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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쏴' 조인성, 34억 FA 대박 '쏘다'

[프로야구] LG와 4년 최대 34억원 FA 계약 체결...역대 포수 최고액 등극

등록|2007.11.18 11:39 수정|2007.11.18 14:37

▲ 최고액 FA 포수로 등극한 LG 조인성. ⓒ LG 트윈스

LG 트윈스 포수 조인성이 역대 최고액 포수의 반열에 올라섰다. 조인성은 FA(자유계약) 우선협상 마지막 날이었던 17일 원소속팀 LG와 4년(3+1) 최대 34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삼성의 진갑용(3년 26억)을 뛰어넘는 역대 포수 최고액이다. 계약금은 12억 원이며 연봉 4억 원, 플러스 옵션은 3년간 연 2억씩 6억 원이다. 또한 3년 후 기준 성적(비공개)을 넘어섰을 경우 1년 재계약이 성사되는 조건이다.

계약 후 김연중 LG 단장은 "조인성은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했고, 계약이 이루어져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 향후에도 LG의 든든한 안방마님으로 활약해 줄 것을 기대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조인성 역시 "10년 동안 정이 든 LG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특히 팬들의 성원에 고마움을 느껴 그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팀에 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구단이 포수 최고대우로 자존심을 세워준 것에 만족하고,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한때 주전에서 밀려나고 트레이드설에 시달리는 등 지독한 어려움을 겪었던 조인성이 프로야구 최고액 포수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FA 포수 조인성의 예정된 대박

사실 조인성의 대박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조인성의 포지션이 포수였기 때문이다. 조인성은 포수라는 포지션이 주는 특별함 때문에 LG와 협상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를 점령하고 있었다.

모든 포지션 가운데 신인들이 주전으로 도약하는 시기가 가장 오래 걸리는 포지션이 포수다. 주전 포수를 만들어내기가 그만큼 어려우며 좋은 포수를 만들어 내기는 더욱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전 포수를 내보내고 당장 그 자리를 메울 선수를 구한다는 것을 생각하기가 힘들다. 특히 LG는 백업 포수들의 자원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팀이다.

포수 자원이었던 이성열은 외야수로 전향을 한 상태고 1군 백업 포수 최승환은 시즌 중 큰 부상을 당했다. 가끔씩 1군에 올라와 마스크를 썼던 2군 포수 최승준은 포수로 전향을 한지 오래되지 않아 타격에 비해 수비에서 미흡한 점이 많으며 군 문제도 걸려있다. 결국 이미 은퇴를 했던 김정민까지 다시 현역으로 복귀시켜야 했을 만큼 심각한 포수난을 겪고 있는 LG는 '주전포수' 조인성을 압박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조인성의 포수로서의 능력 또한 대박에 한몫을 했다. 500경기 이상 출장한 포수들 가운데 통산 도루저지율 1위(0.445)에 올라있는 조인성은 ‘앉아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이 송구능력 하나 만큼은 국내 포수들 가운데 최고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수년째 국가대표로 나서 주요 경기에서 주전 마스크를 썼을 정도로 포구능력 또한 인정을 받고 있다.

조인성이 올 시즌 좋은 타격 성적을 냈다는 점도 큰 역할을 했다. FA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그해 시즌 성적임은 두 말하면 잔소리. 조인성은 올 시즌 124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4 118안타 13홈런 78타점을 기록, 자신의 한 시즌 최고 타율과 최다 안타, 최다 타점을 모두 경신했다. 홈런 역시 지난 2003년(19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때려냈다. FA를 앞두고 생애 최고의 활약을 한 것이다. 조인성의 FA 대박이 예상되었던 이유다.

트레이드 위기 딛고 최고 포수로 우뚝 선 조인성

▲ 올림픽 야구대표팀 포수로 훈련중인 조인성. ⓒ LG 트윈스

지난 1998년 1차 지명을 받고 LG에 입단을 한 조인성은 2000년 주전포수였던 김동수가 FA로 삼성으로 이적을 하면서 주전 포수로 발돋움을 했다.

강한 어깨에서 나오는 빨랫줄 같은 송구로 주목을 끌었던 조인성은 2003년에는 팀 내 최다인 19개의 홈런을 때려냈을 만큼 쏠쏠한 장타력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프랜차이즈 스타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조인성이 탄탄대로만 밟고 여기까지 달려온 것은 아니다.

조인성은 2005년 당시 이순철 감독과의 불화로 시즌 중반 2군으로 강등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당시 이 감독은 조인성이 올스타에 뽑히자 "올스타를 2군에 머물게 할 수는 없다"며 얼마 후 1군으로 다시 올렸지만 후반기에 백업 포수로 밀려났고 시즌 후에는 트레이드 대상에 오르기까지 했다.

주전 자리는 고사하고 트레이드 위기까지 내몰렸던 조인성은 2006년 시즌이 끝나고 김재박 감독이 부임하면서 다시 감독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올 시즌 백업 포수 최승환의 부상으로 거의 모든 경기에서 홀로 마스크를 써야 했던 조인성은 엄청난 체력적인 부담 속에서도 최고의 성적을 내며 고군분투를 했다. 조인성이 만일 부상이라도 당하는 날에는 순위 싸움은 포기해야 했을 만큼 올 시즌 LG에게 조인성은 값진 존재였다.

타자들의 타구에 맞아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대신할 포수가 없어 다시 마스크를 쓰고 앉아야 했을 만큼 힘든 시즌을 보냈지만 그로 인해 LG로부터 역대 포수 최고액이라는 큰 선물을 받을 수가 있었다. 이제 조인성은 자신을 믿어준 LG에게 이름값에 걸맞는 성적으로 보답하는 길만 남아있는 셈이다.

한편 두산으로부터 역대 FA 최고액인 62억 원을 제시 받은 김동주는 우선 협상 마감일인 이날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됐으며, 이호준 조웅천(이상 SK) 이재주(KIA) 역시 원소속구단과  계약에 실패하는 등 올해 FA를 신청한 6명 가운데 조인성과 류택현(LG)을 제외한 4명의 선수가 원 소속팀과의 협상에 실패를 했다. 이들은 다음달 7일까지 전 소속구단을 제외한 다른 구단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 다음달 8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전소속구단을 포함한 모든 구단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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