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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장난이니?

[TV야 뭐하니] <연애불변의 법칙>VS<추적! X-boyfriend>

등록|2007.11.19 09:00 수정|2007.11.28 14:29
케이블방송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의(혹은 연예인 지망생)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는 유명 연예인을 섭외하기 어려운 방송사의 여건 때문이기도 하고, 연예인 이야기에 식상해져버린 시청자들의 기호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들이 주로 다루는 내용은 '사랑' 이야기인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Mnet의 <아찔한 소개팅>과 같은 짝짓기 프로그램이다. 공중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은 케이블 방송은 출연자들의 연애이야기를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아 비판을 받아왔다. 출연자들이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이라는 점도 제약을 줄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 중에서 짝짓기 프로그램 못지않은 선정성으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Olive의 <연애불변의 법칙>과 Mnet의 <추적!X-boyfriend>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연애불변의 법칙 메인화면 ⓒ Olive


내 애인, 믿어도 될까요? <연애불변의 법칙>

사랑하는 동안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들 중 하나는 내 연인이 100% 나만을 바라보고 또 나만을 사랑해줄까 라는 의문이다. Olive의 <연애불변의 법칙>은 이러한 의심으로부터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의뢰인의 남자친구에게 매력적인 '작업녀'를 투입시켜 남자친구가 유혹을 당하는지 아닌지 알아보는데, 몰래카메라로 촬영된 '작업'의 과정을 의뢰인과 패널 그리고 시청자들이 지켜본다.

의뢰인들은 처음엔 자신의 남자친구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갖고 등장한다. 하지만 매력적인 이성이 등장했을 때 의외로 너무도 쉽게 무너지는 연인의 모습을 보면서 분노하기도 하고 때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제작진은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연인들이 헤어지기를 원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다만 연인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함으로써 사랑이 좀 더 깊어지기를 바란다고. 하지만 작업녀가 의뢰인의 남자친구를 유혹하고 또 남자친구가 그 유혹에 넘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제작진의 이러한 말은 '궤변'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혹과정에서의 스킨쉽 그리고 선정성
  
제작진이 작업녀에게 내리는 '미션'을 보면 술자리에서의 '스킨쉽'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고, 방송은 그 스킨쉽의 '수위'에 대해서 선정적으로 다룬다. 한 예로 지난 11월 14일 방송의 예고를 보면 '오고 가는 술잔과 터치 속에 일은 벌어졌다! 남자친구와 작업녀 사이에 이루어진 사상 최고 수위의 스킨십은?' 이라는 멘트가 나온다. 결국 제작진의 관심사는 선정성이다.

내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손잡고 뽀뽀하는 모습을 보고도 제작진의 말처럼 '나만 바라볼 것 같던 남자친구가 이렇게 흔들릴 수도 있구나. 앞으로 더 잘해줘야겠다'라고 생각할 여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대체 이 프로그램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이런 모습'을 보고도 사랑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일까. 그게 가능할까.

헤어진 그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추적! X-boyfriend>

<연애불변의 법칙>에서의 연애가 현재 진행 중이라면 Mnet의 <추적!X-boyfriend>에서의 연애는 이미 끝난 후다. 이 프로그램은 헤어진 옛 연인의 행방을 추적해 의뢰인과의 만남을 성사시키는데, <연애불변의 법칙>과 마찬가지로 그 추적의 과정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보여준다.

추적! X-boyfriend메인화면 ⓒ Mnet


추억 속 인물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은 예전에 KBS에서 방송되었던 <TV는 사랑을 싣고>와도 유사하다. 하지만 <추적!X-boyfriend>에서 옛 연인을 찾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의뢰인은 이미 옛 연인의 연락처와 주소를 알고 있으며 싸이월드를 통해서 그녀 혹은 그의 근황 역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헤어진 연인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용기가 없어서 혹은 방송을 통해서 찾는 것이 헤어진 연인의 마음을 돌리는 데 더 효과적일 것 같아서 출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을 보고 있으면 의뢰인들이 '정말로'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고 싶어서 나왔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의심스러운 의뢰인들의 '진정성'

지금까지 출연한 의뢰인들과 옛 연인들의 프로필을 보면 얼짱 출신 혹은 연예인 지망생들이 많았다. 지난 10월 26일에 의뢰인으로 출연한 정석윤씨의 경우 11월1일엔 같은 방송사의 <아찔한 소개팅>에서 도전자로 출연하기도 했는데 이를 보고 시청자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연예인 지망생들이 단지 방송을 통해서 얼굴을 알리고 싶어서 나온다는 것이다.

제작진이 옛 연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보면, 의뢰인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은 점점 더 커진다. 제작진은 몰래카메라를 들고 옛 연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찾아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의 사생활을 <연애불변의 법칙>과 마찬가지로 선정적으로 다룬다. 지난 8월 24일 방송의 예고에는 '상상금지! 그 어떤 X(옛 연인)보다 화끈하다! 부킹과 헌팅을 넘나드는 X의 밤문화~ 만취상태 그녀가 발견된 곳은?'이라는 멘트가 나온다. 사랑했던 사람의 사생활이 이처럼 대중들에게 그것도 선정적으로 공개돼도 의뢰인들은 괜찮은걸까.

'사랑'이 장난이니?

선정성을 무기로 하여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한 프로그램들에 대한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연애불변의 법칙>과 <추적! X-boyfriend>가 불편하고 또 불쾌한 이유는 두 프로그램이 '사랑'의 이름으로 사생활 침해 그리고 선정성 추구를 정당화하려 한다는 점이다.

내 남자친구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헤어진 연인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은 의뢰인들의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이는 분명 공감할 만한 소재다. 그러나 남자친구가 유혹당하는 과정, 옛 연인의 사생활을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사랑의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 정말로 사랑한다면, 정말로 사랑했다면 그럴 수 있을까.

그 진정성과 정당성은 의심스럽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티뷰기자단 작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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