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에서 동생 무발리가 편지를 보내왔어요
지난 가을 한비야 책을 읽은 게 인연
▲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하고 있는 아이의 사진. 후원 시작일을 기준으로 해마다 아이에 대한 정보를 보내주는 듯하다. ⓒ 강지웅
오늘(10월 중순)은 좀 고된 날이었지요. 아침 일찍부터 분주한데다 딱히 맡았다고 볼 수 없는 일에 대한 책임까지 떠맡느라 스트레스도 좀 받았답니다.
게다가 밥 때도 놓쳤지요. 그렇게 밤 늦어서야 집에 돌아왔답니다. 그런데 웬만해서 올 일이 없는 국제우편이 와 있네요. 뭔가 했더니 우간다에서 왔습니다. 우간다!
사진을 보세요. 아이가 많이 컸어요. 처음 사진을 받았을 때는 마냥 앳된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제법 씩씩함이 느껴지네요. 청바지와 청남방을 입고 있는데 왠지 어색합니다.
사이즈도 안 맞는 것 같아요. 표정 보세요. 뭔가 뾰로통합니다. 사진 찍는다고 억지로 아이를 불러다가 옷 입힌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꽃도 억지로 들렸겠지요? 하하. 이 사진을 보니까 나도 모르게 히히- 하는 웃음이 지어졌답니다. 아침부터 내내 쌓였던 피로랑 짜증이 싹 날아갔어요. 정말로.
사진 옆에는 무발리가 그린 그림이랑 유치원 성적이 있어요. 예전에 보내온 편지에서는 무슨 선 같은 것만 흐물흐물하니 그려져 있었는데, 이번에는 사람 형태의 그림이 있네요. 괜히 흐뭇합니다. 유치원 성적을 보니까 수학하고 산수는 '베리 굿'이고, 영어는 '굿'이네요. 저랑 달리 수학을 잘해 괜히 뿌듯하기도 합니다.
취미가 축구래요. 늘 '축구공 보내줘야지' 마음이 무거웠는데, 정말 축구공 두 개 사서 보내줘야겠어요. 하나는 친구들하고 같이 놀 때 쓰고, 하나는 집에서 개인기 연습할 때 쓰라고요. 하하. 축구화는 아직 좀 그렇겠죠?
성격이 수줍고 조용하다네요. 그래도 사진 보니 얼굴도 씩씩하고 눈빛도 반짝거리는 게 그놈 장군감이네 싶어요. 사실 형 입장에서 녀석이 다부지게 크는 건 좋은데 귀염성은 덜한 것 같아 살짝 서운하기도 해요. 집에서는 물을 길면서 부모님을 돕고 있다네요. 무발리네가 농사짓는다는 얘기를 듣고 염소를 선물해드리면 어떨까 했었는데, 좀 더 알아보고 돈도 좀 모아서 도와드리던지 해야겠어요.
우간다는 여기서 지구 반대쯤 되는 곳이니까 거긴 아마 지금 낮이겠지요? 무발리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축구공 보낼 때 역시 미뤄두었던 제 사진이랑 편지도 같이 보내야겠어요. 무발리는 제가 녀석을 궁금해 하는 만큼 저에 대해 궁금해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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