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이인제 버리고 문국현 잡나?
'정' 연합 공식 제안, 그러나 '문' 거부... 불쾌한 민주당 "우리는?"
▲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자료사진). ⓒ 권우성
대선을 30여일 앞두고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논의가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후보단일화 및 통합 시한을 하루 앞둔 18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의 연합을 공식 제안했다. 사실상 후보단일화를 위한 연합이다. 정 후보는 후보등록일인 25일까지 후보통합과 연합이 마무리되어야 한다며 시한도 못 박았다. 그러나 문국현 후보 측은 "정치공학적 후보단일화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며 거부했다. 문국현 후보도 "단일화 논의는 모든 것을 다 삼켜버리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 후보가 문국현 후보와의 연합을 들고 나온 것이어서, '이인제 후보를 버리고 문국현과 손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 민주당 측은 "우리와의 통합 합의는 지키지 않으면서 뭐하는 짓이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정동영 후보의 이날 제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국현씨까지 포함해서 모두 다 연합해 대통령을 당선시켜야 한다"고 주문한 지 나흘만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동영 "후보등록 전까지 후보통합-연합 마무리되어야" 정동영 후보는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의 연합을 공식 제안한다"며 "문국현 후보는 반부패, 좋은 성장, 가족행복의 가치를 우리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후보"라고 밝혔다. 정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부패·수구세력의 집권을 막고 대한민국을 미래로 전진시키기 위해 '좋은 성장과 사회정의를 위한 미래연합'의 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는 양극화 해소와 서민·중산층 보호, 부패·특권·반칙 없는 사회를 위한 정치·경제·사회개혁 추진, 평화·환경·복지가 실현되는 행복 대한민국 건설을 목표로 하는 미래세력의 연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부패한 과거세력, 수구냉전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공통의 인식이 우리들에게 있다"며 "그렇다면 연합을 위한 논의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거듭 문 후보와의 연합을 강조했다. 정 후보는 특히 "대선후보 등록(25일) 전까지 후보통합과 연합방안이 마무리될 수 있어야 한다"며 연합 시한을 제시한 뒤, "민주평화미래세력이 하나가 될 수만 있다면 저는 모든 것을 수용하고, 저를 버릴 각오까지 돼 있다"고 밝혔다. '정동영'을 중심으로 한 단일화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새로운 정치세력의 형성도 도모할 수 있다"며 "이 모든 것을 논의하기 위한 공동협상기구를 조속한 시일 내에 구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 후보는 "저의 제안은 저 개인의 제안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요 역사의 명령"이라고 규정한 뒤, "문 후보가 민주·평화·미래세력의 연대를 위해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정 후보는 문국현 후보와의 정책적 차이를 묻는 질문에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차이에 비하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일축한 뒤, 민주당과의 통합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정 후보는 또 "이인제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문국현 후보와 단일화를 제안한 것은 자신을 중심으로 단일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시간이 없다,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정동영 후보가 '문국현 연합' 카드 꺼낸 까닭은? 정동영 후보 측에서 문국현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논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민주당과 통합에 나선 신당 내부에서는 내친김에 문국현 후보와의 후보단일화까지 성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후보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정동영-이인제-문국현 후보'가 일시에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16일 김태홍·송영길·우상호·이인영·김영주·정성호 의원 등 신당 의원 28명과 원외 중앙위원 63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승리를 위해 반(反)수구부패, 반(反)양극화의 관점에서 광범위한 연대를 추진해야 한다"며 "이인제 후보뿐 아니라 문국현 후보를 포함하는 연대전략이 필요하며,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와도 최대한의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후보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과의 통합 협상만으로는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며 "민주화세력과 미래세력의 대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신당 내부 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문국현 후보를 포함한 '3각 단일화'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지난 15일 함세웅 신부, 박형규 목사, 청화 스님, 이선종 원불교 서울교구장 등 개혁 성향 재야·종교계 원로들은 문 후보와의 간담회에서 "개혁 진영의 후보단일화가 필요하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신당과 민주당 후보, 대표 간에 합의한 '4자회동 합의문'이 신당 내부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무산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정 후보가 '문국현 연합' 카드를 공식 제안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정 후보 측이 양수겸장을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우선 '문국현' 카드를 꺼내듦으로서 통합 재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민주당을 압박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경재 민주당 최고위원은 "정 후보가 우리에게 백기투항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렇게는 안 된다"고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후보단일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문국현 후보를 향해 일종의 '정치적 공세'를 가했다는 지적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누차 단일화를 반대한다고 얘기했던 문 후보에게 거부당할 것이 뻔한 연합을 제안한 것은, 향후 후보단일화 흐름에서 정 후보가 주도권을 잡아가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문국현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모든 것 삼키는 '블랙홀'"
▲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자료사진). ⓒ 윤대근
▲ 이인제 민주당 대선후보(자료사진). ⓒ 남소연
이인제 후보는 "4자 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지켜야 한다, 국민 앞에 한 약속인데 지키지 않으면 당도 아니고 후보 자격도 없다"고 정동영 후보를 압박했다. 이 후보는 또 정 후보가 문 후보와 연합을 제안한 것에 대해 "언급할 가치가 없다"면서 "단일화 합의 약속을 철저히 무시한 사람들에 대해서 무슨 언급을 하겠느냐"고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종필 대변인도 "민주당과의 합의 이행이 먼저"라며 "민주당과의 합의를 지키지 못하면서 또 어떤 당과 합의를 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먼저 민주당과의 합의를 지킨 연후에 다른 당과 합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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