 고색창연한 로마네스크 서양식 건물, 바로 동네 집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풍수원 성당이다.
강원도와 경기도 경계지점인 성지봉 기슭에 자리한 풍수원 천주교회는 1846년부터 한국 최초의 천주교 신자였던 이승훈의 조카 이신규가 목신부(Anthony)와 선교를 했던 곳이다. 시골 마을 외진 곳의 풍수원 성당 역사는 1801년 신유박해, 1866년 병인양요, 1871년 신미양요를 겪으며 탄생한 성당이다.
박해받던 천주교 신자들이 하나 둘 강원도 횡성 유현리 풍수원 마을로 피난해 신앙촌을 이룬 것. 화전을 일구거나 옹기를 만들어 팔아 생계를 이어나간 그들은 1886년 신앙의 자유가 허용되자 비로소 프랑스인 르메르 신부가 만든 초가 사랑방 교회에 모여 마음 놓고 미사를 올렸다. 한국에서 네 번째 천주교회가 강원도 횡성에 세워진 것이다.
▲ 100년 된 풍수원 성당과 느티나무 두 그루 ⓒ 이현숙
▲ 성당 안에서는 바닥에 앉아 미사를 드리고 있다. 스테인드글라스의 색채가 화려하다. ⓒ 이현숙
알을 품은 어미 닭에 대한 이야기였다. 신부님은 병아리 부화를 위해서 물조차 거부하면서 알을 품는 어미 닭을 하느님 사랑에 비유하시는 듯했다. 가만히 앉아서 듣다가 셔터를 한 번 누르고 일어나 나왔다. 내가 일어나 나오는데도 신자들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신부님 말씀에 몰입해 있었다. 건물과 스테인드글라스는 서양식인데 성당 안은 신을 벗고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바닥에 앉아 미사를 드리는 광경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 느티나무 두 그루가 훌훌 털어낸 낙엽. ⓒ 이현숙
▲ 1888년이라는 연도가 쓰여진 풍수원 성당 표지석. 표지석도 오래된 듯 고풍스럽다. ⓒ 이현숙
밖으로 나오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낙엽. 마당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곳의 오랜 역사를 증명이라도 하듯 든든하게 버티고 섰는 커다란 느티나무 두 그루가 비늘을 털듯 나뭇잎을 훌훌 털어버린 것이다. 성당은 오랜 세월을 든든하게 버티고 서 있고 느티나무는 해마다 싹을 틔워 가을이면 이렇게 다 털어냈을 것이다. 아름답게 서로를 의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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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아가는 길 : 횡성나들목→서울방향 6번국도→풍수원성당(서울6번국도→양평→풍수원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