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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거머리', 병원을 방문한 까닭은?

거머리 요법, 구더기 요법...<대한 생물 요법 학회>창립

등록|2007.11.19 08:27 수정|2007.11.26 14:56

▲ 대한생물요법학회 창립총회 및 세미나 ⓒ 김현자


"거머리가 제 마음을 꽉 물어버렸답니다!"

거머리(거머리 요법)에 대한 열정과 소신을 느낄 수 있는 이 말은 나의 이웃 블로거인 '내 사랑 거머리' 블로그를 여는 글의 제목이기도 하다. 내 사랑 거머리와 이웃이 된 것은 지난 해 2월 <알레르기 이별여행>(지성사)의 저자 한동하 원장(한동하 한의원)을 인터뷰하면서 부터이다.

치료를 위해 이민까지 갈만큼 심각한 아토피 혹은 알레르기의 실체를 알고 싶다는 동기 때문에 <알레르기>라는 책에 관심을 두었는데 책을 읽는 동안 저자 한동하는 남다른 열정을 가진 젊은 한의사라는 인상이 강했다. 때문에 인터뷰까지 하게 된 것인데 그때 나의 질문 중에 한방과 양방의 어쩔 수 없는 한계와 화학 약품의 폐해에 대한 것이 있었다.

저자는 그때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거머리 요법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고, ‘거머리 요법’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난 그 블로그 이웃이 되었다. 거머리 요법에 대해 연구하고 다양하게 치료되고 있는 사례, 정보 등을 공유하고자 저자가 만든 블로그였다.

11월 17일 오후에 한동하 원장이 주축이 된 '대한 생물 요법 학회 창립 세미나'에 가게 되었다.

▲ 한동하 박사의 거머리 요법 사례 발표 ⓒ 김현자



▲ 생물 요법에 쓰이는 구더기의 배양 ⓒ 김현자


"시중에서 무분별하게 팔리는 거머리, 감염 유발"

생물 요법은 살아 있는 생물로 우리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의약품이 발달하지 않은 옛 시대인들이 질병 치료에 자연의 생물을 이용한 것인데 근세기 의학의 발전과 약품 개발 등으로 자연스럽게 멀리했던 요법이다. 하지만 최근 의학 기술이 고도로 발달했음에도 치료하지 못하는 의학의 한계를 이 생물 요법에서 찾고 있다.

한동하 원장이 수년간 연구해오고 있는 거머리 요법도 이 생물 요법의 한 가지이다. 외에도 구더기 요법이 있고 침을 이용한 봉침, 즉 봉독 요법도 있으며 물고기 요법, 원생동물 요법, 세균 요법, 기생충 요법 등이 있다. 이 날은 주로 거머리 요법과 구더기 요법에 대한 시술 사례, 시술 현황, 시술시 주의할 점, 치료 성공 사례 등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2003년 미국 FDA가 정식으로 허가한 거머리 요법은 약 2500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한 기록이 있으며,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도 거머리 요법을 썼다고 한다. 거머리가 한의학에 등장하는 것은 신농본초경, 본초강목, 동의보감, 본초구진 등. 거머리가 쓰일 수 있는 다양한 경우를 설명하고 있는데 동의보감에서는 ‘기침법’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들 책에는 ‘기침법’ 외에 거머리를 말려 가루로 빻아 적용하는 방법들을 다양하게 싣고 있다. 그런데 서울 약령 시장과 같은 곳에서 구할 수 있는 말린 거머리는 과연 이들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병을 고치는데 도움이 될까?

한국 과학 기술원 명예교수이자 대한 생물 요법 학회의 수석 고문이며 그동안 거머리 요법을 꾸준히 연구해 온 강계원 교수의 '의료용 거머리의 연구 현황'이란 강연 중에 이와 관련된 말이 있어서 귀가 솔깃했다. 강 교수는 국내 유일한 거머리 책인 <거머리-잊혀져 가는 생물>의 저자이자 5년 전 거머리 요법 연구를 시작한 한동하씨를 격려하며 학회를 창립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중략)요즘 유기농 바람과 함께 차츰 사라져 가던 생물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옛날 모내기 때나 물놀이때 예사로 달라붙던 거머리를 이제는 거의 볼 수 없지요. 거머리를 연구하던 중 약재상에서 말린 거머리를 발견하였습니다. 그 거머리들은 중국에서 들여온 것인데 온갖 종류가 섞여 있었으며 분석해 본 결과 어떤 약효가 될 만한 성분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혹자들 간에 정력에 좋다느니 이런저런 병에 효과가 있다는 등의 풍문 때문에 약재상에서 많이 팔린다는 말린 박쥐를 떠올렸다. 말린 박쥐는 농약 살포로 인한 중금속 오염으로 정력을 증강시키고 몸을 치료하기는커녕 도리어 중금속에 오염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니 말이다. 그럼에도 말린 박쥐처럼 말린 거머리 역시 팔린다고 한다.

