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권중희 선생 영면할 안식처 마련 어려워
장례위, 묘역 조성 기금 부족 호소..."고인을 편히 잠들게 하소서"
▲ 고 권중희 선생 빈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19일 저녁 강남성모병원 예식장에서 추모식을 진행하고 있다. ⓒ 이민우
“평생을 가난하고 고독하게 싸우다 가신 고인의 영면을 위해 부끄럽지만 추모식에 모인 가난한 여러분께 십시일반 정성을 보탤 것을 호소합니다.”
백범 김구 선생 암살범 추적과 민족정기 구현을 위해 평생을 바친 고 권중희 선생 장례일정에 비상이 걸렸다.
민족통일애국지사 고 한길 권중희 선생 장례위원회는 19일 저녁 빈소인 강남성모병원 예식장에서 추모식을 거행하며 뜻밖의 호소를 했다.
고인을 안장할 마석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장지를 마련하는 데 비용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
지난 16일 별세한 고인의 빈소에는 각계에서 추모의 발걸음이 이어졌지만, 고인이 평생 어렵게 투쟁해 왔듯 지금까지 부조금으로는 장례식장 비용을 충당하기도 빠듯한 편.
그렇다고 애국지사를 납골당에 모시는 것도 여러 모로 격에 맞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 장례위원회 입장.
급하게 방법을 모색한 것은 열사들의 장례를 도맡아 온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장과 박중기 민족민주열사 희생자추모기념단체 연대회의 의장.
공원묘지 관리소 측과 협의 끝에 얻어낸 것은 총 비용 1050만원, 그것도 대폭 깎은 값이다. 이 중 안장일인 20일에 500만원을, 나머지는 1달 후에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한 것이다.
권오헌 회장은 “지금까지 많은 분들을 모셔왔지만 이렇게 안타까운 상황은 처음”이라며 “백범 선생의 정신과 민족정기 구현에 온 몸으로 헌신해 왔던 분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어렵지만 공원 측과 협의해 이 정도까지라도 합의를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장례위원회에 마련된 비용은 전무한 상태다. 그동안 부조금으로 들어온 돈은 모두 장례식장 비용으로 들어가야 할 판.
19일 저녁 엄숙하게 진행된 추모식 마지막 순서에 사회를 맡은 박해전 공동장례위원장은 이 같은 형편을 추모객에게 고백하며 민족의 양심과 정성으로 고인이 영면할 안식처 마련에 정성을 보탤 것을 호소했다.
박해전 위원장은 “고인은 평생 가난하고 고독하게 싸워왔듯이 마지막에도 1000원 한 푼 남기지 못하고 떠나셨다”며 “하지만 통일이 되는 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오는 날 고인의 삶은 정당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이곳에는 고인이 평생 그래왔듯이 가난한 사람만 모였다”며 “그렇지만 고인의 영면할 땅 한 평의 안식처 마련에 정성을 모아 줄 것 염치를 불구하고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추모식이 끝난 후 즉석에서 모금이 진행됐다. 호상인 리인수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 김종대 장례위 공동집행위원장, 이창기 자주민보 대표 등이 긴급 약정을 했다.
특히, 생전에 고인의 인공치아를 마련해주는 등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황영구 치과원장도 선뜻 모금에 동참, 추모객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아직도 장지 마련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
박해전 위원장은 이날 밤 늦게까지 빈소를 찾은 추모객에게 이 같은 사실을 설명하며 기금 마련을 위해 뛰었다.
지난 2004년 백범 김구 선생 암살 배후 진상 규명을 위해 미국 방문을 추진하며 진행됐던 오마이뉴스의 모금활동이 마지막 고인을 보내는 날까지 이어지는 현실이 고인을 보낸 아픔 못지않게 가슴을 저민다.
“가난과 고독, 열혈의 기상으로 평생을 민족자주와 조국통일, 민족정기 구현에 온 몸을 바친 고 한길 권중희 선생이시여, 당신의 꿈은 이렇게 살아남은 자들의 몫으로 남아 역사 진보의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편히 잠드소서, 열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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