▲ 한동하 원장이 50대 후반 버거씨병 남성에게 거머리 요법 5차례 시행, 약물 치료를 병행한 사례이다. ⓒ 한동하



▲ 한동하 원장이 40대 후반 남성 버거씨병 환자에게 약물 치료 없이 거머리 요법을 3회 시술 사례이다. ⓒ 한동하


최근 몇 년 사이 버거씨병 등으로 괴사한 조직을 잘라내야 하는 상황에 거머리 요법 3~6회 시술 후 나았다는 사례 등이 알려지고 일반인들의 거머리 요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거머리 농장이나 거머리 판매인들이 많이 생겼다. 이들의 주요 고객은 전문 의료인들이 아닌 일반인들.

거머리는 전 세계적으로 45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대략 20여 종이 있는데 모든 거머리가 적극적으로 피를 빠는 것도 아니라 2~3종만이 빠는데 의료용, 즉 거머리 요법에 쓰이는 것은 따로 있으며 100% 멸균 소독 후에 시술한다. 또한 재사용을 하지 않으며 특별 폐기물로 분리되어 시술 후 특별한 규정에 의해 폐기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구입한 거머리 대부분은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것들이며, 만약 아주 미세한 부유물이라도 있다면 감염에 걸릴 확률이 아주 높다고 한다. 게다가 거머리 요법을 쓰면 안 되는 병이나 질환도 있고 드물게는 의사조차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피를 빨고 난 거머리를 함부로 버리면 병원균의 전파나 생태계의 위험 등 여러 가지 위험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에게 많이 팔리는 거머리들은 필경은 무분별하게 시술되고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거머리 요법이나 구더기 요법이 미국 FDA에 의해 2003년과 2004년에 정식 허가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양방과 한방의 한계를 대체해 줄 치료법으로 관심이 높이지고 안전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의료용으로 허가된 만큼 의사에 의해 시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대한 생물 요법 학회 창립은 꼭 필요할 것이다.

▲ 국내 가장 많은 거머리 요법 임상 실험을 한 거머리 박사 한동하(한의사, 알레르기(지성사.2006년) 저자) ⓒ 김현자


"...의학이 발전하기 이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치료 도구를 자연에서 얻어야만 했을 것이고, 후대에 전해지는 방법들은 어느 정도는 효과가 인정된 치료법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현대 의학의 발달로 이런 요법들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최근 이렇게 사라졌던 생물 요법들이 현대 의학의 난치성 질환에 탁월한 효과를 내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수년간 거머리 요법을 연구하면서 다양한 병과 질환에 적용하여 만족할만한 효과를 얻었지만 아직 연구할 부분이 더 많습니다. 또한 최근 거머리 요법의 우수성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일반인들 사이에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거머리를 통한 무분별한 시술도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본 대한 생물 요법 학회는 거머리 요법이나 구더기 요법으로 현대 의학의 한계인 난치성 질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고, 일반인들에게 안전한 생물 요법을 알리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인류의 행복과 발전에 기여하겠습니다." - 한동하 초대 회장 인사말 중에서

행사에서는 인류에 기여한 역사 속의 생물 요법, 의료용 거머리와 구더기, 거머리 요법과 구더기 요법의 다양한 적용 사례, 시술법과 주의할 점 등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었다. 특히 수년간 거머리 요법을 연구하면서 난치성 질환에 시술하여 좋은 결과들을 얻어 낸 한동하 원장의 다양한 병에 대한 실전 사례는 ‘난치성 질환에 대한 희망’으로 보였다.

버거씨병으로 인한 괴사 조직, 잘라내야만 하는 상황에 잘라내지 않고 거머리 요법을 3차례 정도 시술하여 새살이 돋은 사례는 정말 놀랍다. 한동하 원장의 그간의 임상 사례 발표에 의하면 1주일에 1회나 2회씩, 30분에서 1시간 가량의 6차례 시술로 대부분의 치료는 가능하다고 한다. 비단 버거씨병뿐일까? 징그럽기만한 거머리가 달리 보이는 시간이었다.

거머리 요법에 대한 감탄과 함께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생물 요법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때문에 잠시 들러 인사만 하려던 계획을 접고 7시부터 10시까지 그야말로 생물 요법과 거머리에 푹 빠져있었다고 할까? 구태의연한 치료법에 의존하지 않고 늘 연구하고 공부하는 의료인들의 열정과 소신을 충분히 만난 시간이기도 했다.

생물 요법을 통하여 거머리와 구더기를 만나는 동안 의학계와는 전혀 상관없는 유일한 참석자인 난, 행사 내내 ‘대한 생물 요법 학회가 창립된 2007년 11월 17일은 한국 의학계에 새로운 획을 긋는 날’이 되기를 바라게 되었다. 화학 약품이 아닌 자연계의 같은 생명체로부터 도움을 얻는 생물 요법은, 과다한 항생제에 무방비인 나와 내 가족, 즉 현대인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기에 말이다.
덧붙이는 글 ※거머리 요법(거머리 요법의 원리,적용 사례 등) 및 생물 요법에 대한 자세한 것들은 내사랑 거머리(http://blog.naver.com/hirudo)에서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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